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내놓은 새 급식기준, 개선점 ‘수두룩’
식약처가 내놓은 새 급식기준, 개선점 ‘수두룩’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8.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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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식중독 예방’보다 ‘식재료 검수’에만 치중”
학계, “급식산업에 영향 큰 제도, 공청회 등 거쳐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단체급식소의 대형 식중독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 이하 식약처)가 제시한 ‘집단급식소 급식안전관리기준(이하 급식안전기준)’ 제정 고시(안)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온다.

식약처는 이번 급식안전기준을 오는 10월 13일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 하지만 급식 현장에서는 이번 급식안전기준이 이대로 적용될 경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식약처는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자가 실시하는 위생관리 점검에 필요한 세부사항이 담긴 급식안전기준 제정안을 지난 6월 30일 행정예고하고, 지난달 29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제정안은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자가 급식안전을 위해 지켜야 하는 위생관리 사항을 ▲개인위생 ▲검수 및 보관 ▲조리 ▲배식 및 보존식 ▲시설 총 5단계로 구분해 설정했다.

이번 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개인위생 분야에서 식품 취급 및 조리를 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수칙과 함께 보다 강화된 식재료 검수 및 관리지침을 제시했다. 기존 식품위생법에서 제시한 기준 외에 추가된 기준 중 눈에 띄는 점은 주로 위생점검과 관련된 내용이다.

급식안전기준 제5조에 따르면, 집단급식소 설치·운영자는 매일 위생관리사항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급식안전기준에서 제시한 위생관리점검표와 함께 식재료 검수일지도 기록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위생관리 점검표와 식재료 검수일지는 3개월간 보관하도록 보존 연한을 명시했다.

현장 급식 관계자들은 이번 급식안전기준에 대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미 일부 영양(교)사들은 식약처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식약처가 급식안전기준을 지나치게 ‘식재료 검수’에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 스스로 급식운영을 ▲식단작성 ▲식재료 검수 ▲조리 ▲배식 및 보존식 ▲청소 및 설거지 5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면서도 식재료 검수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

일선 급식 관계자들은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단계는 조리와 배식단계인데 이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의 A영양사는 “급식 전 과정을 분석해 가장 유해한 요소에 중점을 두고 기준을 제정해야 함에도 지난해 발생한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영양사가 식중독 예방 활동을 해야 할 시간에 기록 작성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식중독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탁급식업체에서 일하는 B영양사는 “식중독 예방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식중독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는 무조건 폐기하라고 지침을 내려야지, 폐기용과 교육용으로 나눠 표기하라는 지침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C학교 조리사는 “기존 검수일지와 일일위생안전점검표의 보존 연한이 3년인데, 식약처 기준이 3개월로 단축되면 학교의 경우 적지 않은 혼란이 올 수 있다”며 “현재 유치원도 급식과 간식 보존식을 보관해야 하는데 급식안전기준은 이에 대한 책임과 주체가 불명확해 추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충청권 대학 조리학과 D교수는 “식약처가 이같이 중요한 지침과 기준을 제정할 때는 법령에 정해진 의견수렴 절차 외에도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식중독예방과 관계자는 “제출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은 별도로 입장을 낼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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