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따를 유치원, 세심히 살펴야
학교급식 따를 유치원, 세심히 살펴야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1.03.03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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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원아 50명에서 100명… “법 취지 어긋나” 지적
영양교사 신규 채용은 물론 퇴직 영양교사 활용도 방법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학교급식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유치원급식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조언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급식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점 개선은 물론, 학교급식 노하우가 풍부한 인적자원의 활용방안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학교급식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모든 국·공립 유치원 4863곳과 원아 수 100명 이상의 사립유치원 1979곳(전체의 55.5%, 유치원알리미 기준)은 학교급식 대상에 포함돼 위생·안전관리와 식재료 품질관리기준 등을 적용받게 됐다.

당초 원아 수 50명으로 계획되어 있던 사립유치원의 기준이 100명 이상으로 완화됨에 따라 학교급식 대상이 되어야 할 절반 가까이가 벗어나 당초 취지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제외되는 100명 미만 사립유치원은 당분간 유치원 급식 관련 지침 등을 통해 관리를 강화하고, 향후 학교급식법 등 관계 법령 개정을 통해 대상을 모든 유치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정상인 영양사 고용, 개선돼야

현장 급식 관계자들은 학교급식법을 준용해야 하는 유치원급식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제일 먼저 영양사들의 고용 형태가 안정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본지가 확인한 온라인상의 영양사 채용공고에는 3~4시간 근무하는 ‘파트타임’ 영양사를 뽑고 있는 곳이 다수 있었다.

올해부터 학교급식 영역으로 들어온 유치원급식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조언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사진제공 = 안동시청)
올해부터 학교급식 영역으로 들어온 유치원급식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조언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사진제공 = 안동시청)

육아·출산 등 경력 단절을 이유로 파트타임 근무라도 복직하기 위해 지원하는 영양사들이 다수 있었고, 이 같은 관행이 이어져 유치원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산업체 등은 파트타임 근무 영양사를 채용하고 있었다.

단시간 근무하는 파트타임 영양사는 급식운영 전반을 살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근무 외 시간 발생하는 급식업무 대부분을 원장 또는 조리사가 맡게 돼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지난해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안산 H유치원의 공동관리 영양사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사립유치원 근무 경험이 있다는 A영양사는 “파트타임은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해 서류 업무 등 기본 업무만 수행할 뿐 정상적인 식단대로 조리해 배식됐는지 확인조차 안 된다”며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시급 계산하는 파트타임 영양사 고용으로는 안정적인 급식 체계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심한 지원 필요한 유치원

원아 100인 이상 사립유치원의 급식은 기존에도 영양사가 배치된 상태에서 운영됐지만, 장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학교급식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지원과 관리가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몇몇 교육청이 학교급식이 도입될 유치원을 확인한 결과, 단순히 지침을 내려 따르게 하는 방식으로 학교급식 시스템을 적용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경상북도교육청(교육감 임종식, 이하 경북교육청)은 오는 3월 1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경산·칠곡교육지원청 2곳에 영양교사를 배치하고, 학교급식이 도입되는 사립유치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학교급식이 도입될 유치원 몇몇을 돌아본 결과, 십수 년 동안 정착된 학교급식 체계를 유치원에 일괄 적용하게 되면 적지 않은 현장의 혼란이 생길 것으로 판단됐다”며 “경험이 풍부한 영양교사가 해당 유치원들을 지원해 학교급식 체계 정착을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경북교육청의 유치원 지원 방안은 추진과정에서 반대의견에 부딪히기도 했다. 유치원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현재 영양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공동관리교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는 “경북교육청은 학생 수 50인 이상인 관내 25개 학교의 급식 공동관리를 개선하지 않고 유치원급식 지원을 위한 인력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공동관리 해소를 위한 중·장기 인력충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공동관리 해소를 위한 영양교사 정원 확보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유치원급식의 지원 또한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퇴직 영양교사… 대안될 수도

일각에서는 유치원급식을 담당할 신규 영양(교)사 채용과 함께 학교급식 경험이 풍부한 은퇴 영양교사들을 활용하는 방법도 사립유치원의 급식 체계 구축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일부 광역지자체의 신규 식품·외식업체 대상 위생·안전 컨설팅에 퇴직공무원을 활용한 사례가 성과를 보이면서 퇴직 영양교사들의 컨설팅이 학교급식을 처음 접하는 유치원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시(시장 권영진)는 지난해부터 식품·위생 분야 퇴직공무원으로 구성된 ‘전문 식품안전 자문단(이하 자문단)’을 꾸려 사회공헌사업인 ‘식품안전 레벨-업 어드바이저 사업’을 2년에 걸쳐 추진하고 있다.

자문단은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해 신규 식품·외식업소를 방문, 식품안전 미흡사항(법령 위반사항) 등을 확인하여 현장에서 개선 조치와 함께 교육·지도한다. 이 같은 활동 결과, 지난해 관내 신규 영업자의 위반 건수는 44%, 식중독 발생 건수는 86%가 감소했다.

대구시 사례처럼 학교급식 체계를 도입해야 하는 유치원급식에 경험이 풍부한 퇴직 학교 영양교사를 자문단으로 구성해 운영한다면 효과적인 노하우 전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수도권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교급식 도입 초기부터 틀을 잡았던 영양교사들의 노하우가 유치원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급식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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