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적 학교급식 사고 양벌규정 적용은 잘못”
“불가항력적 학교급식 사고 양벌규정 적용은 잘못”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3.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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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급식신문 모니터위원단 발대식 기념 토론회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가 지난 2월 26일 한나라당 박영아 국회의원주최, 대한급식신문 주관으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단체급식을 조망하는 단 하나의 미디어 ‘대한급식신문’ 모니터위원단 발대식을 기념해 열린 이번 토론회는 학교급식법과식품위생법을 동시 적용받아 다중으로 규제받고 있는 학교급식현장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교사, 행정실장 등 학교급식 관계자들과 급식업체 관계자, 정부 부처, 학계 인물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무엇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상당수 참석해 이번 토론회의 주제가정치권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조은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정책협력위원이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회를 이끄는 진행자는 김혜영 용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정익교 서울시초등교장회 부회장(영등포초등학교장), 박진욱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급식담당 사무관, 조형곤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대표, 전삼녀 전남 화순초등학교 영양교사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는 조은주 교총 정책협력위원의 발제로 시작됐다. 조 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는 식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수시로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나 경미한 위반사례까지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조 위원은 이어서 “이로 인해 학교장들은 식품위생 사고로 사법처벌을 받지 않는 위탁급식을 선호하고 있으며, 식생활 개선을 통해 영양이 풍부한 급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보다 식중독 사고를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급식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위원은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해선 부족한 시설을 지원하고 체계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해 명확한 과실이 없어도 처벌하는 식품위생법상의 양벌 규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 식중독 발생요인과 역학조사, 식중독 등과 관련된 법규 및 처벌 사례 등에 대해 설명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조 위원은 토론회에서 “학교장과 급식담당자는 식품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오염된 식재료나 시설·설비 부족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식중독 사고, 경미한 위반 사례까지도 양벌규정을 적용해 처벌하는 현행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위원은 “양벌규정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학교급식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학교장을 전과자로 만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학교장에 대한 처벌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식중독균에 감염된 식재료가 학교급식에 반입되지 못하도록 관련 식재료유통망과 관리 업소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토론회를 통해 몇 가지 제언을 했다. 첫째로 학교급식소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으며 운영자와 책임자 모두 교직원이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이 아닌 학교급식법에 따라 운용되고, 지도·감독 및 징계절차가 이뤄져야 함. 둘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학교급식소에 대한 처벌 규정 등은 시·도 교육감에게 위임돼야 함. 셋째 식중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HACCP 기준에 맞는 급식실과 급식기구를 마련하는 현대화 사업이 추진돼야 함. 넷째 학교급식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에 대한 처벌은 역학조사를 통해 규명된 발생 원인과 원인균에 따라 처벌의 내용도 달라져야 함. 다섯째 노로 바이러스는 법정전염병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 합리적 제도와 학교급식원 설립 필요

진행을 맡은 김혜영 용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균형 잡힌 영양식단을 제공하기 위해선 영양교사와 학교장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관련법이 이들을 위축시키는 것이 문제”라며 “학생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온 정익교 서울시초등교장회 부회장이 주제발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학교급식법은 학교급식의 질 향상과 학생들의 심신발달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 식품위생법의 특별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학교급식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선 학교급식법 한 가지만 적용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급식 사고 발생시 학교 관계자에 내리는 과도한 처벌에 대해 정 부회장은 “학교 식중독 사고는 관계자들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그럼에도 평생 교육에 헌신해온 학교장이 전문적 분야도 아닌 급식과 관련해 전과자가 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급식 담당자의 위치와 역할에 따른 처벌조항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학교급식담당자들에게 명확한 역할과 기준을 제시해 합리적 처벌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각 시도단위 교육청 및 지역 교육청 산하에 안전한 학교급식재료의 공급과 검사를 담당할 학교급식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학생건강안전과에서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박진욱 사무관은 이중적인 법 적용에 대해 “교육청과 식약청의 급식운영 지도감독 방법과 내용이 서로 달라 학교장이 학교를 경영하는 데 지장과 혼란을 초래할 소지가 많다”라고 못 박았다.

또한 이중처벌에 대해 박 사무관은 “학교장의 과실 유무를 구체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단순히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학교 경영자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직영급식 학교는 관할교육청에서 신분상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식품위생법령에 이를 배제하는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역학조사 방법에 대해 박 사무관은 “식중독균의 오염경로와 발생원인 및 원인균 등에 따라 처벌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오염된 식재료 반입, 근본적으로 막아야

학부모 대표로 토론회에 참석한 조형곤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 대표는 “학교 식중독 사고의 원인 중40.5%가 식자재 공급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형식적 검수제도를 지양하고 체계적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식중독 사고를 유발하는 노후화된 급식시설 문제도 꼬집었다.

