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조리사, 학교급식의 또다른 책임자다
[카페테리아] 조리사, 학교급식의 또다른 책임자다
  • 전위숙 전국학교조리사회 회장
  • 승인 2018.10.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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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숙 전국학교조리사회 회장
전위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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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소에서 일하는 조리사들은 급식소를 관리하는 영양(교)사와 함께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조리사는 영양(교)사와 협업하는 동시에 조리종사원들을 통솔하면서 식재료 준비와 조리, 배식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조리사라고 해서 뒷짐만 지고 있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 안에 조리를 마치고 배식까지 해야 하는데 교육청 방침으로 배치된 조리종사원 수가 너무 적어 모두가 효율적으로 힘을 합해야 한다.

또한 조리사는 현장의 책임자로 식중독 예방의 최일선에 있다. 식중독 예방은 식재료 검수부터 시작이다. 때로는 영양(교)사보다 먼저 출근해 식재료 검수 준비를 하고 영양(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 대행을 해야만 한다. 조리과정에서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늘 신경쓰느라 급식을 마치면 진이 빠진다. 조식과 석식을 하는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전에 없던 관절염까지 얻어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을 진 학교 조리사임에도 그동안 음지에서 일해 왔던 것 같다. 필자는 1990대 초반 정규직인 식품위생직으로 학교에 들어와 20여 년 이상 학교급식소에서 근무해오면서 보람있는 일도 많았고 아쉬운 일도 많았는데 그 중 참 아쉬운 것이 이처럼 열심히 하는 조리사 분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대우받지 못했던 부분이다.

무엇보다 조리사를 조리종사원의 한 명으로 보는 시선이 힘들었다. 조리사들은 정식으로 조리사자격증을 취득해 조리실의 책임자로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청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해 식품위생직 조리사 대신 조리종사원 1명을 임의로 배치하거나, 영양(교)사에게 겸임을 시키기도 했다. 영양(교)사 선발은 매년 늘어나는데 조리사는 정규직이 극히 적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웠다. 전국의 정규직 학교 조리사 모임인 ‘전국학교조리사회’가 있지만 이제 다들 정년퇴임을 몇 년 남긴 사람들이 절대다수가 됐다.

그래서 이번에 전국 4개 교육청에서 200여 명의 정규직 조리사를 선발한 것이 매우 기쁘고 의미있었다. 조리사라고 해도 학교 조리사 신분은 공무원이다. 안정적이고 노후보장이 되어 있어 여타 산업체 조리사에 비해 장점이 많다. 젊은이들이 도전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음에도 그동안에는 교육청에서 채용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교육청의 반응과 계획을 보면 내년에도 많은 인원들이 선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에 학교가 1만1000개가 넘는데 그 중 정규직 조리사는 2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제 200명이 선발됐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정규직 조리사 선발로 학교 조리사의 위상 정립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교급식소의 총책임자는 영양(교)사임이 틀림없지만, 조리사는 조리실의 책임자이다. 식단작성을 제외한 조리 준비와 인력 배치, 배식, 조리 후 관리 등은 조리사가 관리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앞으로의 학교급식은 영양(교)사로 하여금 식단과 식재료 관리, 총괄관리와 함께 식생활교육 쪽에 집중하도록 하고, 조리사의 권한과 위상을 높여 조리실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두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여긴다. 다만 조리사는 영양(교)사의 지휘와 권한을 넘어서면 안 되고 영양(교)사 역시 조리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학교급식을 발전시키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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