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식재료 미식 기행 - 전북 고창
지역 식재료 미식 기행 - 전북 고창
  • 한식진흥원
  • 승인 2021.05.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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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달콤함, 복분자와 수박

평소 제철 식재료를 찾아 전라북도 고창을 오가는 일이 잦았다. 서울에서 출발해 운전하다가 바라보는 풍경 속에 붉은빛 황토가 눈길을 사로잡으면 고창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목소리 따라 운전하다가 고창임을 직감하는 순간 저절로 노래 첫마디가 나왔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로 시작하는 가수 송창식 씨의 노래 ‘선운사’ 말이다. 1990년에 발표한 노래는 여러 번 재발표되면서 여전히 사랑받는 노래다. 간 적이 있냐는 노래 질문에 스스로 답하곤 했다. “다음에요, 혹은 동백꽃 피면 갈게요” 하고는 발길을 재촉한다.

■ 낮은 산과 평야를 마주한 서해를 품은 고창  
전라북도 고창은 낮은 산과 평야를 마주한 서해를 품고 있다. 바다로 흘러가는 하천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막을 때 고창을 가로지르는 인천강을 막지 않았다. 그 덕분에 고창은 여름이면 먼 바다에서 온 장어 치어가 하천을 거슬러 올라 터를 잡는다. 어린 치어가 성어가 되면 장어 앞에 ‘풍천’을 붙인다. 민물과 바다가 자연스레 만나는 환경인지라 고창의 풍천 장어가 맛있을 수밖에 없다. 하천에 장어 치어가 찾아오면 산과 들에도 여름을 맞이하는 작물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한다. 보리도 좋지만 복분자, 수박은 민물장어 못지않게 고창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 복분자 재배의 원조, 고창
장어와 최고의 궁합이라는 복분자, 그 재배의 시작도 고창이 원조다. 복분자는 딸기의 일종이다. 딸기는 크게 덩굴과 나무딸기로 나뉜다.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 딸기는 야생의 딸기를 18세기에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익숙한 과일이 되었다. 복분자를 처음 재배할 때는 외국에서 들여온 블랙베리가 토종 행세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블랙베리보다는 토종 복분자를 개량해서 재배하고 있다.

보리가 누렇게 변하는 5월, 복분자는 하얀 꽃을 피운다. 꽃이 지고 한 달 뒤면 복분자가 익기 시작한다. 푸른빛을 띠던 것이 이내 붉어지고 곧 검게 변한다. 익은 복분자의 과육은 검다. 익은 복분자를 살짝 만지기만 해도 손가락 끝에 검붉은 과즙이 묻는다. 복분자를 비롯한 아로니아, 라즈베리, 블루베리 등의 베리 종류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찾는 이가 많다.

■ 대표 여름 과일, 수박
사람 몸의 70%는 수분이다. 참외, 호박, 멜론 등 박(珀)과의 식물은 수분 함량이 89% 내외지만 유독 90% 넘는 과일을 박 중에서 물이 많은 박, 수박이라 한다. 수박의 수분 함량은 91% 이상으로 대표 여름 과일이 됐다. 수박은 전국에서 나온다. 그중에서 대표 산지로 꼽는 곳이 바로 고창이다. 고창은 정읍, 장수, 진안 등 다른 곳과 달리 높은 산은 없고 야트막한 산들만 있다. 1970년대 산지를 개간해 콩 농사를 추진하다가 경제성 문제로 수박 농사로 전환했다고 한다. 시작은 콩 농사 대체로 시작했음에도 고창의 자연환경이 수박 농사에 적합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산과 바다의 바람이 기온 차이를 만들었다. 바람 덕에 고창 수박은 당도 좋은 수박을 생산했다. 수분 많은 수박에 당도까지 좋으니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 수박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
수박은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흥정하는 까닭에 ‘수박 흥정’이라는 속담이 생겨났다. 수박 사고파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분 많은 수박이 비를 만나면 수분 함량이 높아져 단맛이 희미해진다. 장마철에 고른 수박은 맛이 복불복이다. 긴 장마에 단맛이 없는 수박을 만났다면 화채가 정답이다. 화채에 복분자를 더하면 색과 건강함을 더할 수 있다.

수박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 ‘3분만 참는 것’이다. 생으로든 주스로든 말이다. 시원하게 먹기 위해 냉장고에 오래든 수박을 바로 먹는 것보다는 잠시 두면 단맛이 저절로 오른다. 잠깐 사이에 마술처럼 단맛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수박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혀가 느끼는 단맛 민감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 혀는 뜨겁거나 차가우면 민감도가 떨어진다. 팔팔 끓고 있는 음식 간을 보면 간혹 소금을 계속해서 치는 경우가 있는데 혀의 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박 주스도 추천할 만 하다. 수박 과육을 먹기 좋게 자르고는 믹서에 간다. 맛을 보고 부족한 단맛은 꿀이나 올리고당으로 보충한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소금을 아주 조금 넣어서 다시 갈면 단맛이 얼추 맞는다. 소금의 역할 중 하나가 단맛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이다. 수박 갈 때 조금의 얼음까지 넣으면 전문점에서 만든 수박 주스 이상으로 맛이 난다. 수박 고르는 요령으로는 꼭지가 살짝 마른 것이 좋다. 수박과 맞닿은 부분은 생생하지만 끄트머리가 마른 것들이 단맛이 좋다. 수박은 갓 수확한 것보다는 수분이 어는 정도 증발한 것이 단맛이 좋다. 신선하다고 모든 것이 맛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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