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ech 암환자 맞춤식 개발한 ‘삼성서울병원’
Food Tech 암환자 맞춤식 개발한 ‘삼성서울병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7.08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상따라 21가지 식사·23가지 영양보충 간식 ‘병실 활력’/맞춤형 식단으로 암환자 건강 책임져요”

일반적으로 암에 걸리면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항암제를 먹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환자는 오히려 고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 반면 절제수술을 받은 위암이나 대장암 환자의 경우, 소화기관에 부담이 안 가는 메뉴로 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암환자만 해도 환자의 다양한상태에 따라 섭취해야 하는 음식과 영양성분이 다르다. 최근 병원에서는 환자의 빠른 회복과 치료를 돕기 위해 질병별로 맞춤식사가 개발되는 추세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 제공하는 암환자 맞춤식 현장을 취재했다.

“이것은 위 절제수술을 받은 위암 환자 식사고, 저것은 일반암환자들을 위한 일반식 상식과 선택식입니다.”라미용 삼성서울병원 영양팀 임상영양파트장은 식탁 위에 오늘의 암환자 식단을 종류별로 늘어놨다. 이게 정말 환자들이 먹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한상 가득 푸짐했다.
“일반식 상식으로는 한식이 주로 제공되고 오늘의 선택식은 암환자들이 선호하는 청국장찌개예요. 위를 절제한 위암환자는 하루 최소 6번 정도로 나눠 먹기 때문에 닭죽과 흰죽을 함께 제공하고 물김치와 간장도 2개씩 제공하는 겁니다.”환자식이 왜 이렇게 양이 많은가 했더니, 라미용 임상영양파트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암환자식의 메뉴를 자세히 보니, 육류와 채소가 골고루 섞여 있었다. 치료받는 동안에는 빠른 회복을 위해 고단백의 식사가 필요하며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두 가지를 고루 섞은 암환자식으로 치료와 예방을 병행하고 있다.

◆ 식욕 없는 암환자의 입맛을 돋워주는 맞춤식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환자는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사는 신체 면역기능을 높여 회복을 촉진하고 치료 효과를 증대시킨다. 환자들 중에는 이미 암으로 인해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통적으로 식욕부진을 겪어 영양섭취가 충분치 못하다.
식욕부진은 정서적인 우울감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항암 치료로 인해 메스꺼움이나 설사, 구토,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은 작년 3월부터 이러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21종의 암환자 맞춤식과 23종의 영양보충 간식을 개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양팀에 따르면 그 동안 일반 환자식에 대한 암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고 한다. 음식 섭취량이 50% 이하인 환자들도 있었다. 특히 암환자들이 식사하기 어려운 끼니로 아침식사를 57%나 꼽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QI(Quality Improvement) 활동을 전개해왔다고 한다. 그 결과 암환자 맞춤식을 개발한 것이다.

새로 개발한 메뉴 중에는 영양밥, 모둠쌈정식, 청국장찌개, 생선구이정식, 메밀막국수, 안동찜닭, 콩나물밥, 꽃게탕수제비, 낙지비빔밥, 보쌈정식, 비빔국수 등 입맛을 돋워주는 음식들이 눈에 띈다. 암환자들이 충분한 영양섭취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개발했다고 한다. 또 아침에 입맛 없는 환자들을 위해 9종의 영양보충 죽도 새로 개발했다. 흑임자죽, 호박죽, 북어달걀죽, 김치콩나물죽, 팥죽, 참치죽, 버섯죽 등 영양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죽은 환자들에게 특히 인기다.

아침식사는 일반 한식과 영양보충 죽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한식은 얼큰북어국, 김치콩나물국, 사골옹심이미역국 등 주로 얼큰한 국물로 입맛을 돋우고 콩자반, 멸치꽈리고추볶음, 장조림, 김구이 등 마른 반찬의 비중을 높여 부담을 줄였다. 특히 가공식품과 기름진 음식에 대한 암환자들의 거부감이 커서 무밀쌈, 특수 채소쌈류의 자연식을 확대하고, 탕수육, 오징어바, 소시지 등의 튀김·가공류 음식은 식단에서 최소화했다고 한다.

영양팀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암환자 맞춤식으로 암환자들의 식사에 대한 만족도가 63점에서 86점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한편 암환자 영양보충 간식도 도입했다. 영양보충 간식은 암환자 중 일반 암환자식의 섭취량이 50% 이하인 식욕부진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 삼성서울병원이 암환자에게 제공하는 고단백 암환자식.

위암·대장암 환자를 위한 특별한 식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암이나 대장암의 경우는 대개 수술로 치료한다. 암세포가 전염된 소화기관의 일부를 잘라내다 보니 음식도 특별해야 한다. 위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음식물이 장내로 너무 빨리 내려가 심한 복통, 복부팽만, 구토, 설사,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수술 후 1~2주는 미음을 먹고 3~4주까지는 죽을 먹어 점차 소화와 저장기능을 회복해야 한다.삼성서울병원은 죽과 어육류, 채소류, 물김치로 구성된 위절제식을 제공하고 있다. 흰죽, 닭죽, 쇠고기와 채소를 다진 장국죽 등 다양한 죽과 달걀찜, 연두부, 호박전, 가지전, 생선전 등으로 깔끔하게 식단을 구성한다. 소화계통의 암이라도 대장암 환자식은 또 다르다.

삼성서울병원은 장 수술 후 맞춤식단을 개발해 올해 3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대장암 환자는 하루 6~9회 나눠 소식하는 위암 환자와 달리3끼를 규칙적으로 식사해 장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대장을 절제해도 소화에는 문제가 없으나 변이 잦거나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특성에 맞게 식사를 제공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교육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라미용 임상영양파트장은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맞춤식이 중요하지만 고정된 식대 보험 수가로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 시스템 유지를 위한 간접비가 많이 들어 애로사항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병원급식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식대 보험 수가 문제,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이경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