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급식소에서 육류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식재료는 수산물이다. 그러나 급식에 사용되는 수산물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것은 급식 관계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푸짐한 식단을 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단체급식의 단골메뉴다. 이렇듯 수입수산물이 식탁 위를 잠식하는 사이 이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올초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먹을거리 안전성 문제는 이제 수입수산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연기군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에 제공한 ‘페루산 수입 바다장어’에서 농약이 검출됨에 따라 수입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되돌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올 한 해만 해도 수입식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하루가 멀다고 발생했지만 유독 수산물에 대한 지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실적으로 급식현장에서 모든 수산물을 국내산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수입수산물만큼은 검역체계를 강화해 우선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내 최대 수산물 유통업체인 수협중앙회(이하 수협)가 지난 6월까지 학교급식 식자재로 납품한 1,519톤, 113억 원어치의 수산물 가운데 37%인 557톤(42억 원)이 수입산이라는 사실이 올 수협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또한 수협이 운영하는 7개 공판장에서 올 상반기 취급한 수산물 4만7,308톤(1,194억2,200만 원) 가운데 수입수산물이 35.5%(1만6,787톤, 443억9,100만 원)나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해파리, 재첩, 노가리는 100% 전량 수입산이고 부세, 새우, 우렁이, 임연수어는 95%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수입수산물 부적합판정 3년새 83.6% 증가
국내 수산물을 보호해야 할 수협도 수입수산물 비중이 35%나 되는 마당에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수산물 수입량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지난 2005년 93만2,000톤이었던 수입물량이 2006년 105만9,000톤, 2007년 108만2,000톤으로 매년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나가는 동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산물의 비율도 함께 늘어간다는 것이다.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임두성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수입수산물 부적합 및 수산물 원산지 표기 위반현황’에 따르면 수입수산물의 부적합 건수가 해마다 늘어 2005년 292건에서 2006년 376건, 2007년 536건으로 3년 사이 83.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적합 사유로 ‘미생물 기준초과’로 인한 부적합 건수가 최근 4년간 299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금속 검출과 사용금지물질 검출로 인한 부적합 건수도 각각 264건(18.8%)과 130건(9.3%)으로 뒤를 이었다.
부적합 발생 주요 수입국으로는 중국산이 436건(31.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산이 233건(16.6%), 대만산이 225건(16.1%)으로 2, 3위를 차지했다.
최근 4년 동안 수입수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출조사 결과에서도 중국산 수입수산물의 부적합 판정 비중은 20~50%를 차지했다. 지난 2004년 전체 부적합 판정 410건 중 절반 정도인 201건이 중국산 수입수산물이었으며, 2005년 292건 중 94건(32%), 2006년 376건 중 83건(22%), 2007년 536건 중 210건(39%), 올해(8월 현재)는 274건 중 65건(24%)이었다.
최근 3년 동안 외국의 수산물 관련 등록공장 현지 위생점검에서 중국이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지난 2006년 전체 지적 건수 319건 중 190건(약 60%), 2007년 219건 중 125건(57%), 올해(9월 현재) 112건 중 62건(55%)이다.
특히 2006년 37만 톤이 수입됐던 중국산 수산물은 2007년 34만5,000톤으로 물량이 감소했고, 검사 건수도 3만5,173건에서 3만2,060건으로 줄었으나 부적합 건수와 부적합 비율은 각각 2.5배와 3.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수입산 국내산으로 둔갑…단속은 미흡
수입수산물의 증가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입산이 버젓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중국산 새우젓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는 현장을 공개한 적이 있다. 또한 수입산 갈치를 제주산으로 속여 판매한 식당 업주가 경찰에 체포된 사건도 있었다.
이런 국산 둔갑 수입수산물의 적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를 단속하는 기관의 인력부족 등으로 단속의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렵다.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나 각 지자체에서 원산지표시 등을 계속적으로 진행하지만 단속인력이 부족해 실제 단속은 전체 대상 업소 중 약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농축산물처럼 수산물도 조리된 음식에 대해 원산지표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성엽 국회의원은 “수산물도 식품이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 식품접객업 및 단체급식소 등에서 조리된 수산물도 원산지표시 대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기존의 농산물품질관리법과 수산물품질관리법을 통합해 개정된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는 원산지표시 대상에 수산물을 제외하고 있다.
개정 전 수산물품질관리법에는 수산물을 생산·가공해 출하하거나 판매 또는 판매할 목적으로 보관·진열하는 경우 수산물 및 수산가공품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