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직생증명서’ 원흉… ‘조리기계조합’이었나
부실 ‘직생증명서’ 원흉… ‘조리기계조합’이었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11.22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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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직접 생산 실태조사 나선 조리기계조합 제대로 했나” 비판
조리기계조합, “기준·절차 다했을 뿐 담합은 근거 없는 주장” 해명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부정당업자 지정’에 반발하며 소송에 나선 오븐기기 판매사 ‘R업체’에 대한 법원 판결이 오는 27일로 다가온 가운데 문제가 됐던 ‘직접생산확인증명서(이하 직생증명서)’ 발급에 조리기계 업체들을 대표하는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이사장 임성호, 이하 조리기계조합)이 깊게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본지 299호(2020년 11월 9일자) 참조>

R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독일 유명 오븐업체의 제품을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R사 홈페이지 캡쳐)
R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독일 유명 오븐업체의 제품을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R사 홈페이지 캡쳐)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R업체는 지난 2019년 3월경 2년간 유효한 직생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 직생증명서는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시행규칙에 의거해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이하 중기중앙회)가 발급을 맡고 있다.

직생증명서가 발급되는 목적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 입찰에서 대기업 및 수입 제품 또는 하도급 생산 납품행위 등을 방지하고, 직접 생산하는 중소 제조업체의 판매난 완화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또한 중소기업자 간 제한경쟁에 있어 실제 제조능력이 없는 업체가 공공조달시장 입찰·계약에 참여하는 것을 사전 차단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조리기계조합은 이 같은 직생증명서 발급과정에서 실태조사의 역할을 맡는다. 중기중앙회가 모든 산업 분야 업체들의 직접 생산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기중앙회가 직능별로 대표단체를 지정하고, 지정된 단체가 해당 업체의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해 보고하도록 체계를 만들었다.

사실상 중기중앙회가 지정한 대표단체가 직생증명서 발급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따라서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R업체에 발급한 직생증명서 역시 조리기계조합이 직접 생산을 확인하여 중기중앙회에 발급을 요청한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조리기계조합의 현장 실사 후 R업체에 대한 증명서 발급요청이 들어와 발급했다”며 “현행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조리기계조합의 업무처리가 부실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R업체는 홈페이지에도 스스로 외국 유명 오븐을 수입·판매한다고 밝히고 있고, 수백여 개의 부품 중 단 한 가지만을 직접 생산하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직생증명서를 발급해준 것은 ‘묵인’을 넘어선 ‘담합’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오븐업체 관계자는 “R업체는 부품 중 좌측 판넬만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직생증명서를 발급해준 것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직생증명서 발급 직후부터 조리기계조합과 R업체의 유착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 지적과 함께 결과적으로 조리기계조합이 R업체의 직생증명서 효력을 정지시키긴 했으나 지난 2년간 R업체는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무려 15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더 이상 학교급식 등 조달시장에 들어올 수 없는 R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판매한 제품의 A/S에 소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결국 R업체는 지난 2년간 학교급식 오븐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빠져나가는 ‘먹튀’가 될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통 큰 협조’를 해준 의혹을 받는 조리기계조합은 따가운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R업체는 법망의 틈새를 이용해 영업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R업체는 올해 2월 중기중앙회로부터 직생증명서 취소 처분과 동시에 부정당업자로 지정되자 곧바로 ‘직생증명서 효력 취소 처분 취소 소송’과 ‘부정당업자 지정 취소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직생증명서 효력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근거로 부정당업자 지정 취소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줬고, 이로 인해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R업체는 공공조달 입찰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R업체는 부정당업자 지정 처분을 받고도 약 1년여간 영업행위를 이어갔고,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만 약 9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같은 R업체의 행태는 조리기계조합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방의 한 오븐업체 관계자는 “도저히 직생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업체임에도 발급을 해줬기 때문에 조리기계조합과 R업체의 담합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외국계 유명 오븐을 등에 업은 데다 어차피 앞으로 조달시장에 참여할 일이 없는 R업체의 전방위 영업 공세까지 더해져 지난 2년간 유·무형의 피해를 입은 업체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R업체와 관련해 조리기계조합 임성호 이사장은 “조리기계조합은 직생증명서를 발급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권한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조리기계조합은 정해진 기준과 절차를 다했을 뿐이며, 담합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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