조 대표는 “교육청의 예산 지원 실태를 보면 정작 필요한 조리기구 지원은 없고 현대화를 가장해 몇 천만 원에 달하는 대형조리기구를 들여놓기에 바쁘다”며 “학교실정과 무관하게 대규모 예산을 들여 대형조리기구들이 공급되고 있는 이런 현실부터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중처벌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조 대표는 “이윤추구를 하지 않는 학교의 학교장에게 무조건 책임을 지우는 것은 학교급식을 되레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학교장 같은 교육경영 전문가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분야에서 일하게 해야지 끼니 때마다 가슴 졸이며 식당을 지키게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전삼녀 전남화순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수십 년 동안 학교급식을 담당해온 사람으로 학교급식은 그 어떤 먹을거리보다 위생적이며 안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 교사는 이어 “그러나 이미 외부에서 오염된 상태의 원재료가 들어온다면 위생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 영양교사는“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계자 처벌에 앞서 식중독균에 감염된 식재료가 학교급식에 반입되지 못하도록 관련 식재료 유통망과 식재료의 관리 업소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정토론이 끝난 뒤 토론회에 참가한 급식 관계자들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백영숙 전주송원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교과부는 식재료 안전관리의 대안으로 영양교사의 대면검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다”라고 교과부 관계자에게 질의했다.

이에 박진욱 사무관은 “일선 학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애로사항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대면검수는 식재료를 받는 첫단계로 접수자가 현장에 없다면 독극물 첨가 위험 등 식재료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대면검수 원칙은 고수할 것”이라 말했다.

이에 백 영양교사는 “대면검수로 식중독균을 잡아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식재료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자유토론을 끝으로 2시간여 진행된 토론회가 마무리됐다.

■ 모니터위원단 발대식 - “모니터요원의 의견 모여 급식신문의 이정표 될 것”

대한급식신문 모니터위원단 발대식(이하 발대식)이 지난 2월26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 모 중식 레스토랑에서 개최됐다. 이번 발대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모니터위원 50여 명이 참석해 성대히 거행됐다.

최석철 대한급식신문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급식신문은 작년 6월 창간되어 전국 각 분야의 단체급식 현장을 두루 살피고 단체급식의 정론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며 “올바른 단체급식 문화를 정착시키고 안전한 급식산업에 새 지평을 여는 전문 미디어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 대표는 “바쁜 일정에도 발대식에 참석해준 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모니터위원들의 의견과 마음 하나하나가 향후 대한급식신문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 말했다.이어 대한급식신문 모니터위원 중앙위원장과 위원이 소개됐다.

모니터요원은 각 16개 시도별로 지역 모니터위원과 모니터위원장으로 구성된다. 지역 위원장과 분과 위원장으로 구성된 중앙위원단도 결성된다. 전국적으로 200여 명의 모니터위원이 등록해 활동할 예정이다. 이날 위촉된 모니터위원 중앙위원장은 조은주 서울 원효초등학교 영양교사, 교정급식위원은 김중섭 박사, 병원급식위원은 권영우 영양사 등이다.

위촉장 전달식도 이어졌다. 최석철 발행인이 모니터위원을 대표해 중앙위원장으로 위촉된 조은주 영양교사에게 위촉장과 명함을 전달했다.조은주 중앙위원장은 “오늘 발대식의 큰 의의는 만남”이라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조 위원장은 “단체급식 발전의 진정한 목소리가 대한급식신문에 실리기 위해 만나는 자리”라며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되어 그 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이번 모니터위원단 발대식을 통해 앞으로 잘못된 제도 개선을 위해 대한급식신문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토론회 이모저모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등 여당의원 대거 참석 눈길

이번 토론회는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인 만큼 정치권의 관심도 뜨거웠다. 먼저 여당을 대표하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토론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고승덕 의원(서초구을), 장광근의원(동대문갑), 배은희 의원(비례), 허원제 의원(부산진구갑)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도 대거 자리를 같이했다.

또한 이용경 선진과 창조의 모임 정책위의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축사에서 “학교급식은 질과 위생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며 “뿌리 깊은 나무가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어린이들이 안전한 학교급식을 통해 튼튼한 뿌리를 가진 좋은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관심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고승덕 의원은 축사에서 “학교급식 문제는 청소년에게 얼마나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느냐에 달렸다”며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우리의 유일한 희망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경 선진과 창조의 모임 정책위의장은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요소”라며 “우수한 학교급식을 제공해 자라는 아이들이 보다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영아 의원은 “아이들은 ‘학교급식’을 통해 올바른 식문화와 예절을 배운다”며 “이번 토론회가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올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최석철 대한급식신문 발행인은 인사말에서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급식 안전사고 관련 문제가 대중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가 일선 학교급식 현장의 노력과 어려움을 공유하고 학교급식의 바람직한 방향 설정과 제도 개선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핵심 주제인 과중 처벌규제 개선에 관심이 많은 전국 학교장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경기도 소재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번 토론회는 급식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장들과 관계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행정실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 씨는 “지금까지 누구도 꺼내지 않았던 내용을 속 시원하게 표현하는 자리였다”라며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도 토론 자리에 나와 함께 의견을 나눴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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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향미 2009-04-18 23:29:54
참으로 좋은 토론회 였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