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 정년, 채우기 쉽지 않네
영양교사 정년, 채우기 쉽지 않네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11.08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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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 원인… ‘건강 악화’ ‘업무 과중’ 꼽아
영양교사들, “장기근속 위해 근무환경 개선돼야”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영양교사들이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과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영양교사를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근무환경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본지가 교육부와 전국 교육청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정년퇴직을 맞는 영양교사 비율은 타 비교과 교사에 비해 낮은 반면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인원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영양교사 신규 채용이 많게는 500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정년퇴직에 명예퇴직 또한 적지 않아 영양교사의 총원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다.

근무환경 등으로 인해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영양교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근무환경 등으로 인해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영양교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지역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신규 영양교사 채용에도 총원이 늘지 않는 것은 영양교사 정년퇴직과 함께 명예퇴직 비율 또한 적지 않은 탓”이라며 “타 비교과 교사에 비해 영양교사의 정년 전 퇴직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다수 영양교사들은 명예퇴직 사유로 크게 2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급식실 환경에 따른 건강 악화를 꼽았다. 이는 비단 영양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 영양(교)사와 조리 종사자에게 해당되는 부분으로, 소음과 일산화탄소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일례로 영양(교)사들 중에는 지속적인 소음에 시달리다 난청, 신경쇠약, 이명 등의 증상을 겪는 사례가 있었으며,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과거 사망한 조리 종사자도 있었다.

수도권의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급식실 소음으로 인한 난청과 조리 시 화구와 음식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문제 등이 비단 조리 종사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영양(교)사실로 전해지는 지속적인 소음과 환기가 잘되지 않는 근무 공간은 기관지 질환 등도 염려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영양(교)사들의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언급했다. 기본적인 영양·위생업무 외에 3식 학교 배정, 공동 관리로 인한 순회근무 등은 결코 혼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업무라는 것.

실제 전국에 3식 학교 대부분은 영양(교)사가 1명씩 근무하고 있다. 물론 예산을 별도 편성해 보조 영양(교)사를 배치하는 경우가 일부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 영양(교)사들은 3식 학교 배정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며, 심지어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영양교사들은 3식 학교 배정 시 명예퇴직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다수 지역에서는 별수 없이 3식 학교에 신규 영양교사를 배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동관리로 인한 위생사고 부담도 적지 않은 문제로 지목됐다. 특히 지방의 경우 식수인원이 적은 학교가 많아 흔하게 공동관리를 실시하는데 자칫 영양(교)사 부재 시 발생하는 사고에 책임을 피할 수 없어 항시 불안함을 안고 근무하는 상황. 지난 6월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안산 H유치원의 공동관리 영양사 구속이 대표적 사례다.

지방의 B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인사발령을 앞두고 3식 학교 배치가 예상되면 명예퇴직마저 고려하게 된다”며 “3식 학교 발령으로 인해 늘어난 업무시간은 예외로 하더라도 출·퇴근 문제까지 겹치면 일은 물론 가정에도 소홀하게 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공동관리를 하는 영양교사들은 식중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비교적 위험이 적은 메뉴를 짜고 조리사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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