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giene Issue 갈길 먼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Hygiene Issue 갈길 먼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1.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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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주변 과자류 등 판매금지 실효성 두고 각계 반응 엇갈려/기호식품 신호등 표시제 정부와 업체간 이견 보여

식품 관련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2008년, 정부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냈다. 오는 3월 22일부터 시행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식문화를 형성하고자 마련된 이 법은 시행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내용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다. 법 제정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 법 적용을 받는 업계 의견이 상반돼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아이들의 식생활 개선에 미칠 영향과 정부, 학교, 업계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 오는 3월부터 학교 주변 200m 내 과자류, 햄버거류, 떡볶이 등 식품 판매가 금지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중학교 정문 앞에 있는 문구점에서 학생들이떡볶이를 먹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고등학교 내 매점은 쉬는 시간만 되면 떡볶이, 튀김, 과자 등을 사 먹으려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점심시간에는 급식 대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도 있다.올해 신학기부터 이러한 광경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듯하다.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지난해 제정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르면 오는 3월 22일부터 초·중·고교 내 매점 및 주변 200m 통학로 내 지정업소에서는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없는 과자류, 햄버거류, 떡볶이 등의 판매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2010년 1월 1일부터 어린이가 주로 시청하는 오후 5시부터 9시 사이에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TV 광고가 제한된다.

또한 부모와 아이들의 알권리 및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수식품색상 표시제도 및 외식업체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한 영양성분 표시제도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빵이나 햄버거, 피자에도 열량, 지방, 나트륨 등의 영양정보가 제공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외식업체에서는 포화지방, 나트륨 등의 위해가능영양성분 저감화 사업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정한 기준에 적합한 우수식품에는 녹색 등 색상으로 표시토록 해, 우수식품의 생산 및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대형유통매장에 녹색 표시된 우수식품 전용 판매대를 설치, 부모와 어린이가 우수식품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식품업계로 하여금 우수식품의 생산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과연 실효성 있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의하면 고열량 저영양 식품은 포화지방, 당, 나트륨 등 어린이 건강에 해로운 성분의 함량이 높은 반면 단백질, 비타민, 식이섬유, 불포화지방산 등 건강에 유익한 성분은 적은 식품이다. 과자, 컵라면(봉지라면 제외), 사탕, 피자, 핫도그, 소시지, 각종 탄산·유산균 음료, 햄버거, 김밥 등 어린이기호식품이 주요 대상이다.
간식용 중 고열량 저영양 식품 기준은 ▲1회 제공량에서 열량 200kcal, 포화지방 3g, 당 13g 기준을 하나라도 초과하면서 단백질은 2g 미만(견과류의 경우 10%미만)인 경우 ▲단백질 또는 견과류 성분이 들어 있더라도 1회 제공량당 열량 400kcal, 포화지방 6g, 당 26g을초과하는 경우다.
식사대용 식품 기준은 ▲1회 제공량에서 열량500kcal 또는 포화지방 3g을 초과하면서 나트륨 성분이 600mg 이상인 경우 ▲나트륨 양이 많지 않더라도회 제공량당 열량이 1000kcal 이상이거나 포화지방이6g을 넘는 경우다.

시행령안대로 확정되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상당수과자, 음료, 가공식품의 광고와 판매가 제한될 것으로보인다. 이재용 복지부 식품정책과장은 지난해 11월 “고열량 저영양 기준대로 2,000여 개 식품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나온 바 없다. 이에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관계자는 “다양한업계 의견이 갈리면서 세부지침 사항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법을 만들어 영양표시를 강화해 업체에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보다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의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법 제정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영세한 개인 제과점에서 일일이 성분검색을 해 영양표시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민교육을 통해 자율적인 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숙희 서울 당곡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아이들이 불량식품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으나, 자제를 못하고 있다”며, “공급이 없으면 수요는 당연히 줄어든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용두사미’법 되지 말아야

현재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서 고려 중인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표시제’도 정부와 업체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신호등표시제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총 지방, 당, 나트륨 등 영양성분의 함량 및 열량에 따라 등급을 규정해 어린이가 알아보기 쉽도록 녹색, 황색, 적색 등의 색상과 모양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호등표시제와 같이 개별 식품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으로 먹어도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 짓는 것은 과학적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실제 섭취량이 아닌 100g을 기준으로 색깔을 구분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황명선 서울 동산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초등학생들이 영양성분 표시를 배운다고 해도 일일이 확인하고 먹는 것은 다소 무리다”며, “신호등 색으로 식품을 구분하면 아이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찬성했다.

 당장 오는 3월 시행되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은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어린이 식생활 관련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광범위한 사항이라 법으로 일일이 규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업계는 식약청이 다양한 의견을 조속히 수렴해 제대로 된 시행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어린이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제대로 된 법으로 시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_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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