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작은 것이지만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급식
[카페테리아] 작은 것이지만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급식
  • 김미경 영양사
  • 승인 2018.08.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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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영양사
광주 상일중학교

꿈 많던 고교 학창시절 친한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구르는 낙엽에도 웃고 행복했던 그 시절, 급성백혈병이라는 병명으로 일주일 만에 하늘나라에 부름을 받은 내 친구를 옆에서 지켜보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건강한 삶을 위해 먹을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영양사라는 직업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아마 필자가 현재 영양사로 일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시작된 영양사로의 삶이 어느덧 2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영양사라는 식품·영양 전문가로 일하며 청소년기의 편식, 인스턴트 음식의 과도한 섭취 등으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여 고질적인 질환들을 앓고 있는 경우들을 봐왔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먹기 편하며, 영양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싶은 욕구에 여러 가지 조리자격증도 따게 되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다양한 요리대회도 출전하여 상도 받았지만, 함께 경쟁하는 사람들의 훌륭한 레시피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도 많았다. 당시 어깨 넘어 배운 레시피는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적용했고, 이를 제공 받은 학생과 교직원들은 질 높은 급식이란걸 자연스레 느끼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적극적으로 영양상담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쿠키와 빵도 만들고, 학교 급식실을 풍선장식 등으로 미화하며 한우 맛 체험, 과일채소 먹기 등도 홍보해봤다. 이러한 활동은 급식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로 이어지며 영양사로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소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며 항상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하는 우리들이지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급식소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마냥 웃을 수만 없다. 흔한 예로 대부분 급식소에는 변전기가 영양사실이나 조리사실에 위치하고 있어 전자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되면 이로 인해 암이 유발되거나, 출산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어렵지 않게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급식소 신축 시 변전기는 필히 외부에 설치하여 급식 종사자들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올 여름은 1994년 폭염과 유사할 정도로 극성이다. 모든 곳이 무더위로 힘들겠지만, 특히 조리실은 그 어디에도 비할 곳이 없다. 바깥온도가 35℃이면 조리실 온도는 60℃를 넘나든다. 일반 사무실과 달리 조리실은 열기구와 많은 습기 속에 근무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의존하는 것은 에어컨. ‘머피의 법칙’일까? 이 같은 폭염에는 에어컨의 고장도 잦다. 가동을 많은 계절이다 보니 고장도 더 많겠지만, 문제는 수리를 위한 AS다. 많은 AS 신청에 밀려 어떨 때는 10일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이럴 경우 급식소는 다중이용시설이니 만큼 긴급으로 수리가 해주면 안 되는 걸까? 단순히 뜨거운 열기에서 일하기 때문에 급식 종사자들의 편의를 봐달라는 것은 아니다. 

자칫 노출될 수 있는 식중독 사고와 안전한 급식 제공은 이곳에서 일하는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것이지만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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