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없어져야 할 ‘조리실의 위험한 곡예’
이젠 없어져야 할 ‘조리실의 위험한 곡예’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8.02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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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육청, 조리실 후드·덕트 청소 외부 위탁… 확대 중
현장 “긍정적인 변화지만, 통일된 기준 등 개선점은 필요해”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급식 조리실 내 후드·덕트(공기조절 설비) 청소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간 조리실 후드·덕트 청소를 위해서는 조리 종사자들이 마치 ‘곡예’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았던 터라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청소 횟수와 지원예산 등이 제각각이고, 지원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교육 당국 차원의 정책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수 교육청, ‘외부업체 활용’ 권장

본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1~2개 교육청을 제외한 모든 교육청이 조리실 내 후드·덕트 청소를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7개 교육청 중 12개 교육청이 ‘학교급식 기본방향’(혹은 기본계획)에서 조리실 후드 청소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도록 권장했다. 대부분 조리실 안전사고나 조리 종사자 업무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제시했고, 몇몇 교육청은 교육공무직노조와의 단체협약 사항으로 포함해 시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당 교육청들은 별도 예산을 편성하거나 각 학교에서 운영비로 집행할 것을 권장했다.

이 같은 정책을 제일 먼저 시행한 지역은 경기도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 이하 경기교육청)은 5년 전부터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조리실 천장, 후드 등 위험 시설의 대청소 시 연 2회 이상 외부 전문업체 활용”이라는 지침을 내려 시행했다. 이를 위해 경기교육청은 매년 각 학교에서 요청하는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각 학교별로 요청하는 예산이 각기 상이해 일괄적인 통계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단계.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도 명확한 지침이 있었다. 학교마다 120만 원의 용역비용을 지급하고,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학교가 횟수와 범위 등을 정해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의 한 교육청은 아직 외부용역 비용이 전혀 편성되지 않아 내년부터 교육비특별회계 본예산에 해당 항목 편성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업체 활용, 대체로 긍정 평가

불과 5~6년 전만 해도 조리 종사자들이 후드 청소를 위해 국솥을 밟고 올라가는 등 조리실 업무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어느 순간 외부 전문업체 활용이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어 현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리 종사자들의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전문업체의 관리로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공기조절설비 내부까지 청소할 수 있어 급식에 대한 신뢰도 상승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다.

서울시 A초등학교 영양사는 “후드는 어떻게든 닦고 청소한다고 하지만, 덕트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는데 전문업체의 작업으로 깨끗해지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안심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긍정 평가와 함께 개선점도 내놓았다. 이 같은 외부 전문업체 활용에 대한 교육 당국의 통일된 지침이 없고, 지원예산 또한 제각각인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것. 즉 2·3식 또는 조리량이 많은 학교일수록 후드·덕트는 많아지고, 자연스레 청소비용도 늘어나는데 기준이 없다 보니 이런 학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영양교사는 “청소예산이 늘 부족하다”며 “이럴 경우 학교 운영비에서 편성해야 하는데 학교 측에 청소 필요성과 예산이 왜 부족한지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운영하는 지역도 있었다. 인천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은 각 학교의 후드 개수에 따라 청소비용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실제 후드가 1개~3개이면 40만 원, 4~6개면 70만 원, 7개 이상이면 120만 원 등으로 구분해 지원한다.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외부 전문업체를 활용한 조리실 후드·덕트 청소는 올해부터 학교에 도입된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린 사례가 아닐까 싶다”며 “교육 당국은 산업안전의 책임을 급식소로 돌리려 하지 말고, 이처럼 외부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야가 또 있는지 고민해달라”고 깅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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