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식재료 미식 기행- 충청도 주꾸미
지역 식재료 미식 기행- 충청도 주꾸미
  • 한식진흥원
  • 승인 2021.03.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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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듯이, 낙화 落花 의 동백이 시각적인 봄의 전령사라면 주꾸미는 사람들의 미각을 통해 봄을 알린다. 싱싱하게 살이 오른 주꾸미로 요리한 주꾸미볶음이나 주꾸미구이를 보면 묘하게 동백꽃과 닮았다. 요즘 유행어로 ‘싱크로율 거의 100%’인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충남 서천군에서는 해마다 3월 말에 ‘서천 동백꽃 주꾸미 축제’가 열린다. 이름만으로는 언뜻, 동백꽃과 주꾸미의 연결이 어색하지만, 계절과 지역, 모양을 살펴보면 이만큼 맞춤한 조합도 없을 것이다.

■ 입속에서 터지는 맛의 불꽃

주꾸미 요리를 결정짓는 것은 요리 실력이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손질하는가에 달렸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는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요즈음은 손질되어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세척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식감과 맛에 큰 영양을 미친다. 내장과 먹통을 제거하는 것은 기본이다. 소금물에 담가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두 마리씩 비벼가며 씻는 방법, 밀가루를 뿌린 후 주꾸미 표면의 미세한 이물질을 닦아내는 방법 등등 다양한 노하우가 요리법보다 중요하게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대로 씻은 싱싱한 주꾸미만 준비한다면 그다음은 요리법대로만 하면 된다.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도 주꾸미가 싱싱하지 않으면 맛있는 주꾸미 요리를 낼 수 없다.

양념을 아무리 맛있고 강하게 해도 주꾸미볶음의 맛은 주꾸미가 결정한다. 요리 실력이 젬병이어도 신선한 주꾸미만 있다면 그저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요리가 된다. 그만큼 주꾸미 요리는 선도와 재료 손질에서 승부가 난다고 할 수 있다.

■ 주꾸미는 밥도둑이 아니다

흔히 맛있는 요리에는 ‘밥도둑’이라는 비유가 따른다. 말 그대로 밥을 훔치듯이 몇 그릇이라도 먹을 만큼 맛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음식은 간장게장, 고추장 숯불구이 등등 대개 짜거나 매운 음식일 때가 많다. 물론 단순히 자극적이거나 간이 세서 밥을 찾는 건 아니겠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탄수화물 과다 섭취로, 이런 식습관이 반복된다면 영양 불균형이나 과체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럴 때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과유불급(過猶不及) 이어야 한다.

주꾸미는 지방 함량이 낮고 100g당 47kcal인 저열량 식품이다. 30g짜리 작은 약과 하나도 150kcal 가량이니 주꾸미는 저칼로리 고단백의 대표 식품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주꾸미 요리는 밥을 부르지도 않는다. 선도가 좋지 않은 것을 감추기 위해 자극적인 양념을 한 주꾸미볶음이 아닌 다음에야 밥도둑이 될 염려는 없는 것이다. 특히 봄 주꾸미는 ‘주꾸미 쌀밥’이라는 알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아 굳이 밥을 더 먹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지 않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주꾸미는 제격이다.

코로나19에게 빼앗겼던 올해 봄은 주꾸미가 있어서 암울하지가 않다. 동백을 닮은 주꾸미가 전해주는 봄의 향기와 맛은 바이러스의 위세가 드높은 시절에 면역력이라는 큰 위로를 전해주기도 한다. 음식만으로 면역력이 갑자기 오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당한 운동과 함께 주꾸미처럼 영양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혼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걱정이 없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사회생활에 주꾸미는 몸과 마음에 큰 위로와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주꾸미회는 서천 동백꽃 주꾸미 축제를 기약할 수 밖에 없다. 벌써 입안에 군침이 돈다. 축제는 이미 입속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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