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식재료 미식 기행 - 경남 함양
지역 식재료 미식 기행 - 경남 함양
  • 한식진흥원
  • 승인 2021.05.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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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단맛이 필요할 때 '곶감'

조선조 말 최고의 유행가 ‘문경아리랑’에는 “화개연곡(구례) 큰 애기는 알밤 주우러 다 나가고, 동구마천(함양) 큰 애기는 곶감 접으러 다 나간다”는 가사가 있다. 유튜브도 SNS도 없던 시절, 조선팔도 방방곡곡에서 같은 노래가 흘러나왔다는 것도 놀라운 데, 가사에 함양 곶감이 등장한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 지리산이 만든 디저트, 곶감  
함양 곶감은 고종황제 진상품으로 유명한 고종시로 만든다. 곶감을 만들면 맛이 엿과 같이 달아 품종 가운데 최고 특상품으로 꼽히는 품종이다. 씨가 아예 없거나 2~3개 정도로 적게 잡히고 낙과도 적다. 최고 품종으로 만드니 결과물이 훌륭한 것은 당연지사지만, 함양 곶감을 첫손에 꼽는 이유가 단지 품종 때문인 것은 아니다.

함양은 낮밤으로 따스한 햇볕과 커다란 달빛이 비추는 고장이다. 일교차가 커 곶감 말리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저녁에 지리산의 차가운 공기를 맞고 낮에는 깨끗하고 따뜻한 공기를 쐬며 얼었다 녹기를 반복해야 차지고 맛이 진한 함양 곶감이 완성된다. 게다가 함양 전 지역은 게르마늄 광맥대가 형성돼 있어 인근 지역에 비해 토양에 4∼5배 많은 게르마늄이 분포돼 있다. 함양에서 나는 감, 양파, 산삼 등 과실의 향과 맛이 다른 지역 작물에 비해 탁월하기로 유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곶감의 재료가 되는 땡감은 본래 이맛살 확 구겨지게 떫고 쓴맛이다. 타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인데 원기회복에는 좋지만 그냥 먹으면 쓴맛 때문에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항아리에 짚을 깔아 홍시로 익혀 먹거나 껍질을 깎아 곶감을 만들어 먹는 방법이 발달한 것이다. 간식거리가 많지 않던 그 시대에는 곶감의 단맛이란 경계해야 할 정도로 특별한 것이었던 거 같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라거나 ‘곶감꽂이 빼먹듯 하다’ 등 곶감의 단맛을 위험에 빗댄 속담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 감나무처럼... 곶감처럼...
제사 음식은 제수라고 하며, 제사상을 차리는 것을 진설이라고 한다. 제수와 진설은 지역이나 집안마다 달리하는데 감은 종묘제사에 공통적으로 올랐다. 보통 제수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마련인데, 감이 의미하는 것은 ‘성장통’이었다.

감 씨앗을 심으면 처음엔 감나무가 아니라 고욤나무다. 열매가 열리긴 하지만 모양만 비슷하지 감이 아니라 고욤(고염)이다. 고욤나무가 3~5년쯤 되었을 때 줄기를 째 기존 감나무 가지를 접붙여야 비로소 감나무가 되고 감이 열리기 시작한다.”

고욤은 생김새는 감나무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포도알만 하다. 고욤나무는 접붙이기 전까지, 감나무를 맺지 못하는 고욤나무에 지나지 않는다. 접을 붙이는 것도 줄기에 제대로 붙여야 한다. 만약 줄기가 아니라 가지에 접을 붙이면 하나의 나무에서 한쪽 가지에 감이 열리고 또 다른 가지에 고욤이 열리는 ‘반쪽 감나무’가 되고 만다.
감나무가 지니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진정한 감나무가 되듯, 사람도 태어난 즉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성장통을 거쳐 선인들의 지혜를 이어받아야만 완전한 인격체로 성장한다고 봤다. 즉, 사람은 태어나면서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라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감나무는 접붙이기라는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 큰 나무가 되고, 곶감은 완전한 맛을 내기 위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떫은 감일 때는 먹성 좋은 까치조차 거들떠보지 않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안쪽부터 붉고 진하게 맛이 든다. 힘든 날을 보낼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몸과 마음에 기운이 필요할 땐 단 거, 입안 찐득해질 만큼 단 간식이 필요하다. 곶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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