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법조칼럼] 영양사·조리사의 용서받지 못할 행동
[조성호 법조칼럼] 영양사·조리사의 용서받지 못할 행동
  • 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 승인 2021.02.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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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한) 강남 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조성호 변호사

지난 18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2형사부는 지난해 식중독 사고를 일으킨 안산 H유치원 사건에 대해 원장은 징역 5년을, 영양사와 조리사는 징역 2년과 2년 6월을 각각 선고했다. 당초 검사가 구형한 ‘원장 징역 5년’ ‘영양사 및 조리사 징역 3년’에 대해 재판부는 원장에 대한 구형은 그대로 받아들였고, 영양사와 조리사도 검사의 구형을 상당부분 인정했다.

검사의 구형과 재판부 선고 형량이 거의 일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담당 재판부의 관점에서 피고인들이었던 원장, 영양사, 조리사의 죄질이 좋지 않았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등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업무상과실치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실제 이들은 보존식을 허위로 만들었고, 구매검수서, 거래명세서, 육류거래 명세표, 도축증명서 등을 허위 작성해 보건 당국의 유통경로 및 수거검사를 곤란하게 했다. 즉 여러 죄목 중 원장과 영양사 및 조리사가 공무원들의 조사를 방해하는 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죄가 큰 것으로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선고 내용에도 나와 있듯 이들 영양사와 조리사는 원장의 지시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이러한 점이 형량에 감안되었지만, 징역형이라는 실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일반적으로 업무지시를 받는 관계, 즉 상관과 부하직원 관계에 있어 상관이 부당하거나 불법적 지시를 내릴 경우 직원 입장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재판부는 이런 내용을 참작하여 선고에 반영한다. 이번에도 역시 참작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형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먼저 죄질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상관의 지시라 해도 보존식과 여러 관련 문서를 허위로 만들어 역학조사를 방해한 점은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는 것. 여기에 영양사와 조리사의 지위에 관한 점도 더해진다. 영양사와 조리사는 급식에서 오염되거나 오염될 우려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직업적 고유 업무를 인정함과 동시에 책임 또한 인정한 것이다.

이번 법원 판결을 볼 때 단체급식에 있어서만큼은 이제 더 이상 상관 지시라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즉 이미 영양사와 조리사는 개별적 책임을 묻는 시대에 와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영양사나 조리사들이 실제 상관의 불법적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또한 거부 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할까. 이런 점에서 급식 관계자들은 심각한 고민과 함께 불법적 지시에 항명할 경우 혹시 모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은 결국 영양사와 조리사가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재판 선고 현장에 참여한 해당 유치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재판에서 영양사와 조리사의 처우 그리고 그동안 실수로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이 조직적인 범행이란 점을 알게 돼 놀랐다”라고 했다.

법과 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었고, 원장이 어떤 지시를 하였던 간에 유치원을 믿고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 입장에서는 유치원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와 조리사가 급식소의 안전을 소홀히 하고, 또 그런 행위를 사후에 덮으려고까지 했다는 점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다.

대한급식신문
[조성호 변호사는.....]
-대한급식신문 고문 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졸업
-現 법무법인(유한)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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