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들려줄게] 산채비빔밥
[한식을 들려줄게] 산채비빔밥
  • 한식진흥원
  • 승인 2021.01.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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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한 그릇에 가득 담긴 한국인의 문화, 입맛, 정서!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온갖 산채를 얹어 고추장에 비벼 먹는 산채비빔밥. 나물마다 각각 향이 다르고 식감이 달라 입이 호강한다. 풍부한 섬유소, 무기염류, 비타민, 엽록소, 각종 효소 등 다양한 영양성분도 함유해 몸도 건강해진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예로부터 산나물이 자연스럽게 대중화되며 산채비빔밥은 우리의 음식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렸다.

■ 몸과 마음을 채워주는 지혜의 음식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쪘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에 들어간다’

‘주먹 같은 고사리요, 향기로운 곰취로다. 빛깔 좋은 고비나물 맛 좋은 어아리다…’
조선시대 전원생활을 그린 ‘전원사시가(田園四時歌)’ 중 봄 부분에 실린 시를 보면 산나물을 캐며 즐거워하는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흔아홉 가지의 나물 노래를 부를 줄 알면 삼 년 가뭄도 이겨 낸다”는 속담처럼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캐낸 산나물은 여러 가지 형태로 밥상에 올려졌다. 그중에서도 산채비빔밥은 갖가지 산나물과 곡류를 적절히 섞어 영양균형을 맞추고, 양념으로 맛의 조화를 이끌어낸 조상들의 지혜가 듬뿍 담긴 음식이다.

먹을 수 있는 산나물만 해도 수백 종에 이른다. 산달래, 냉이, 황새냉이, 돌미나리, 두릅, 곰취, 수리취, 미역취, 싸릿대, 모시대, 참나물, 잔대싹, 뚜깔, 싱아, 누르대, 돌나물, 머위, 질경이 등 어떤 나물을 재료로 하는가에 따라 산채비빔밥의 맛도 오묘하게 달라져 먹을 때마다 새롭다.

담백하고 소박하지만 내면의 깊이가 전해져 오는 산채비빔밥은 현대인들의 건강식으로, 절에서는 스님들이 공양으로 내놓는 사찰 음식으로 큰 맥을 유지하고 있다.

■ 산채비빔밥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니 
산채비빔밥은 진채식(陳菜食)과 오신반(五辛飯)으로 비빔밥을 해먹던 것과 가장 형태가 유사하다. 진채식은 고사리, 호박고지, 오이고지, 가지고지, 시래기 등 햇볕에 잘 말린 나물을 물에 우렸다가 삶아 무친 음식이다. 오신반은 자극성이 강하고 매운맛이 나는 다섯 가지 나물로 만든 생채 음식으로 입춘 절식 중 하나이다. 눈 속에서 자란 새싹을 이용한 귀한 재료로 주로 왕실이나 일부 상류층에서 먹었다.
 

■ 진채식
조선시대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를 보면 대보름날 묵은 나물 즉 진채를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풍속이 나온다. “묵은 나물을 9가지 이상 만들어 먹으면 한 해 동안 탈 없이 지나게 된다”는 속신이 내려오는 지역에서도 대보름날 묵은 나물을 즐겼다. 봄철에 미리 산에 나는 취, 개암취, 까막취, 산미역취 등과 같은 취나물 종류와 굴싸리, 오야지, 삿갓나물, 고추나물 등을 뜯어다 말려 저장해두었다가 쓴다.

■ 오신반

움파, 산갓, 당귀싹, 미나리싹, 무싹을 살짝 데치거나 날 것으로 무친다. 당귀싹은 꿀에 찍어 먹기도 하고, 산갓은 데쳐서 초장에 무치기도 했다. 궁중에서는 입춘에 오신반을 수라상으로 올렸고, 임금이 신하들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쌉쌀하거나 신맛이 나는 나물을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오신반은 겨울을 지낸 후 부족해진 신선한 채소의 영양분을 보충하고 잃어버린 입맛을 돋워주는 역할을 했다.

■ 한국인의 입맛 지켜주는 최고의 한식
산채비빔밥에는 한국인의 문화와 입맛,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인공식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맛과 향으로 우리의 입맛을 지켜주는 최고의 한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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