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조리 급식학교는 앞으로 ‘집단급식소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법제처가 ‘비조리 학교의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 여부’를 묻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시 갑·법제사법위원회)의 질의에 대해 ‘국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입법 보완토록 하겠다’고 회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고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반복돼온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으며, ‘불필요한 행정규제’란 지적과 함께 개선을 촉구해 온 대한급식신문의 논지와 주장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특히 이번 법제처의 명확한 법규 해석으로 공동조리 학교의 영양교사들은 자칫 발생할 지도 모를 비조리 학교의 위생사고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불합리한 현행 법 적용에서 벗어나 한시름 덜게 됐다.
“복지부·교과부와 협의해 입법”
◆ 서로 다른 법 해석
‘비조리 급식학교’란 조리 시설이 없거나 학생 수가 적어 인근 학교에서 공동으로 조리한 음식을 운반해 급식하는 학교를 말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공동 조리학교는 전국에 걸쳐 1,500여 개에 달하며 대부분 농산어촌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 한 명의 영양교사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본교 외에 1개교를 관리하지만, 전북 임실군의 경우 1명이 무려 5개교까지 관리하는 곳도 있다.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들 비조리 급식학교를 50인 이상의 학생들이 급식을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단급식소로 의무 신고토록 해왔다. 급식시설은 물론 영양교사나 조리원도 없는 비조리 학교들에 대한 이 같은 강제 신고는 그동안 ‘불필요한 행정규제’란 비판을 받아왔으며, 지금도 개선을 촉구하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소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현행 법 조항만을 들먹이고 있다. 식약청은 “학교급식법에 따라 공동 급식시설을 이용하는 학교의 경우 조리시설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공동 급식시설의 급식에 관한 비용(식품비, 급식시설 운영비, 설비비 등)을 공동 부담할 뿐만 아니라 공동 급식시설로부터 조리된 음식을 학교로 운반해 급식하므로 집단급식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집단급식소 신고에 관한 것은 학교급식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에 따르는 것이 맞다’며 신고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69조에 따르면 집단급식소는 설치·운영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또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8조는 집단급식소는 위생기준 등을 준수해야 하고, 급수시설 등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갖춰야 하며, 규정 서식에 맞춰 설치·운영신고를 하도록 명시했다.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를 하지 않으면 식품위생법 제78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본지는 지난 7월 6일자(제27호)에서 이 같은 민원을 반영, 비조리 급식학교의 의무신고 사항이 불합리함을 심층 보도하면서 관련법 개정 움직임을 이끌어내 여론의 긍정적인 반향을 얻기도 했다.
◆ 법제처에 대한 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춘석 의원은 ‘비조리 급식학교에 대한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가 부당하다’는 잇단 민원들이 타당하다고 판단, 이를 규정하고 있는 법 조항들의 적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했다.
이 의원은 “식품위생법시행규칙에 따른 조리시설과 창고 보관시설 등이 없고, 동 규칙에서 강제하고 있는 준수사항을 지킬 수도 없는 학교는 단체급식소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 비조리 학교의 급식인원 등에 대해서는 이미 공동조리 학교가 집단급식소 신고를 할 때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중복신고’에 해당된다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
이 의원은 “법제처의 질의에 앞서 식약청에 같은 내용으로 물어본 결과 식품위생 안전 차원에서 조리시설이 없는 학교도 신고를 해야 하며 공동조리 학교들도 신고를 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약청이 주장하는 식품 위생사고나 식중독 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비조리교가 별도로 신고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으며, 불필요한 행정규제”라고 못박았다.
이 의원은 이에 따라 최근 법제처에 ‘비조리 급식학교’까지 집단급식소 설치 운영 신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법규 해석을 질의했다. 법제처는 식품위생법과 동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대한 문안들을 검토하고 ‘신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법제처는 답변서에서 “비조리 학교의 급식상태를 파악·관리하려는 보건복지부가족의 정책의도가 입법에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아 논란이 생겼다”면서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해 입법을 보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 앞으로 달라지는 것들
비조리 급식학교의 집단급식소 신고 문제는 식품위생법과 학교급식법 등 관련 법규들을 일부 개정 혹은 보완하는 입법절차를 밟은 뒤 현장에서 적용될 예정이지만, 입법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지난 7월 이 문제를 보도한 이후 양승조 의원은 행정규제 간소화를 위해 ‘식품위생법에 단서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식품위생법과 함께 학교급식법개정도 포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법제처의 명확한 법 해석으로 공동조리를 맡고 있는 영양교사들의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해소될 전망이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비조리 급식학교에서 식중독 사고가 나면 공동 조리학교 영양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는 의도”란 지적과 “관련 법 조항들이 보건당국과 지자체 위생관리 담당부서의 행정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글_ 백주현 기자 bjh@fsnews.co.kr 사진_ 농촌정보문화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