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표결…예산 전액 삭감 처리
도의회 표결…예산 전액 삭감 처리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8.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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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퇴장속 한나라당 전원 지지…‘무상’ 찬성여론 커져 귀추 관심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추진하려던 소외지역의 초등학교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관련 예산이 결국 경기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지난 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에서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반토막낸 지 한달만이다.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무상급식에 대한 예산안 처리가 이뤄진 최종 종착지,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을 다녀왔다.

경기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없었던 일로

지난 7월 22일 오전 10시 경기도의회본회의장. 경기도 내 초등학교의 급식을 무상으로 실시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말하는 듯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회의시간이 다가오자 회의장에 들어선 의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예상시간보다 10여분 지난 10시 10분 본회의가 시작됐다.

 

 

고성 오가고 방청객 쫓겨나고

예산안을 의결하기에 앞서 의원들의 5분 자유발언의 내용도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대부분이었다. 민주당 백승대 도의원은 “무상급식은 의무교육,무상교육과 더불어서 헌법에 보장된 사항”이라며 “아이들에게 주어진 당연한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언제까지 예산타령만 해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백의원은 또 “차상위계층 120%에서 130%로 저소득층을 확대해서 지원한다고 하는데 결국 눈칫밥 먹는 아이를 10% 더 늘린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며 “취임한지 석 달도 안 된 신임 교육감의 핵심공약사업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정치적 결정일 뿐만 아니라 도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예산삭감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백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방청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회의장이 혼란스러워지자 진종설 의장은 의회 경위들에게 방청객 퇴장을 지시했다. 이어 “경기도의회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말문을 연 민주당 임종성 도의원. 임 의원은 “초등학교 무상급식의 꿈은 한나라당의 횡포 앞에서 싹도 피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면서 “한나라당은 도민들의 머리 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에 반해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대한찬성 발언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장윤영의원은 “학교급식이 시작된 이래 경기도에서는 과거나 현재나 굶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토요일과 공휴일, 방학에 진짜 굶는 아이들이 나온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 의원은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수십만 명의불특정 다수, 가진 자들의 통장을 현금으로 채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일부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잘했어”라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이제 표결만을 남겨둔 상황이지만 무상급식 예산안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의원들 간의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민주노동당 송영주 도의원과 민주당 박세혁 도의원이 나와 반대의견을, 한나라당 이재진 도의원과 한규택 도의원의 찬성의견을 밝혔다.

진종설 도의회 의장이 예산안 의결을 위해 투표할 것을 안내하자 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상급식 외면하는 한나라당은 각성하라”고 구호를 외친 뒤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뒤를 이어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 전원이 퇴장하고 한나라당 의원들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상황을 알리는 전광판에 찬성을 알리는 파란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투표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 92명 전원이 찬성한 가운데 삭감된 무상급식예산안이 통과됐다. 7월 한 달을 뜨겁게 달궜던 무상급식에 대한 기대가 단 1분만에 허무하게 날아갔다.

 

 

예산 삭감은 예견됐다

이번에 삭감된 무상급식 관련 추경예산안의 통과는 이미 결정돼 있었다.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단독 표결 직후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경기도운동본부는 의회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경기도민 서명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무상급식 예산 171억 원 중 50%를 삭감한 것에 대해 경기도의회가 이를 복원시켜 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지만 한나라당 의원은 남은 50%마저 전액 삭감했다”며 “교육감 발목잡기 같은 정치적 잣대로 도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무상급식예산을 전액 삭감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의무상급식 예산안 반액 삭감 이후 한달여 동안 핫이슈로 자리잡았던 무상급식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추경예산안이 의결된 뒤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이번 예산 삭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무상급식 실현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이 주민 직선 교육감으로 도민들께 약속한 핵심공약이며 교육자치정신에 입각해 당면 경기교육 과제로 설정한 사업임에도 예산 전액이 삭감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앞으로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에 대해 한층 정제된 정책안을 수립해 다음 예산심의 과정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사업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김 교육감 “계속 추진하겠다”

학교급식 관련 단체들도 ‘무상급식 실현경기추진본부’를 구성해 시·군별로 규탄기자회견 및 1인 피켓시위, 무상급식 예산촉구 도민 서명운동 등 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진본부 관계자는 “예산은 비록 삭감됐지만 앞으로 지역 순회 토론회 등을 열어 친환경·무상급식 실현의 중요성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기 1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야심차게 내세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무상급식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도 관심사다.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켜 또 한 번의 파란을 불러일으킬지 아니면 이번을 끝으로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사진_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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