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푸드뱅크 활성화 - 어려운 이웃 ‘늘고’ 지원은 ‘제자리’
갈길 먼 푸드뱅크 활성화 - 어려운 이웃 ‘늘고’ 지원은 ‘제자리’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10.02.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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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이용자 증가 기부품은 감소…정부 예산지원 절실

푸드뱅크(Food Bank). 말 그대로 식품을 매개로 기탁자와 이용자를 연계시켜 주는 일종의 사회복지제도다. 잉여 농산물을 배분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푸드뱅크는 현재 세계 각국으로 전파돼 사회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1998년 도입된 이래 12년째 민·관에서 푸드뱅크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기부 감소 추세가 심화,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지난달 29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인근에서 사회취약계층들이 성공회 푸드뱅크 급식버스 앞에서 배식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기세등등하던 겨울의 칼바람이 조금은 누그러진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옆의 한 골목에는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들이 삼삼오오 어깨를 움츠리고 모여 있다. 정오가 가까워질 때 즈음 노란색 버스가 골목에 들어서자 20여 명의 중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로 다가가 한 줄로 늘어선다.

힘겹게 자전거를 끌고 버스를 향해 다가오던 한 노인도 가로수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대열에 합류한다.버스 문이 열리고 녹색 조끼를 입은 몇몇 아주머니들이 커다란 보온물통을 버스 옆에 놓아둔다. 식당처럼 개조된 버스 안에서는 구수한 밥과 반찬내 가득한 가운데 식사 준비가 한창이다.
식사 준비가 마무리되자 줄 서 있던 중년들은 차례대로 버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 줄의 대열은 줄지 않고 오후 1시경까지 10여 명을 유지한다. ‘오늘의 어려움을 내일의 희망으로, 성공회 푸드뱅크’, 노란버스에 새겨진 희망의 메시지다.

현장밀착형 시스템 마련 최우선

IMF로 사회가 어수선하던 지난 1998년 5월 설립된 ‘성공회푸드뱅크’는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전문화 된 푸드뱅크운동을 시작한 기관이다. 푸드뱅크는 식품의 생산과 유통·판매·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잉여 먹을거리를 기탁자로부터 제공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복지시설이나 개인 등에게 무상으로 제공, 결식계층 지원은 물론 먹을거리 자원의 사회적 활용 극대화를 도모하는 사회운동을 말한다.
성공회 푸드뱅크는 설립 이후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실직자 급증, 가정의 해체와 생활 궁핍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숙자와 독거노인, 결식아동, 장애우를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특수 개조한 급식전용버스를 운영함으로써 현장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푸드뱅크 시스템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성공회 푸드뱅크의 급식버스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대학로에서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5년 전부터급식버스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박혜숙(여·55세)씨는 “화요일에는 170~200명, 금요일에는 80~100명의 취약계층이 급식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기침체 장기화…인식부족 주요인

박 씨는 또 “하루 끼니를 이곳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처 깊은 분들이 대부분이기에 처음에는 우리에게 반감을 갖고 거칠게 대했지만 지금은 정이 들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해졌다”고 덧붙인다.여러 달 동안 급식버스에서 식사하던 이가 한두 달 보이지 않을 때는 마음 한구석이 텅 비는 것 같다며 박 씨는 눈시울을 붉힌다. 성공회 푸드뱅크는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의 상인들을 통해 급식버스와 배달도시락에 쓰이는 식재료를 지원받고 있다.

급식버스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장창수 성공회 푸드뱅크 중앙·관리실장은 “보통 급식버스가 현장에 나가기 전날 1톤 탑차를 갖고 강서도매시장을 방문해 식재료를 기부 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탑차공간의 10%를 채우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겨울철이라 야채 등 의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때문이란 것이 장 실장의 설명이다.
성공회 푸드뱅크가 민간기부 활성화를 위해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기부콘서트 등의 기부금 마련행사 역시 부족한 사업자금 마련에는 역부족이다.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것 외에도 경기침체 등으로 많은 업체들이 재고품을 줄이는 추세에 따라 과거에 비해 업체 단위시식품·재고품 등이 적어진 사회적 요인이 크다.

정부차원 세제지원·홍보강화 절실

현재 전국에는 약 302개소의 푸드뱅크가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실제 기부식품을 이용하는 시설이 전체의 37.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부품의 종류도 쌀·곡류 등 주식류가 전체의 41.5%를 차지하고 있다. 푸드뱅크의 양적·질적 성장은 분명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성장세가 경기침체등의 영향으로 급격히 냉각되면서 운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실제 지난 2005년 푸드뱅크 기부액이 현금으로 환산했을 때약 396억 원이었던 반면, 2008년에는 423여억 원으로 미미한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기부품의배분 역시 2005년 310여억 원에서 2008년 약 296억 원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푸드뱅크운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부량이 충분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따라 폐기량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기부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정부차원에서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침체 등으로 기업체들이 계획 생산을 하고 있어 과거에 비해 재고품이 적은 상황에서 정부의 기부업체에 대한세제지원 폭 확대 등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명절 등 특정일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시적 기부보다는 기부를 생활화하는 기부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인식전환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강화 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일부식품 대기업 기부에 의존하는 현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중소업체까지 기부에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이진욱 기자 lju@fsnews.co.kr 사진_ 이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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