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급식실 조리종사원은 곡예사인가
[카페테리아]급식실 조리종사원은 곡예사인가
  • 이하경 충남회장
  • 승인 2018.06.1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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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충남회장
전국학교조리사회

학교급식실 조리종사원들은 한 주 동안 조리업무에 임하며 꼭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슬아슬하게 국솥 등의 급식기구에 올라가 공조시스템(후드·덕트)을 청소하는 순간이다. 

이때는 청소를 위한 위험한 ‘곡예(?)’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급식실 종사자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순간이지만, 급식 위생을 위해 피해갈 수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현재 대부분의 조리종사원들은 연령과 근무 연차가 얼마나 오래됐건 상관없이 모두가 조리실 청소에 임해야 한다. 특히 사다리도 놓을 수도 없는 공간인 가스레인지 위의 후드를 닦으려면 가스레인지를 밟고 올라서거나 국솥·취반기 위에 올라서야만 한다. 

학교급식소에서 10여 년 이상 일 해온 필자 역시 가스레인지 등에 올라설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지금도 몇 번 발을 헛디디어 다칠 뻔했던 아슬아슬한 과거의 경험이 생각날 때면 등에 식은땀이 난다. 

급식소에서 일을 하며 주변의 조리사·조리종사원들이 공조시스템 청소를 하다가 미끄러지거나 떨어져 팔과 다리에 찰과상 또는 골절 등을 당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한 이러한 조리실 청소는 위험뿐만 아니라 해야 할 양도 엄청나다. 특히 후드와 덕트의 크기가 크거나 개수가 많으면 일거리는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그리고 청소를 다 마치고 나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 이를 지켜보는 사람마저 위태로움을 느낀다.

급식실이 이렇게 위험한 공간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무관심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실질적인 학교의 관리 당국인 교육청에서는 학교와 조리종사원들에만 위험한 환경 개선을 맡길 것이 아니라 공조시스템 청소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업무를 외부업체에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나마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예산을 직접 편성해 공조시스템 청소를 외부업체에 맡긴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지역 교육청도 이에 대해 인식을 전환하고 빠른 시일 내에 공조시스템 청소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업무에 대해 외부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학교를 신설하거나 급식실을 리모델링할 때 보다 효과적인 급식과 함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급식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설계부터 급식실 종사자들의 의견을 필히 반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급식실에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떻게 구성하고 설치해야 효과적이고 안전한 급식이 이뤄지는지 등 이러한 것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급식실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생점검의 기준도 바꿔야 한다. 이 같은 위생점검 기준 중 하나는 ‘반짝거리는 후드’다. 조리실에서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조시스템이 후드인데 그렇기 때문에 ‘후드를 반짝거리게 유지’하라는 기준은 비상식적이다. 외부 전문 청소업체도 쉽지 않을 일인데 조리종사원들에게 ‘반짝거리는 후드’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조리종사원들 모두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학교급식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 같은 조리종사원들의 마음이 안전하고 맛있는 급식으로 학생들에게 전달되도록 힘을 보태주는 교육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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