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도 강제성 없는데 우유급식 통합
학교급식도 강제성 없는데 우유급식 통합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1.24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우유급식 제도 개선 찬반 논란

지난 12월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학교우유급식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학교급식과 우유급식 통합 운영’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낙농업계는 학생들의 균형적인 영양 공급과 안정적 우유 소비를 위해 학교급식에 우유급식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반대로 교육과학기술부와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급식도 수요자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유도 소비하는 학생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제도일까?

교과부는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우유급식 항목을 추가해 우유 소비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_조영회 기자

“요즘 애들 우유 정말 안 먹어요. 그냥 버리는 것만도 하루 네다섯 개는 넘을 걸요. 먹으라고 채근하면 그나마 한두 개 정도 남기도 하지요. 그런데 어떤 애들은 책상 속에 넣어두거나 사물함에 감춰둬 골칫거리예요. 집에 가지고 가면 혼나니까요. 혹 우유가 상해 그걸 먹기라도 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기게 되니 걱정이에요.”

경기도 안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그는 “어느 날 퇴근길에 학교 앞 문구점을 지나는데 반 아이가 우유를 갖다 주고 대신 불량식품을 받고 있었다”며 “우유 소비를 너무 학교에만 의존해 발생하는 문제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우유를 학교급식과 통합해 의무적으로 먹게 하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됐다. 학교급식법 시행령을 개정해 우유 및 유제품을 반드시 급식에 포함시키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박종수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급식을 먹는 학생비율은 95.6%지만 우유급식을 받고 있는 학생은 50.8%에 불과해 통합급식을 실시하는 일본(89.4%)과 비교해 저조하다”며 “우유급식 실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의 칼슘섭취량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학교급식을 통해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청소년의 칼슘 섭취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청소년의 우유소비확대를 위해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의 통합실시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학교급식법 시행령 제5조 제2항에 ‘~우유 및 유제품은 반드시 포함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추가시키고, 낙농진흥법과 축산법 등에 학교우유급식을 촉진하는 내용을 추가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낙농업 육성을 지원하는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도 통합급식에 찬성표를 던졌다. 노수현 농식품부 축산경영팀장은 “일부 중·고등학교와 학부모의 관심 저하로 학교우유급식에 소극적이고 이와 함께 우유업체는 단가가 맞지 않아 수익성 악화로 학교우유급식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우유급식관리와 배송 문제 등을 개선해 우유 음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의 입장도 있었다. 이의옥 성남시 구미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이번 토론회는 우유급식을 통해 성장기 영양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토론의 자리이기보다 위축되는 낙농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영양교사는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의 통합운영이 우유소비량과 칼슘섭취량의 통계수치를 상승시키듯 학생들의 실제 칼슘섭취량과 우유급식에 대한 만족도 또한 상승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영양교사는 “우유소비 확대를 위해 우유섭취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단순행정 편의로 학생들에게 강제 우유급식을 하자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김주현 한국식품영양재단 연구원은 “한국인의 영양 상태에서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칼슘”이라며 “칼슘흡수율이 가장 높은 우유를 통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학교급식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우유급식이 학교급식 범위 밖에 있어 영양관리 범주 밖에서 운영되어온 점은 지금이라도 빨리 수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효과적인 칼슘공급원인 우유를 조속히 학교급식 통합시스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통합급식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동영 서울우유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우유급식 확대 정책이야말로 어린이 및 청소년의 부족한 영양을 충족시켜주면서 낙농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좋은 방안”이라고 통합급식에 찬성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통합급식에 대해 부정적이면서도 학교급식에 우유급식을 논의할 수 있는 창구는 마련해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희근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장은 “학교급식법에 명시된 학교급식도 강제급식이 아닌데 우유를 강제급식하는 것은 수요자인 학부모를 비롯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칼슘 공급원으로 우유가 우수한 건 공감하나 다양한 대체식품을 통한 영양 공급도 가능하므로 칼슘 충족을 이유로 우유급식을 강제하거나 의무화하는 논리는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나 박 과장은 “우유급식 저변확대 차원에서 학생·학부모 선택권 보장을 위한 논의구조를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추가해 2009년 3월부터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학교급식법 시행령 제2조(학교급식의 운영원칙) 제2항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해야할 항목들이 정해져 있다. 여기에 ‘학교우유급식 실시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 학교급식 관계자는 “이미 부처간 협의는 어느 정도 끝난 상태”라며 “새학기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우유급식 항목을 추가시키면 기존에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던 중·고등학교의 우유급식 소비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논의는 이뤄지겠지만 우유 소비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시행령이 개정되면 우유급식 담당 업무는 영양(교)사로 창구가 일원화되지는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기도의 모 고등학교 영양교사는 “우유급식 업무까지 영양교사가 맡게 되면 그에 따른 업무가 추가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와 관련된 업무부담 해소 방안 없이 무작정 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개정 전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이 영양(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고 우유급식의 경우 학교장이 학교의 사정에 따라 적절하게 담당자를 지정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돼 있어 영양(교)사들의 고유 업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