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희망급식 바우처 ‘결국 혼란 속으로’
서울 희망급식 바우처 ‘결국 혼란 속으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5.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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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한 일정에 업무 폭탄 맞은 영양(교)사, “교육청 갑질” 비판
폭주하는 민원으로 학교 업무도 과부하 “이제 시작일 뿐” 한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 사업(이하 급식바우처사업)’이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을 안내할 당시부터 지나치게 촉박한 일정 탓에 현장 영양(교)사들에게 과도한 업무 폭탄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사업 시행 초반인 현재 학교 현장은 각종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은 지난 10일 25개 자치구, 한국편의점산업협회와 함께 급식바우처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560억 원의 소요 예산은 서울교육청과 서울시, 자치구가 각각 5대 3대 2 비율로 분담한다.

이 사업의 근본 취지는 올해 3월 등교하지 못한 학생들이 굶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이른바 ‘탄력급식’ 제도에 대한 대안이었다.

탄력급식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 중인 학생이라도 ‘원한다면 학교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제도였지만, 취지에 비해 부작용과 비판이 컸고, 실제 시행률도 높지 않았다.

‘탄력급식’ 대안 ‘희망급식 바우처’

이에 또 다른 대안으로 서울교육청이 내놓은 카드가 급식바우처사업이다. 지원대상은 서울 전체 85만 명의 학생 중 65%에 달하는 약 55만6982명으로, 사업에 신청하면 1인당 10만 원의 모바일 포인트가 지급된다. 다만 매일 등교하는 초등 1, 2학년과 고교 3학년, 소규모학교, 긴급돌봄 참여학생, 꿈나무카드 대상인 저소득층 자녀는 이번 사업에서 제외됐다.

지난 10일 열린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 사업 협약식 모습.
지난 10일 열린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 사업 협약식 모습.

그리고 지급되는 10만 원의 모바일 포인트는 서울시가 운영 중인 ‘제로페이 플랫폼’을 통해 만 14세 이상 학생 또는 학부모의 핸드폰으로 지급된다. 현재 제로페이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이 유일하며, 구입 가능 식품도 인스턴트,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등을 제외한 전문가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10개 군이다.

문제는 급식바우처사업 초기부터 과도하게 촉박한 일정으로 추진해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사업 시행에 앞서 서울교육청은 지난 1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시행일을 5월 20일로 못 박았고, 일선 학교에 지원대상 명단을 5월 13일까지 제출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당시 이 지침이 학교로 내려가자 사업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며 격한 반발이 나왔다. 결국 56만여 명이 제로페이 앱을 모바일에 설치하고, 신분을 확인해 인증을 받아야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민원과 문의, 오류 해결 등이 모두 학교 영양(교)사들에게 쏟아졌다.

서울시영양교사회의 한 임원은 “단 이틀 만에 수백여 명의 학부모들과 일일이 연락해 제로페이 앱 설치와 승인 여부를 확인하고, 명단으로 만들어 교육청에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는가”라며 “학교 현장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갑질’”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청률 평균 80%, 민원 창구된 학교

이 같은 상황임에도 각 학교는 지침에 따라 가정통신문과 담임 교사들의 1대1 연락 등을 통해 최대한 명단을 취합하여 지난 14일까지 서울교육청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된다.

취합이 늦어진 일부 학교는 17일까지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지난 20일부터 포인트 지급을 시작하고 있으나 학교 현장은 여전히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 학교별로 편차는 있으나 신청을 완료된 학생 가정은 평균 80% 수준이며, 아직 신청을 못한 경우 학교 측에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걸려있는 희망급식 바우처 사용 장려 포스터.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걸려있는 희망급식 바우처 사용 장려 포스터.

서울의 한 영양교사는 “다문화 가정인 경우 학부모가 제로페이를 신청할 수도 없고, 학교에서 가정을 직접 찾아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데 민원은 계속 들어오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단순 민원뿐만 아니라 제로페이 시스템에 대한 문의까지 학교에 하는데 정말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혼란은 추후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청일 이후 들어오는 신청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일괄적으로 1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지급액 산정기준 등에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세운 학생 1인당 10만 원의 산출 근거는 1일×4000원×25일이다.

25일이라는 날짜가 나온 이유는 5월 20일부터 7월 16일까지 실제 수업일수 41일 중 평균 원격 수업일수를 25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촉박한 일정임에도 서울교육청이 제시한 일정 내에 신청하지 못하면 산출 근거가 ‘25일’이므로 원칙대로라면 지급액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5월 20일 이후 신청한 학부모도 1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지급액 산출 근거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지급대상자 산출기준이다. 5월 20일부터 7월 16일까지 원격수업을 받은 학생이라도 산출 근거(41일 중 25일)보다 적은 원격수업을 받았다면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원격수업을 25일을 받은 학생은 대상이 되고, 24일을 받은 학생은 제외되는 셈.

서울시의 또 다른 영양교사는 “일과시간 내내 쏟아지는 수십 통의 민원 전화 때문에 밤샘 작업을 해서야 6월 급식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며 “교육청의 일관성 없는 지침 때문에 민원이 폭주해 결국 영양(교)사들만 ‘희생양’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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