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eaT여! 학교급식 본연의 목적 잊지 말라
[카페테리아] eaT여! 학교급식 본연의 목적 잊지 말라
  • 인천 부흥초등학교 오세영 영양교사
  • 승인 2018.08.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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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흥초등학교 오세영 영양교사
오세영 영양교사
오세영 영양교사

2011년쯤이었다. 교육청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서 만든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이 주제였다. 이 시스템이 무엇인지, 어떻게 계약을 하는지 등의 설명과 함께 이용방법에 관한 연수였다. 앞으로 급식 식재료 계약은 이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기에 설명을 꼼꼼히 들은 후 기쁨을 감추지 못했었다.

기존에 단위 학교에서는 식재료 납품 계약 시 학교 운영위원회에 심의를 받아 업체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투찰 자격부여 업체 몇 개를 추려내며, 업체 점검을 나가 계약을 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계약을 했었다.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작업이지만 매년 투찰하는 업체는 비슷비슷한데 업체에서 제출한 서류만 큰 박스로 3-4개에, 업체를 사전 점검해 실사하고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양교사들 사이에서도 ‘입찰’이 가장 골치 아픈 업무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이 복잡한 업무를 eaT에서 해주고 학교는 공정한 방법으로 검증된 업체만 계약을 하며 서류도 전자서류로 대체되면서 아주 편리한 제도였기에 크게 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간 eaT를 통해 학교급식 계약을 진행하고 납품을 받아보면서 후회하고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 건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시간 여행이라도 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그동안 학교는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내면서 부실업체와 거래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일단 업체 수가 과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입찰할 때마다 비슷한 업체가 제안서를 냈었는데 지금은 계약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업체가 계약되니 업체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업체 수의 증가는 부실한 업체까지 학교와 계약하게 만드는 행태를 만들었다.

학교급식소위원들이 업체 방문을 나가면 늘상 사진을 찍어오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부실한 업체가 한 두 업체가 아니었다. 과연 이곳이 전처리를 하는 곳이 맞는지 알 수 없는 녹슨 칼이 자외선 등이 빠져있는 소독고에 들어 있었고 업체 직원은 달랑 3명인, 흡사 개인 슈퍼와 같은 모양새의 업체였다. 학부모들도 학교에 와서 방문한 업체가 비위생적이고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된다며 성토를 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방문해보면 정말 가관인 곳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비대면 계약을 하게 되니 업체들은 학교를 아예 무시한다. 일부 업체는 최근 말도 안 되는 ‘브랜드지정 불가’를 외치며 ‘저질물건 바꿔치기’를 하면서 아이들을 볼모로 부당이득을 편취하기도 한다.

학교는 이렇게 급식에 피해를 주는 업체를 미리 걸러 달라고 수수료를 주는 것 아니었던가? 이쯤 되니 과연 eaT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사’가 맞는지 의심이 들고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수료 장사에 눈이 멀어있는 eaT에 사이트 이용료를 꼬박고박 주고 있는 학교가 바보같이 느껴진다.

학교급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위해 제공되어야 하는 양질의 한 끼이다. 이를 위해 어떠한 제도든 목적에 맞게 개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aT는 급식의 목적을 간과하고 있다. eaT 고객은 학교와 업체가 아닌 급식을 먹는 아동 및 학생이다. eaT는 지금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위생적으로 그리고 성실 납품으로 모두 검증된 업체에게만 투찰의 기회를 주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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