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식단 분리 운영에 대하여
유치원 식단 분리 운영에 대하여
  • 박은주 영양교사
  • 승인 2017.10.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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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영양교사 / 구미 원호초등학교

최근 병설유치원 식단을 별도로 구성하고, 유아에게 적합한 식생활 지도 및 영양 상담을 실시하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병설유치원 급식을 초등학교와 분리해야 하는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한다. 하지만 별도의 지원 없이 현재 인력과 설비만으로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병설유치원 급식의 별도 식단을 구성하는 것은 단지 식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식재료 관리, 별도 조리, 배식은 물론 급식일지, 위생 관련 서류 등 뒤따라야 할 업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쇠고기, 버섯 등을 비롯한 들깨, 감자에 이르기까지 40여 종의 식품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학생이 재학 중에 있다.

즉 국 한 가지에도 쇠고기를 뺀 국과 버섯을 넣지 않은 국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그 와중에 소화기나 치과질환 환자가 있다는 담임교사의 연락이 오면 흰죽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음식은 2시간 이내 배식해야 하며, 여기에 교육청에서는 조리원의 업무 과중으로 인한 안전사고와 복잡한 식단으로 인한 식중독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치를 포함한 1식 4찬까지 권장하고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여러 가지 음식을 동시에 만드는 오전 조리실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병설유치원의 식단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것은 학교급식의 위생과 안전은 포기하라는 말과도 같다.

어떻게 보면 지금도 병설유치원 급식은 초등학생들의 배려와 희생 덕분에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병설유치원은 5세뿐만이 아니라 3~4세반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의자와 식탁 높이를 10cm 가량 낮은 것으로 새로 구입하기도 하며, 유아용 숟가락과 포크를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병설유치원 급식운영비가 지원되지 않으므로 초등학생 몫의 예산이 유치원 유아에게 쓰인다고도 볼 수 있다. 밥 먹는 시간도 초등학생보다 두 배는 길어서 40분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고학년 아이들은 식탁의 빈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또한 학교는 매년 학기 초에 유아들을 포함한 성별, 연령별 인원수를 나이스에 입력해 자체 영양기준량을 설정하고, 유아와 초등 저학년, 고학년에게 배식하는 음식의 양을 엄연히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때문에 식단이 같다고 영양소 섭취량도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유아용 음식은 덜 맵고 덜 짜게 만들고, 김치와 돈가스도 더 잘게 썰어 제공해야 한다.

물론, 유아만을 위한 별도의 급식이 운영된다면 더없이 이상적이다. 매일 제공되는 간식과 연계하여 식단을 운영할 수 있고, 학부모와 유치원 교사 모두에게 부담인 방학 중 급식 문제도 해결하는 1석 2조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법 개정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치원에 별도 조리시설과 인력 고용을 위한 예산 지원을 선행하고, 유치원급식을 분리 운영하는 것이 순서에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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