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갑작스런 기구 고장, 이제 당황하지 마세요~”
[특집] “갑작스런 기구 고장, 이제 당황하지 마세요~”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5.02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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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 주요 기구 사용법·대응법·청소법·관리법 속속들이 제공
불필요한 A/S 비용과 출장 줄여 급식소와 제조업체 모두 ‘윈윈’

■ ‘급식전 이즈백’ (1) 급식 베테랑이라면 꼭 알아야 할 ‘주요 기구 매뉴얼관’

# 1. “급식 준비 중 취반기에 전원은 들어오는데 버튼이 안 눌러지는 거예요. 억지로 누른다고 눌렀는데 버튼이 안 눌린 것을 몰랐어요. 뒤늦게 밥이 전혀 안 된 사실을 알고 어찌나 당황했던지… 버튼이 왜 안 눌리는지도 모르겠고,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그날 아이들은 15분 정도 기다려서 밥을 먹어야 했는데 미안하기 그지없었죠. 몇 년이 지난 일인데도 당시 당황하고 막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A조리사>

# 2. “조리를 마무리한 국을 보온카에 담아두었는데 배식을 하려고 보니 국이 미지근하다 못해 식어가는 거예요. 조리사님이 당황해서 저한테 뛰어왔는데 저도 원인을 몰라 같이 발만 동동 굴렸죠. 분명 보온카에 전원은 들어오는데 데워지질 않았어요. 결국 그날은 국 보온카를 못 쓰고 다시 조리실에서 끓여서 급식에 나갔어요.” <B영양교사>

 

이 에피소드들은 본지가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전국 영양(교)사·조리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온 일부 사례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이 급식 기구 사용법을 자세히 숙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학교 내 공간 중 기구와 설비, 도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은 바로 ‘급식실’이다. 급식실은 학교 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와 가스, 물과 불 등을 사용하면서 수십여 가지 도구와 기계도 사용한다. 심지어 같은 품목의 기구라도 어느 업체의 제품인지에 따라 종류와 기능이 천차만별인 것도 있다.

잘 모르면 장애물 되는 ‘급식 기구’
조리 종사자들은 기구를 능숙하게 다룰 가능성이 낮은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절대다수다. 여기에 영양(교)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을 뿐, 기구에 대한 친숙함은 조리 종사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사정 때문에 조리 종사자들은 인사발령 시기가 되면 긴장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한다.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기구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급식은 바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응 기간이 길어질수록 급식의 질은 위협받고, 조리 종사자들의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영양(교)사와 조리 종사자에게서 더 크게 나타난다.

영양(교)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영양(교)사들이 식단을 작성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참고자료 중 하나가 조리 종사자 수와 그들의 경력이다. 이는 조리 시간과 직결되기 때문. 정해진 시간에 조리가 가능한 식단을 구성해야 하는데 숙달된 조리 종사자일수록 어려운 메뉴도 잘 수행한다. 그리고 이는 급식 만족도 상승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아무리 숙달된 조리 종사자라도 새로운 기구에 익숙하지 않다면 조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결국 급식 운영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급식전, 기구 사용법 파헤친다
매년 단체급식산업의 주요 이슈와 트렌드를 선도해온 ‘우수급식·외식산업전(이하 급식전)’이 올해는 주요 급식 기구를 선별해 이에 대한 올바른 사용과 관리법을 속속들이 전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오는 6월 3일(목)부터 5일(토)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급식에서는 특별 부대행사로 ‘단체급식 조리실 주요 기구 8 매뉴얼관’(이하 매뉴얼관)을 준비한다.

주최 측은 전시장 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8가지 주요 기구를 전시하고, 제조업체 측과 현직 영양(교)사가 매뉴얼에 맞춰 실행하는 동영상도 제작해 현장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기구는 ▲취반기 ▲오븐기 ▲회전국솥 ▲부침기 ▲냉장고 ▲배식대 ▲식기세척기 ▲살균소독기로, 관람객들이 직접 주요 기구들을 사용해보며 사용법을 체득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다.

필수 기구 8가지 다 모인다
매뉴얼관의 주제는 크게 4가지다. 먼저 주요 기구의 자세한 사용법이다. 모든 기구들은 사용설명서와 함께 소비자에게 제공되지만, 인쇄물로 제작된 사용설명서를 실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용설명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버려지거나 분실되기 일쑤. 이번 급식전은 이 같은 현장에 고민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첫 사용 시 ‘더 오래’ ‘더 잘’ 사용하는 요령도 배울 수 있다.

두 번째는 기구 오작동 시 대처법이다. 급식 기구의 오작동과 사소한 고장은 급식소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매뉴얼관에서는 주요 기구 8가지를 주제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오작동과 고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A/S 신청을 방지하기 위한 A/S 전 체크사항도 목록으로 소개한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오작동 사례와 대처법을 알면 불필요한 A/S 비용과 출장을 줄일 수 있어 급식소와 기구업체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기구 청소법. 전기와 가스, 물과 불 등을 많이 사용하는 기구인 만큼 사소한 실수로도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매뉴얼관에서는 주요 기구들에 대한 효율적이면서도 올바른 청소법을 전달한다.

마지막 주제는 기구 관리법이다. 사용과 청소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관리법이다. 특히 학교급식소는 방학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 이때를 대비한 관리법이 필요하다. 매뉴얼관에서는 주요 기구별로 제조업체가 전하는 특별한 관리법을 알아볼 수 있다.

엄선된 기구, 영상으로 알아본다
매뉴얼관에 출품하는 제조업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주최 측은 매뉴얼관에 등장할 기구 기준도 까다롭게 정했다. 그만큼 많은 급식소에서 사용하면서 인정도 받는 제품을 선정하기 위해서다. 주최 측이 정한 기준은 ▲2020년 매출이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 5위권 이내 업체 ▲단체급식 기구 전문 제조업체 ▲급식 관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업체 등 총 11개사로 선정했다.

매뉴얼관에서 주목할 또 하나는 이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매뉴얼관에 참여한 제조업체들은 현직 영양(교)사와 함께 자사 기구의 사용법과 관리·청소법 등을 알아보는 영상을 촬영해 이를 전시장에서 공개한다. 그리고 전시가 종료된 후에는 동영상이 급식실 자체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급식전 주최 측 관계자는 “기구 사용법과 오작동 대처법 등은 그간 단체급식소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던 숙제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문성 있는 급식 기구업계와 현업 급식 종사자들의 자문·의견수렴 등을 거쳐 마련한 이번 매뉴얼관이 급식 현장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많은 관심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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