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규정 ‘있으나 마나’
HACCP 규정 ‘있으나 마나’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2.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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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정 업소 수산물 납품한 10개 업체 법령 미비로 처벌

 

▲ HACCP 미지정 업소에 위탁을 맡겨 제조하는 것도 문제지만 HACCP 지정 업체에서 비 HACCP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점을 이용해 HACCP 업체들은 HACCP 마크가 없는 단가가 낮은 제품을 납품하게 된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음.

 

지난해 12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미지정 업소에서 가공한 수산물을 단체급식소에 납품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 적발된HACCP 업체들이 여전히 학교급식에 수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지난달 29일 식약청과 서울시 교육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 성남시, 부산광역시 등에 소재한 10개의 수산물 가공업체는 HACCP 업소로 지정을 받고도 HACCP 지정을 받지 않은 무신고 업소나 HACCP 미지정 업소에서 수산물을 납품받아 HACCP 제품인 것처럼 속여 학교급식 등에 납품해오다 지난해 12월 18일 식약청으로부터 HACCP 규정 위반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적발된 10개 업체 가운데 수도권 지역에 소재한 6개 업체 모두 여전히 학교급식에 식재료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기갑 의원은 “이런 관련 법령 미비로 인해 이들업체가 학교급식에 납품해도 법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체급식소에서 HACCP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냉동수산식품 가공업체 관계자는 “HACCP 미지정 업소에 위탁을 맡겨 제조하는 것도 문제지만 HACCP 지정 업체에서 비 HACCP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모르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는 “HACCP 지정 업소가 비HACCP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비 HACCP 제품을 공급할 땐 HACCP마크를 부착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HACCP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식품위생법 상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체급식 현장에서는 HACCP 지정 업체의 제품은 모두 HACCP인증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입찰 공고할 때 HACCP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조건을 명시하기 때문에 당연히 HACCP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 믿고 있다”며 “비 HACCP 제품을 생산해 납품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0월 23일 현재 HACCP 지정 업체 446개소 중 지정품목이 냉동수산식품인 업체는 93개소다. 냉동수산식품 중 어류, 연체류 조미가공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HACCP 의 무지정업소로 2010년까지 6인 이상 사업장은 반드시 HACCP 지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업체들이 HACCP 지정에 소극적이다.
또한 HACCP 업체에서 수산물 원재료를 들여와 단순절단 등 가공을 해 납품할 때 모든 공정을 HACCP 기준에 부합되게 생산하면 HACCP 마크를 부착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산물 가공 과정 중 뼈를 발라낸 어육살을 수입해 슬라이스를 하게 되면 이는 원재료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HACCP 마크를 붙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가격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HACCP 업체에서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필릿(Fillet·뼈를 발라낸 어육살)한 재료나 슬라이스된 것을 단순가공해 납품하고 있다”며 “수산물 원재료를 가지고 가공을 하면 생산단가가 높아져 급식에 납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급식 현장에서 HACCP 제품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수산물 공급업체 입찰 자격조건을 HACCP 지정업체로 한정하고 있지만 제품에 대한 HACCP 유무를 규정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0월 경기도의 모 고등학교에서 낸 ‘물품구매 전자입찰 공고’를 살펴보면 자격조건에 ‘국내 HACCP 적용사업장’이라고 돼 있고 ‘급식품 산출 견적서(수산물)’에는 제품 규격에 HACCP 제품에 대한 명시는 없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와 같이 입찰 공고를 하고있다. 업체들은 이 점을 악용해 비 HACCP 제품들을 납품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에서조차 문제 삼지 않고 법에도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 HACCP 제품을 납품할 이유는 없다”며 “이런 것은 이미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라고 말했다.

수산물은 농산물 다음으로 급식소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식재료지만 식중독 위험이 높아 그어느 것보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한 품목이다. 급식 현장에서 HACCP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HACCP 마크 부착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식재료를 사용한다면 최종 소비자인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대해 급식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HACCP 업체는 학교급식에 비 HACCP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학교급식법에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학교에서도 HACCP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입찰 시 세부품목에 사양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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