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유치원급식 사고… ‘그곳에 영양사는 없었다’
예견된 유치원급식 사고… ‘그곳에 영양사는 없었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7.02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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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관리 영양사로 운영되던 안산 H유치원서 집단 식중독 발생
영협, “공동관리 법령 삭제하고, 유치원급식 위한 제도 마련해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결국 우려했던 사고가 터졌다. 단체급식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던 ‘급식 관리의 사각지대 유치원급식’에서 다수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유치원은 원아와 교직원 등 식수 인원이 200명에 가까웠음에도 법령상 ‘공동관리 영양사’ 허용 때문에 전담 영양사 없이 운영되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식중독 원인을 규명할 ‘보존식’조차 제대로 보관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이번 사태에 심각성을 인식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급식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이영은, 이하 영협)도 공동관리 영양사 관련 규정 삭제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서는 올해 1월 영협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든든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이영은 회장의 의지가 담긴 강력한 대응도 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6일부터 경기도 안산시 소재 H유치원에서 발생한 식중독 의심증세 환자는 지난 1일 14시를 기준으로 116명에 달했다. 원생이 112명, 원생 가족이 4명이며, 이 중 19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일부 환자는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 요독증후군(HUS)’ 증세도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신장 기능이 약해지는 이 병의 특성 때문에 4명의 원생들은 이미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아직 식중독 원인과 감염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다수의 환자에게 동일한 균이 검출된 것으로 미뤄 급식과 간식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이를 규명할 보존식이 폐기돼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급식 관리에 가장 기본인 보존식마저 관리하지 못한 데에는 유치원 전담 영양사가 없다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사태에 급식 관계자들은 크게 분노하면서도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공동관리 영양사’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해당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었지만, 현재까지 공동관리 영양사 규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단체급식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급식 관리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해왔던 유치원에서 다수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관내 50인 이상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위생점검을 실시하는 모습.
단체급식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급식 관리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해왔던 유치원에서 다수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관내 50인 이상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위생점검을 실시하는 모습.

경기도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이번 식중독 사고는 영양사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 한 막을 수 없는 문제”라며 “정부 당국이 지금이라도 유치원급식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면 당장 공동관리 영양사 관련 규정 삭제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협 역시 강한 우려를 표하며 정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영협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식품위생법상 50명 이상 집단급식소에는 영양사를 상주해 배치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그 기준이 100명 이상으로 완화됐을 뿐만 아니라 동일 관할 교육지원청 내 5개 시설까지 공동으로 영양사를 둘 수 있어 영양 및 위생관리가 제도적으로 취약하다”며 “학교급식법 개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학교급식법 적용을 받는 유치원급식에 HACCP과 급식 안전관리를 전담할 영양교사, 식재료 품질관리기준 및 영양, 위생·안전관리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협 이 회장은 “국가의 미래인 유아들의 건강증진과 성장발달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급식·영양관리 실현이 필요하다”며 “하루빨리 유치원급식도 학교급식과 동일한 수준의 급식관리기준을 마련해 유아 50인 이상의 유치원에 영양교사 1인을 단독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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