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도매시장 경매제, 과연 누굴 위한 것인가
[카페테리아] 도매시장 경매제, 과연 누굴 위한 것인가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친환경유통센터 정준태 센터장
  • 승인 2020.10.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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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친환경유통센터 정준태 센터장
정준태 센터장
정준태 센터장

최근 우리나라의 유통환경은 농수산식품 소비 페러다임 변화와 통신술 발달, 산지 직거래 및 온라인 거래 증가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거래물량이 감소하는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수산물은 90년대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인 실정이다. 이처럼 가락시장이 공영도매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가락시장은 1995년 당시 용산시장 등지에서 가격 칼질과 같은 위탁상 폐해가 심각해지자 생산자 보호를 위해 경매로 가격을 결정하는 경매제 중심의 공영도매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이렇게 시작된 경매제는 지난 35년간 가격 결정과정에서 출하자가 배제된 깜깜이 출하, 당일 수급에 따른 극심한 가격 변동성, 거래시간 과다소요 및 유통비용 증가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여기에 경매회사인 도매시장 법인 중심의 독과점 유통체계가 고착되면서 농업과 무관한 대기업의 자본인수 대상으로 전락하였고, 그 결과 과다한 수익 창출과 주주 배당이 이뤄지면서 도매시장 법인 간 위탁수수료 경쟁, 출하장려금 지급 등 출하자 보호는 뒷전이 되고 말았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경매 비중이 지속 감소해 10% 수준에 불과하며, 2020년 6월 ‘도매시장법’을 전면 개정해 개설자인 자치단체가 시장 상황에 맞게 거래원칙을 정할 수 있게 했다. 미국·유럽도 초기 경매제 이후 ‘도매상(시장도매인)’으로 전환하여 소비지 도매시장은 대부분 수의거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우리나라도 유통단계 축소 및 생산자의 출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2000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을 개정하여 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도매시장 개설자인 서울시가 2012년 시장도매인 도입을 위해 요청한 조례 개정안을 아직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시장도매인은 농수산물을 출하자로부터 직접 매수·수탁하여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역할까지 모두할 수 있는 유통인이다. 즉 경매를 거치지 않고 농산물 수집과 분산 등을 수행하는 등 유통단계가 축소돼 유통비용이 절감된다. 또한 출하 농민과 시장도매인의 협상으로 출하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가격 안정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과거 위탁상은 개인이 출하대금을 지불했으나 시장도매인은 농안법에 따라 별도 정산조직을 설립해 출하대금 지급을 보장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 거래물량과 가격이 공개되기 때문에 가격 후려치기도 곤란하다. 결과적으로 경매는 과소생산 시대에 생산자 보호를 위해서는 효과적이지만, 과잉공급 시대에는 적정가격 형성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구매자가 요구하는 정시·정품·정량 물건 공급이 어려우며, 고품질·친환경농산물 거래도 곤란해 시대에 맞는 유통구조로 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락시장에도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 출하자가 거래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도매인제와 경매제가 상호 경쟁하는 가운데 공영도매시장으로써의 기능을 충실히 하여 출하 농민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적정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농식품부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즉시 허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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