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 위협에 나선 외국계 업체들
국내 중소기업 위협에 나선 외국계 업체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8.03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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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업체들, ‘중기 간 경쟁품목 재지정’에 반대의견 제출 ‘공조’
업계, “관련 법 무시하는 부도덕한 처사에 욕심도 과해” 비판 쇄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을 보호하고 육성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품목(이하 중기 간 경쟁품목)’ 지정을 놓고 일부 외국계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반대의견은 3년마다 관련 법에 따라 경쟁품목을 갱신하는 시점에 맞춰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데다, 이 업체들은 이미 편법으로 공공조달시장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의 수위는 더욱 높다.

국내의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중기간 경쟁제품 재지정을 앞두고 외국계 회사들이 잇따라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중소기업중앙회의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공청회’ 모습.
국내의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중기간 경쟁제품 재지정을 앞두고 외국계 회사들이 잇따라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중소기업중앙회의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공청회’ 모습.

중기 간 경쟁품목 지정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 제2조에 따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이 법률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위탁을 받은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는 각 산업 주체들의 신청을 받아 중기 간 경쟁품목을 지정한다. 그리고 중기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이나 외국산 기업의 참여가 금지된다.

외국계 업체, 오븐과 세척기 재지정 반대에 나서

단체급식 분야도 중기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된 제품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조리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상업용 오븐’과 ‘취반기’, ‘세척기’ 등이다.

판로지원법에 따르면, 중기 간 경쟁품목은 3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앙회는 2022년 1월부터 적용되는 품목 선정을 위해 올해 2월부터 4월 30일까지 경쟁품목 지정 신청을 받았다. 여기에 상업용 주방기기 중소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주)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이사장 하광호, 이하 조리기계조합)도 3개 품목의 연장을 중앙회에 신청했고, 큰 변수가 없는 한 오는 6일로 예정된 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어 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린나이코리아’(대표 강영철)와 ‘라치오날코리아’(대표 신일권) 2개 업체가 중앙회 측에 중기 간 경쟁품목 지정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업체의 이 같은 의도는 기술력과 자본력이 다소 부족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을 위협하겠다는 뜻이라고 입을 모은다.

린나이코리아는 일본 ‘린나이’를 모회사로 둔 업체로, 일본 린나이가 97.7%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계 기업이다. 즉 일본 린나이의 자회사 격인 린나이코리아는 설립 당시만 해도 일본과 한국 자본 합작으로 설립됐으나 2019년 경영악화로 모든 지분이 일본 측으로 넘어가 현재는 완전한 ‘일본 회사’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발생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국내 ‘일본 상품 불매운동’ 당시 엄청난 매출 감소를 겪기도 했다.

또한 독일 주방기기 제조사 라치오날의 한국지사인 ‘라치오날코리아’는 독일산 제품을 국내에서 일부 제조해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독일 라치오날의 주력 품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상업용 오븐을 주력으로 취급하고 있다.

현장, “판로지원법 폐지하란 뜻이냐?” 비판 거세

이 두 회사가 모두 외국계 회사인 탓에 이번 반대의견서는 ‘우리도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반대의견서에 내세운 근거를 보면 이 역시 다소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두 업체가 내세운 반대의견의 근거는 크게 3가지다. 먼저 판로지원법 취지가 무색하게 현재 오븐과 세척기 등의 공공조달시장 점유율을 보면, 몇몇 국내업체가 ‘독과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독과점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지난 3년 중 최소 2년 이상 상위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75%를 넘어야 하는데 오븐의 경우 직접생산업체로 등록된 14개 업체 중 상위 3개 업체 점유율은 60%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 번째는 국내 업체들이 시장 점유에 안주할 뿐,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기술개발을 통한 품질향상에도 소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매출액 규모 상위 5위 안에 포함된 한 업체 임원은 “중기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된 지 10년도 되지 않았고, 지금 당장 수출하지 않는다고 수출경쟁력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이 정상인가”라며 “국내 14개 업체 중 7개 업체가 국가공인기관의 기술우수제품으로 등록되어 있고, R&D 투자로 성과를 거둔 업체도 여럿”이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은 더 앞선 기술력과 효과적인 제품이 있다면, 이는 소비자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며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제시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조리기계조합 관계자는 “판로지원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선택권 보장만 내세운다면 국내 업체들의 저변 확대와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제정된 판로지원법을 폐지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편법으로 시장 진입’하면서도 반대의견 제출

외국계 회사의 반대의견에 강한 비난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린나이코리아의 반대의견서는 과거에도 품목 갱신이 이뤄지는 3년마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조리기계조합 관계자는 “린나이코리아는 품목 재지정이 이뤄지는 3년마다 대동소이한 내용의 반대의견서를 중앙회로 제출했던 것으로 안다”며 “법적 근거도, 타당성도, 설득력도 부족한 반대의견을 매번 내는 것 자체가 지적받을 일인데 올해는 다른 업체와 내용을 공유한 것이 의심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린나이코리아 관계자는 “라치오날코리아 측에서 반대의견서를 제출하자는 제의를 해왔다”고 인정했다.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일본계 기업 린나이코리아의 제품.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일본계 기업 린나이코리아의 제품.

여기에 더해 업계가 두 업체에 분개하는 지점은 또 있다. 이 두 업체 모두 이미 편법으로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해 제품을 판매했거나 지금도 판매하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조리기계조합 회원사인 A업체의 제품을 보면 제품 제원부터 홍보물 자료 사진과 글귀까지 린나이코리아와 똑같이 사용하고 있고, 특히 A/S센터 전화번호도 똑같다”며 “이는 결국 A업체가 린나이코리아의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것인데 업계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치오날코리아 역시 2008년 자회사인 RSK테크놀로지(이하 RSK)를 설립해 영업활동을 해왔다. RSK는 라치오날 오븐을 수입해 재조립하는 형태임에도, 2018년 직접생산증명확인서를 발급받아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해 2년여간 수십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결국 법원 판단으로까지 이어졌고, 법원은 RSK의 직접생산증명확인서가 무효라는 업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만간 업계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고 있는 지적에 대해 라치오날코리아 임원은 “오븐이나 세척기 등은 중기 간 경쟁품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요지의 의견서”라며 “국내 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했다면 거기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노력을 해야 할 텐데 국내 업체들은 그렇지 않아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린나이코리아 측에 반대의견서 제출을 제안했냐는 질문에) 의견서 제출이나 제출 제안이 법령을 어기는 것이냐”며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시정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뿐”이라고 답변했다.

린나이코리아 담당자는 “(본지의 공식적인 질문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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