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시한부 근무’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시한부 근무’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8.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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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후 급식 분야도 후폭풍

지난 1일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2년 적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예상대로 해고가 이어지면서 많은 비정규직들이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단체급식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산하 기관 식당의 조리사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한 공기업의 영양사들은 정규직으로 전환은 됐지만 전공과 관련 없는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의 위험 앞에 놓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들의 심경을 들어본다.

 

▲ 서울보훈병원에서 해고된 7명의 식당조리사들은 국회와 한나라당, 기획예산처 앞에서 지난 4일부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생활 터전을 돌려달라는 처절한 투쟁이다.

 

힘 없는 영양실 정리 1순위… 거센 외주화 바람에 희생양

비정규직 보호법은 약자인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 법의 시행으로 일부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행운을 얻었다. 반면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2년째, 이법으로 인해 많은 비정규직들이 생활터전에서 내몰렸다.
단체급식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외주화하기 쉬운 식당이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보훈병원에서 해고된 2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리종사원·간호조무사·시설관리원·행정보조원 등으로 일했다.

 이 중 8명이 식당조리사로 모두 40세를 전후한 여성들이다. 해고된 선명애(43) 씨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올바른 취지대로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방안으로 비정규직 보호법이 악용돼 직장을 잃었다”며 “다른 부서보다도 가장 힘없는 영양실이 1순위가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작년 1월까지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적용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정규직 전환이 아닌 해고로 이어진 것이다. 선 씨는 “경고 조치를 받은 적도 없고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기 때문에 당연히 정규직이 될 줄 알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울보훈병원의 영양실은 영양사 3명,주방장 1명, 식당조리사 59명 등 총 63명이 근무한다. 이 중 7명이 지난 1일자로 해고됐고 올해 12월말쯤 14명의 식당조리사들의 계약이 완료된다. 사측은 빈자리에 파견직 근로자를 보내겠다고 하고 해고된 비정규직들과 노동조합은 이를 저지하고 있다.
선 씨는 “우리가 복직하지 못하고 위탁급식업체의 파견직 근로자가 들어오게 되면 남아있는 비정규직들은 차례로 해고되고 정규직들은 다른 부서나 지방으로 파견되어 자연스럽게 그만 두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꼭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한국토지공사 등 주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식당조리사들의 해고가 이뤄졌다. 위탁급식업체의 경우대기업들은 비정규직 식당조리사들을 하청업체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중소 위탁급식업체의 경우는 아직 정확한 파악이 안 되어 피해가 우려된다.

전문직 영양사도 예외는 아냐

이렇게 곳곳에서 식당조리사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양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철도공사는 99개의 식당이 있었으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으로 대부분의 식당을 외주화하거나 폐쇄했다. 남은25개 식당의 영양사들은 직고용을 주장하며 버텼다. 그러던 중 2007년 11월 한국철도공사는 무기계약직이라는 7급을 신설해 비정규직 1,3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후 영양사들은 식당을 외주화해도 상관없으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달라고 요구 사항을 바꿨다. 이에 2008년 10월 26일 ‘영양사 고용을 위해서는 외주화가 전제로 합의돼야 한다’는 노사합의가 이뤄졌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직원의 복지 문제가 달린 식당을 외주화하면 안 된다고 저지 투쟁을 벌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도 교섭 중이다.

결국 올해 5월 1일 기간 조건이 안 되는 1명을 제외하고 11명의 영양사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들은 차량 분야 등 현장으로 배치돼 영양 업무와 관련 없는 관리원 보조 업무 등을 맡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후, 한국철도공사의 비정규직은 2,700명에서 현재 530명으로 줄었다. 내년 6월 1일이 3차 정규직 전환 예정일인데, 고령자를 제외한200명이 대상이다.
김도완 전국철도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조직 국장은 “예비무기계약직 전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을 한 결과 비정규직 보호법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60%이고, 나머지40%도 비정규직 보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겉보기에는 비정규직이 줄었지만 2년이라는 기간제한에 오히려 비정규직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석권호 민주노총 비정규국장은 “2년이라는 기간 제한도 반대지만 애초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뽑지 말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 의해 똑같이 처우해야 한다”며 “계절적 근로,여성의 육아휴직 등 꼭 필요한 부분에만 기간 사유제한을 둬서 비정규직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석 국장은 “비정규직 보호법 기간 유예만 운운하지 말고 국가가 나서서 정규직 전환금을 제대로 쓰고 감시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교는 비정규직 대란 없어

학교는 일찌감치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해고 대란은 없었다.서울시교육청 산하 기관들도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올해까지 5,758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부산지역의 일선 학교들도 2007년 2,751명, 올해 초에는 449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 중 올 초에만 영양사는 17명,조리원은 약 140명에 달한다. 이밖에 본지가 조사한 결과, 전국의 학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보호법의 올바른 취지를살려 정규직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의 ㄱ초등학교 A영양교사는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되는 일은 원래 없었지만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으로 서울시의 경우 조리종사원들은 100%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어서 상당히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서울시 ㄴ초등학교 B영양사는“영양교사가 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비정규직 보호법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부산시 ㄷ사립고등학교 C영양사도“무기계약직이 되면 해고될 염려는 없으나 급여나 복지혜택은 비정규직과 달라질 것이 없다”며 “그보다는 영양교사의 정원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소수 영양사들은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다.
서울시 ㄹ초등학교에서 2년 6개월째 근무하고 있다는 D영양사는 “비정규직영양사는 ‘영양교사 발령 시에는 나가야 한다’는 계약조항이 들어간 1년짜리 계약서에 사인한다”며 “매년 계약 기간이 끝날 때쯤이면 나가야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어 고용이 안정된 다음, 대학원을 다녀서 영양교사를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건희 전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협의회장은 “학교의 비정규직 영양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양교사의 채용을 더 늘리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산업체에서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영양사의 영역을 확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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