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책임 벗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산재 책임 벗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6.24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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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청, ‘영양(교)사도 현업업무 종사자’… 반발 거세
영양(교)사들, “학교 특수성 인정하는 산안법 규정 필요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 2017년 인천의 A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준비하던 B조리 실무사가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조리 실무사가 뜨거운 물을 옮기다 실수로 B조리 실무사의 장화에 뜨거운 물이 들어간 것. 이에 B조리 실무사는 교육감을 상대로 2019년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2년여에 걸친 공방 끝에 올해 1월 B조리 실무사 30%, 교육감 70% 비율로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1심 판결 후 인천교육청은 항소를 결정,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학교에 근무하던 C영양교사도 ‘관계자’가 되고 말았다. 학교가 산업안전보건 매뉴얼에서 제시한 필수 장비(조임 미끄럼방지 장화)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재판부 판단 때문이었다. 이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지속적인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는 책임 비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당시 교육청 등의 요구에 따라 증빙자료를 준비했던 C영양교사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영양교사는 “어떤 장비를 제공하라고 하는데 장비의 명칭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인 영양교사가 어떻게 산업안전에 책임을 질 수 있나”라며 “조리 실무사들과 불편한 관계까지 감수해가며 제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렇게 돌아오니 허탈하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학교 현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그동안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학교급식에서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급식소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는 영양(교)사들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다. 그리고 현재 전국 곳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양(교)사의 ‘현업업무 종사자’ 포함 여부가 그 시작이라고 우려한다.

현업업무 종사자 논란은 고용노동부(장관 안경덕, 이하 노동부)가 지난해 1월 제정한 ‘공공행정 등에서 현업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준’ 고시(이하 고시)에서 출발한다. 노동부는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인해 산안법이 전면 개정되고, 학교에도 적용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산재 위험이 높은 직군을 학교 내에 먼저 선정했다. 그렇게 도출된 직군은 ▲조리 ▲청소 ▲시설관리 분야다.

그리고 이 고시에서 “교육기관에서의 현업업무 종사자는 수업과 행정에 관한 업무 및 이를 보조하는 업무와는 업무 형태가 현저히 다르거나 유해·위험의 정도가 다른 업무로 별표 2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언급된 별표 2는 ‘현업업무에 해당하는 업무 내용’을 규정한 것으로, 급식과 관련해서는 ‘조리 실무 및 급식실 운영 등 조리시설 관련 업무’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일부 교육청이 이 현업업무 종사자의 범위에 조리행위를 하지 않는 영양(교)사를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실제 인천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 이하 인천교육청)은 지난달 말 “영양(교)사도 산안법상 현업업무 종사자에 포함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관내 학교로 하달해 인천지역 영양(교)사 사회가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인천지역 영양(교)사들은 “조리 업무는 영양(교)사의 업무가 아님이 너무나 명백하고, 교사의 역할이 더욱 큰데도 현업업무 종사자로 분류하려는 행위는 영양(교)사의 역할과 업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현업업무 종사자로 포함되는 것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이 크게 저항하는 것 또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지점은 현업업무 종사자 포함 자체보다 인천 A초등학교처럼 산재가 발생하면 급식소 관리자를 맡았던 영양(교)사가 어떤 형태로든 억울한 책임을 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영양(교)사가 현업업무 종사자로 분류되면 안전장비 착용 확인이나 안전교육 이수 등을 맡길 것이 분명하고, 사업주(교육감)는 산재 발생 시 이를 근거로 지도·감독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우려다.

인천의 사례 역시 B조리 실무사에게 적지 않은 피해 보상을 해야 하는 인천교육청이 C영양교사에 대한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지난 4년간 큰 고통을 받아왔다.

이같이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되는 산안법 관련 논란에 대해 일선 영양(교)사들은 “산업안전보건업무를 전문가나 외부용역업체에 맡기는 것이 정당하고, 고의나 치명적 과실이 아닌 이상 영양(교)사들에게 어떠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현업업무 종사자 관련 고시를 낸 후 일선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산재 발생 시 모든 책임은 사업주가 지어야 하며, 임금근로자에게는 책임 또는 책임의 일부라도 주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고 잘라 말했다.

인천의 한 영양사단체 임원은 “단순히 산재 책임에서 제외된다고 해도 공직사회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다”며 “노동부와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이에 적합한 산안법 적용 규정을 세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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