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기도 ‘낙하산 인사’가 남긴 ‘공’과 ‘과’
[기자수첩] 경기도 ‘낙하산 인사’가 남긴 ‘공’과 ‘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7.19 08: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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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경기도에 와서 많이 배우고, 맘껏 일하고, 다시 광야에 나섭니다.”

기자가 지난 1일 받은, 이제는 ‘전(前) 원장’이 된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하 진흥원) 강위원 원장이 보낸 퇴임 인사다. 이 메시지를 받고 한참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짧지 않은 취재 경험을 돌이켜보면 적지 않은 인물이 떠오르지만, 인상적인 인물을 순서대로 매긴다면 강 전 원장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인물이었다.

진흥원이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던 시절, 경기도 학교급식을 총괄하는 진흥원의 ▲무능과 전문성 부족 ▲높은 식재료 가격 ▲부실한 행정처리 등을 보도하면서 기자는 이 같은 보도를 대하는 강 전 원장의 태도와 반응을 기억한다. 그리고 1년 전 기자는 본지 보도와 관련된 강 원장의 ‘사실 왜곡’을 지적하는 글을 직접 쓰기도 했다.<본지 291호(2020년 7월 6일자) 참조>

여담이지만 당시 강 원장의 대응 중 가장 실소를 자아냈던 것은 ‘대한급식신문 출입금지’ 조치였다. 진흥원 입구는 물론 진흥원이 위치한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 출입구와 공용 엘리베이터에도 붙여놓아 지인들의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후배 기자들은 “진흥원이 우리 신문의 인지도와 매체력을 높여준다”고 좋아하기도 했었다.

이번 강 전 원장의 퇴임 메시지는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었다. 바로 메시지 제목으로 뽑은 ‘준비되지 않은 이별’. 사실 강 전 원장은 임기를 불과 한 달여 남짓 남기고 퇴임하는 터라 메시지 제목과 같은 마음이라고 전하고 싶겠지만, 이미 ‘준비됐던 이별’이라는 사실은 강 원장 자신도, 기자도, 진흥원 소속 직원들도, 경기도청 농정업무 담당 직원들도, 강 원장을 ‘삼고초려’(?)했다는 이재명 지사도 모두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경기진흥원 본부에 게시됐던 출입금지 안내문. 지금은 철거됐다.
경기진흥원 본부에 게시됐던 출입금지 안내문. 지금은 철거됐다.

강 전 원장은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이재명 지사가 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남지역 기반이 약해 영입한 인물이라는 주장은 이미 정설이 된 지 오래다. 따라서 강 전 원장은 임기를 마쳐도 연임 대신 이재명 지사의 대선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라는 메시지 제목은 참 기자를 난감하게 했다.

강 전 원장은 이제 공식적으로 진흥원을 떠났고, 그가 남긴 ‘공’과 ‘과’만 남았다. 그는 퇴임 메시지에서도 진흥원의 체질을 개선했다며 자기 얼굴에 잔뜩 ‘금칠’을 하기도 했다. 굳이 강 전 원장의 주요 공을 평가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사상 초유의 급식 중단 사태를 버텨냈고, 농산물 판매량 증가, 농민 기본소득 도입 시도 등은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과오는 적지 않았다. ▲채용비리 ▲업체 유착 ▲감사 묵살 ▲식재료 대량 폐기 같은 유쾌하지 않은 단어들이 강 전 원장과 진흥원을 둘러쌌고, 결국 수사기관의 감사 요구와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질타, 그리고 기관 감사까지 여러 번 받게 됐다.

게다가 ‘법적 조치’를 참 좋아했는지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과 엮이기도 했다. 강 전 원장은 당시 상황을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당사자가 떠난 지금, 그 뒷감당은 오롯이 행정기관, 즉 경기도와 진흥원의 부담으로 남았다.

그래서 기자는 개인적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참 싫어한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은 기관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결국 당사자의 판단과 실책은 기관의 큰 부담으로 두고두고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인되는 대표적 사례를 만든 이가 결국 강 전 원장이 됐다.

강 전 원장이 이재명 지사 대선캠프에 합류한 이상 그는 이제 정치인이다. 그의 두 번째 정치 도전이다. 과거 강 전 원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그가 저질렀다는 성희롱 사건 폭로가 나와 사실상 정치인생을 접어야 했다. 2003년 벌어진 성희롱 사건은 당시 지역에서 ‘강위원 성희롱 사건 백서’까지 제작될 정도로 파장이 컸었다. 이로 인해 강 전 원장은 피해 여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며 결국 스스로 출마를 포기했었다.

이런 흠결이 있는 정치인을 이재명 지사가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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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2021-08-31 08:14:35
정말 도민으로서 분개를 금치 못하겠네요
내 세금 다 내놓아라
자기 주머니 돈 이라면 이럴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