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 알츠하이머 예방·치료 효과 있다
귀리, 알츠하이머 예방·치료 효과 있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9.12.23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진청, 귀리 속의 함유물질에서 개선 효과 확인
아베난쓰라마이드, 국산 품종 ‘대양’에 많이 함유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귀리에만 있는 독자적 성분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 이하 농진청)이 전남대 의대과 함께 한 동물실험에서 귀리의 ‘아베난쓰라마이드(Avenanthramide, 이하 Avn)’ 물질이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특히 Avn-C의 항치매 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vn은 현재까지 보고된 곡물 중에 유일하게 귀리에만 있는 물질이며, 항산화, 항염증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이 물질은 현재까지 20여 종의 단일 화합물이 보고되어 있으며, 그 중 C, A, B 가 귀리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형태다.

앞서 귀리는 2002년 타임지에도 슈퍼푸드로 선정돼 소비자들에게 기능성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다른 곡물에 비해 단백질, 지방, 비타민 B군, 필수아미노산, 베타글루칸이 풍부해 식품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작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옥수수, 밀, 벼, 콩, 보리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작물이며, 조사료용으로 70%, 식용으로 약 30%가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최근 정읍, 강진, 해남, 영암 등을 중심으로 재배가 확대되고 있어 이번 연구 결과는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동연구팀은 먼저 알츠하이머 증상을 갖도록 유도한 쥐(5X FAD)에 Avn-C 단일(표준) 물질 6mg/kg을 2주간 먹여 실험한 결과, 뇌 해마에서 억제되었던 기억 형성의 기작을 회복하는 양상을 확인했다. 쥐의 행동평가(모리스 수중 미로 기억·물체 인식 기억)에서도 정상 수준의 기억력을 보였으며, 치매 증상의 하나로 나타나는 공격적인 행동도 완화됐다.

이어 연구팀은 많은 귀리 품종 중에서 국내산 귀리 품종의 효능을 추가로 확인했다. 국산 품종인 ‘대양’에는 Avn-C가 평균 89.8㎍/g 함유돼 다른 국산 귀리나 외국산 귀리 가공제품보다 많은 양이 들어있다.

연구팀은 대양 품종을 2~3일간 발아한 추출물에서 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정제한 다음 Avn-C를 31mg/g 함유한 분획물을 제조했다. 이 분획물이 알츠하이머를 유도한 쥐의 해마에서 억제된 기억 형성의 기작(학습과 기억을 형성하는 중요한 세포학적 기작. 신경세포끼리 신호전달 세기가 커져서 유지되는 현상. 알츠하이머 질환은 장기 강화가 형성되지 않아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함)을 다시 회복하게 하는 것도 확인했다.

현재 알츠하이머 질환은 전 세계 치매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질환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라는 독성 물질이 쌓이면서 신경세포에 손상을 야기하고, 기억형성 작용을 억제해 기억형성을 방해한다. 그리고 결국 신경세포를 사멸시켜 기존의 기억을 잃도록 만든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항치매 화합물은 신경전달 물질의 뇌 내 농도를 개선시키는 정도로, 미국 식약청(FDA)에 승인된 치료제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진청에서는 치매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치매 예방 및 치료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성과로 보고 있다.

또한 대양 귀리를 이용해 기억향상 기능성 보조식품뿐만 아니라 치료 물질로 개발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조승호 중부작물부장은 “귀리가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소재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어서 앞으로 기술 확보는 물론 관련 연구의 폭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특허를 마친 상태로 미국, 유럽, 중국 특허도 출원해 원천기술을 확보했으며, 최근 국제 학술지(Molecular Neurobiology) 온라인판에도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미니인터뷰 - 국립식량과학원 이유영 연구사]

귀리, 치매 치료 소재로 개발할 터

Q. 본 기술의 개발 배경은?
귀리 수입량은 2013년 5019톤에서 지난해 4만5746톤으로 급증했고, 국내 재배면적과 생산량 역시 지난 5년간 5~6배 이상 증가했다. 따라서 국내 귀리 재배농가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수입산과 차별화를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Q 치매 예방과 치료 효과를 위한 Avn-C 섭취는?
 동물 대상 임상 결과를 보면, 치매 예방과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체중 60kg인 성인을 기준으로 귀리(종자)를 하루에 약 4kg 섭취해야 하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대양’ 귀리를 이용해 Avn-C 고함유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Avn-C 고함유 분획물은 하루 11g만 섭취해도 항치매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분획물의 안정성 평가 및 개별인정형 원료 등록 등을 통해 건강기능성 식품 및 제약산업 소재로도 활용 가능하다.

Q 국내외에서 귀리를 먹는 방법의 차이는?
우리나라에서 귀리는 주로 밥에 혼반용으로 섞어 먹는 귀리쌀로 소비되며, 최근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귀리가루에 우유를 섞어 먹는 귀리 우유 제품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세계적인 곡물 회사에서 오트밀, 귀리바, 귀리음료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한 상태며, 최근에는 장건강, 심혈관에 효능이 있는 기능성 귀리 제품도 개발되고 있다.

Q 향후 구체적 연구방향은?
 연구를 통해 개발된 고함유 분획물 제조기술은 국제 특허권을 취득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농진청에서는 앞으로 본 기술을 바탕으로 제약산업과 연계한 치매 예방 및 치료용 소재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귀리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귀리 가공품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2주간의 단기간에 효과를 나타낸 전임상 연구 결과로, 앞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정확한 섭취량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