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나도 리베이트 감사 받았습니다”
[카페테리아] “나도 리베이트 감사 받았습니다”
  • 윤금란 영양교사
  • 승인 2018.03.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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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오태중학교 영양교사 윤금란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의 1만2000여 개 학교 중 1/4에 해당하는 3200여 개 학교가 식재료 공급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언론보도가 쏟아지며 학교급식 현장이 발칵 뒤집어졌다.

속속 드러나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업체의 리베이트 사실조차 몰랐던 필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보도로 인해 전체 영양(교)사가 욕먹는 상황에 화도 나고, 남들이 필자도 리베이트를 받는 영양교사로 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보도 이후 교육청의 감사가 이루어졌다. 감사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영양(교)사도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름이 ‘리베이트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런 경우 사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는 방법과 책임 소재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설마 했던 필자 또한 도교육청 감사관으로부터 해당년도의 캐쉬백포인트의 사용내역에 대한 감사 자료를 메일로 보내라는 요청받았다. 감사자료 제출을 위해 캐쉬백포인트 카드에 가입을 하고 자료를 받은 결과 필자는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도교육청 감사관은 이런 메일을 필자 개인에게만 보낸 것이 아니라 영양(교)사의 전체 이메일로 보냈기 때문에 필자의 이름을 알아본 일부 다른 교사들이 필자에게 문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졸지에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오해를 산 것이다.

아마 얼마 전 징계조치가 이뤄진 대전시교육청에서 감사를 받은 영양(교)사 158명도 필자와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업체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캐쉬백포인트나 상품권을 받았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아무런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리베이트를 받은 ‘불량 영양(교)사’로 오해를 산 경우에는 반드시 사실 규명을 해야 한다.

‘리베이트 명단’에 포함된 3200여 개 학교 중 해당사항이 없는 대부분 영양(교)사의 명예와 신뢰성 훼손에 대한 명예 회복이 있어야 한다.

영양(교)사의 처우 개선과 인권 보호를 해야 할 대한영양사협회는 이와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법 앞 한 명의 죄인을 찾기보다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영양(교)사들에게 리베이트 수수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조차 없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와 아무런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사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영양(교)사들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요구하고, 더구나 선량한 영양(교)사들마저 누명을 쓰게 만든 식재료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엄중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대구와 경북에는 대설이 내리고 있다. 대설이라 수업시간은 단축되어도 급식시간은 늦어지면 안된다. 혹시 눈 때문에 급식 준비가 늦을까봐 어느 날 보다 일찍 출근을 서둘러 검수를 기다리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영양(교)사들은 칭찬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잘못한 것은 꾸짖되 제발 아닌 것으로 열심히 일하는 영양(교)사들의 사기를 꺾지는 말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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