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에 ‘후순위’된 학교급식 종사자
백신 접종에 ‘후순위’된 학교급식 종사자
  • 박선영 기자
  • 승인 2021.04.13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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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인원 모이고 마스크는 벗는 급식소 “누가봐도 취약해”
방역활동에는 ‘앞장’ 세우더니 백신 접종할 때는 ‘뒷전’ 비판

[대한급식신문=박선영 기자] 방역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 백신 접종을 잠정 연기하면서 학교 내 우선 접종 대상이었던 보건·특수교사 등의 접종도 잠정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당초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학교급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작 감염에 ‘가장 취약한 대상은 급식 종사자’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학교 교직원 백신접종을 앞두고 지난 2일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성남시 수정구보건소를 방문해 백신접종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학교 교직원 백신접종을 앞두고 지난 2일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성남시 수정구보건소를 방문해 백신접종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급식을 먹기 위해 부득이하게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고, 또 다수 인원이 일시에 모이는 급식소는 누가봐도 가장 취약한 곳인데 방역활동에서는 ‘앞장’ 세우더니 백신 접종할 때는 ‘뒷전’이냐는 항변이다.

질병관리청(청장 정은경, 이하 질병청)은 지난 7일 AZ 백신 접종 대상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접종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접종 중이던 60세 미만과 지난 8일부터 접종을 계획한 학교의 보건·특수교육 교사, 어린이집 간호 인력 등도 모두 잠정 연기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유럽의약품청(EMA) 총회에서 AZ 백신과 일부 특이 혈전 발생 간의 연관성을 검토함에 따라 그 결과를 확인한 후 추진하기 위해 결정됐다.

이 같은 접종 연기와 별도로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지난 2일 질병청이 발표한 ‘코로나19 예방 접종 2분기 시행계획’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된 보건·특수교육 교사보다 업무상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감염 시 파급 여파가 더 심각할 수 있는 급식소임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선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먼저 학교 내 급식소는 교실 등 다른 교육장과 달리 식사를 하는 곳이라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점심식사 시간 또한 제한적이라 아무리 분산을 해도 일시에 다수 학생들이 모이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의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생들과 교사 그 누구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급식소는 일시에 다수 학생이 모이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는 곳”이라며 “국과 찌개 등의 음식 간도 봐야 하기 때문에 급식 종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내려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현재 학교에 외부인 출입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학교에 공식 업무차 지속 방문하는 외부인은 식자재 공급업체 관계자가 유일하다. 즉 영양(교)사와 조리사 등 급식 종사자들은 공식적인 업무로 매일 식자재 공급업체 직원과 접하게 된다는 것.

경기도의 B중학교 영양사는 “학교급식 식재료는 ‘당일 입고, 당일 소진’이 원칙이라 매일 아침 식재료 업체 담당자와 대면할 수밖에 없는데 감염 위험도가 높지 않아 백신 접종 후순위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지역에서 학교 식재료를 공급하는 담당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당시 원주지역 학교급식이 전면 중단된 적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정된 백신을 시급한 곳에 우선 접종한다는 방역 당국의 시행계획에 찬성하지만, 굳이 우선 순위를 고려한다면 여러 상황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급식 종사자들이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그 파급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학교급식 종사자의 업무를 고려해 백신 접종 대상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지 않는 이상 현 단계에서 방역 당국의 계획 수정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번 2분기 예방 접종 시행계획에 대해 “학교급식 종사자들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노고와 처지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백신 수량이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코로나19 감염 시 주변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우선 접종대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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