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도입되나
식품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도입되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7.07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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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 열고 소비자 등 각계 의견 수렴
관건은 ‘소비기한’ 인지도… “소비자단체 협조와 언론홍보 필요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식품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정부 당국의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 이하 식약처)가 올해 연말까지 관련 법령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직 낮은 식품 소비기한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기한으로 변경됐을 경우 발생하는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 등을 불식시키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4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소비자단체·학계·업계와 함께 ‘소비자 중심의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방안’을 주제로 ‘제2회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 2020’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식량 낭비 감소를 위한 국제 동향(고려대 박현진 교수) ▲소비기한 도입 시 예상되는 변화(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박태균 회장) ▲식품의 일자 표시제 개선방안(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TF 최종동 과장) 및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패널 토론자로는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한은경 교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미성 박사 ▲한국식품산업협회 송성완 이사가 참여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고려대 박현진 교수는 전세계 식량 수급 상황과 낭비되는 식량에 대한 통계를 제시하며, 전세계에서 매년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의 양이 13억 톤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추세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연간 500만 톤의 음식이 버려지고, 이로 인한 처리비용만 8000억 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충분히 섭취해도 되는 가공식품이 버려지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식량 손실이 식량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이 절대다수여서 대규모 식량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박태균 회장도 “국내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판매가 가능 기한’이라고 응답하는 동시에 소비기한으로 인지하는 등 유통기한에 대한 인지도가 대단히 낮다”며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일정 기간 이후까지 섭취할 수 있음에도 음식을 버리고 있어 음식물쓰레기 대량 발생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진국은 이미 폐지한 유통기한

국내에서 식품 유통기한을 개선하자는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유통기한 표시가 시작된 시기는 1985년으로, 당시 ‘권장유통기한’에서 2000년에 유통기한으로 변경된 이래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1985년과 비교했을 때 식품제조 및 포장기술과 냉장유통시스템이 정착된 현재는 당시 사정과 많이 다르다.

시간이 지나며 유통기한 산정 공식이 변했고, 유통기한과 함께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 등이 함께 사용되기도 했으나 아직 소비자가 신뢰하는 기준은 유통기한이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곧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정상 섭취할 수 있는 제품임에도 버려지기 일쑤였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면서 대안으로 식품 소비기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다.

법령상 유통기한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종일’인 반면 소비기한은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최종일’로 유통기한은 해당 식품의 저장조건에서 미생물시험과 관능검사 등을 거쳐 부패 시점을 산출하고, 안전계수 등을 고려해 설정한다. 현재 유통기한의 안전계수는 부패 시점을 1로 설정했을 때 0.6~0.7이다.

즉 A제품이 표시된 저장조건에서 10일 만에 부패한다면 안전계수 0.6이 적용돼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6일’이 된다. 반면 소비기한은 부패 시점을 1로 설정했을 때 안전계수를 0.8에서 0.9로 적용한다.

포럼에서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식약처 최종동 식품표시광고정책TF 팀장은 “유통기간 도입 당시 유통환경이 미흡해 안전계수를 높게 적용하지 못했던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지금에 이른 것”이라며 “유통기한이 경과해도 품질에 이상 없다는 것이 각종 연구에서 나온 과학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2016년 유통기한의 정의를 삭제하기로 합의하고, 2018년 7월 이를 공식 시행했다.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인 유통기한 명칭이 사라진 것으로, 미국과 EU 등은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과 품질유지기한 등의 표시를 하고 있다.

식약처도 이에 대응해 2018년부터 소비자단체, 산업계, 학계 등 전문가 회의와 토론회 등을 개최한 바 있으며, 올해부터는 식약처 내 식품표시광고정책TF를 구성해 소비기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식약처는 일단 오는 9월까지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연말까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소비자 신뢰도 높이기’

소비기한 도입을 위해 현재 선행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낮은 소비자들의 인지도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 잡은 유통기한 표시를 변경할 경우 적지 않은 혼란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이 길어지는 것은 명백하므로 소비기한 기간이 늘어나도 안전하다는 과학적인 입증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은 포럼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고려대 박 교수는 “국외 동향과 선진국들의 사례 등을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식약처가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박 회장도 “식약처는 소비자단체의 협조를 얻고, 다양한 언론매체를 이용한 홍보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라며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며 소비기한과 유통기한, 품질유지기한 등의 병행표시 방법도 필요하다면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다수가 이용하는 단체급식소에서도 식재료 신선도와 안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유통기한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와 대국민 홍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영양사는 “안전하고 신선한 식재료 확보를 위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유통기한이고, 이 표시로 인해 업체와 적지 않은 갈등도 있었다”며 “소비기한이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 정립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법령 개정 역시 불필요한 갈등이 없도록 관계 당국이 세심하게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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