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시장 ‘직접 생산’ 판단, 명확히 나왔다
조달시장 ‘직접 생산’ 판단, 명확히 나왔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12.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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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RSK 직접 생산 취소처분은 정당했다” 소송 기각
업계, “정녕 조리기계조합이 직생증명서 정의와 취지 몰랐나” 비판
현장, “기술개발 뒷전인 국내 업체도 문제, 언제까지 참고 쓰나” 일침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외국산 오븐 부품을 조립해 ‘직접생산증명확인서’(이하 직생증명서)를 근거로 공공조달시장에 납품해 논란이 됐던 R업체의 직접 생산 증명을 취소하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업체는 독일 유명 오븐 회사인 ‘라치오날’의 제품을 수입·판매해온 RSK테크놀로지(대표 강세기, 이하 RSK)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당초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이하 중기중앙회)의 직생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조력’해준 셈이 된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이하 조리기계조합)을 향한 비판이 더욱 거세다.<본지 299호·300호(2020년 11월 9일·11월 23일자) 참조>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RSK 측도 직생증명서 발급을 위해 나름 절차를 지켰는데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안종화)는 지난달 27일 RSK가 제기한 ‘직접 생산 확인 취소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RSK는 지난해 2월 중기중앙회로부터 2021년 2월 19일까지 유효기간인 직생증명서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올해 초 중기중앙회는 RSK가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는 제보에 따라 사실 확인 등 청문절차를 진행했고, 직접 생산이 아니라는 결론과 함께 올해 2월 RSK의 직생증명서를 취소했다. 그리고 6개월 부정당업자로 지정하는 처분도 함께 진행됐다. 이에 RSK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직생증명서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법원, RSK 직접 생산 아니다

재판부가 RSK의 취소 요구를 기각한 근거는 명확했다. RSK가 독일산 라치오날의 오븐을 들여와 판매하면서 오븐의 외부 케이스 중 일부만 직접 생산하는 것은 ‘직접 생산 행위가 아니다’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구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에서 정한 상업용 오븐의 직접 생산 의미는 ‘스테인리스 스틸판을 주원재료로 보유 생산시설 및 인력을 활용해 절단, 절곡, 부속품 조립·부착·용접, 연마, 검사 등의 각 생산공정을 거쳐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고, 전체 생산공정이 모두 필수공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3월에 개정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직접 생산 확인기준의 취지와 내용을 보면 상업용 오븐에 대한 직접 생산의 정의는 ’주원재료인 스테인리스 스틸판(내부통, 외부케이싱 「오븐 외부를 구성하는 판넬」 등)에 대해 모두 해당 중소기업이 보유한 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각 생산공정을 거쳐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마땅하다”고 봤다.

법에 순응하지만 억울함도 있다

또 재판부는 “RSK는 전체 5개의 판넬과 건·습열 버너 등을 독일 유명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판로지원법상 직접 생산 기준과 정의에 비춰보면 ‘하청 생산 납품 행위’를 했다고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까지 RSK가 항소하지 않으면 이번 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서 RSK는 직생증명서 취소와 함께 향후 6개월간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공공조달시장에서 납품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판결에 대해 RSK는 일부 억울한 점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RSK 관계자는 법에 순응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설명하면서 “직생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절차에 문제없이 준비했고, 이를 조리기계조합 실태조사원이 직접 실사해 발급해줬는데 지금은 위법이라고 하니 이게 말이 되나”라며 “이러한 직접 생산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관련 정부기관도 방문해 유권해석도 받아보는 등 적법하게 직생증명서를 발급 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 홈페이지 모습.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 홈페이지 모습.

직생증명서 취지 정녕 몰랐나

재판부 판결이 내려지면서 RSK 보다 직생증명서 발급을 위해 실태조사를 맡은 조리기계조합이 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비전문가인 재판부보다 더 많은 정보와 전문성을 갖춘 조리기계조합이 실태조사를 했음에도 직생증명서의 정의와 취지에 따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녕 조리기계조합이 모를 수 없는데 알면서도 ‘묵인’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리기계조합 회원사 관계자는 “RSK의 직생증명서 발급 당시 조리기계조합 최고 선임자가 실태조사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일반인보다도 못한 법률 이해도를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국내 주방기기업체들의 권익 보호와 대변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가 제 역할은 하나도 못하면서 단체 가입만 강요하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리기계조합 관계자는 “당시 정해진 절차와 규정대로 따랐을 뿐 묵인한 것이 아니고, 국내 업체들의 보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다만 회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검토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내 오븐 업체들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경기도의 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기술개발은 등한시하고, 함량 미달 제품을 계속 학교에 팔겠다는 영업 전략을 고수해온 것이 지금 RSK 제품의 판매량 폭증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국내 제품을 쓰고 싶어도 성능이 너무 떨어지는데 이런 제품을 참고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일선 영양(교)사들의 충고를 주의깊게 새겨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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