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급식 세계’
[인터뷰]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급식 세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2.0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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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 고암초등학교 김정옥 영양교사]
영양사 애환 담은 저서 이어 ‘영양교사 임용면접’ 비법 출간
“지금 이 순간, 건강하고 행복한 식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세련된 커리어우먼’과 연결시켰는데 정작 영양사를 시작하고 보니 ‘서비스직원’이더라고요.(웃음) 처음에는 허탈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고, 영양사가 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보람과 기쁨도 겪었어요. 저는 영양사 직업을 택한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대형 위탁급식업체 소속 영양사로 9년간 일하다 영양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됐던 김정옥 영양교사. 그가 최근 ‘영양사’와 관련된 저서를 잇따라 출간했다.

‘에세이’로 시작해 ‘유튜브’까지

김정옥 영양교사
김정옥 영양교사

그는 지난 10월 ‘문학수첩’ 출판사가 기획한 ‘일하는 사람’ 시리즈의 10번째 에세이인 「오늘도 급식은 단짠단짠」을 펴낸 데 이어 11월에 영양교사 임용 응시생을 위한 면접 비법인 「2023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가 알려주는 임용면접의 비책」을 내놨다. 어쩌면 단체급식 종사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했을지도 모르는 유튜브 채널 ‘긍정옥TV’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녀는 채널 명칭과 너무 잘 어울리는, 유쾌하면서도 배울 점이 너무나 많은 사람이었다.

“삼성웰스토리에 있을 때는 주로 대형사업장을 맡았는데 선배 영양사 5명과 함께 1일 5식(조식·중식·석식·야식·새벽식)을 운영하는 구내식당에 근무하기도 했답니다. 바쁜 건 둘째치고 무척 힘들었죠. ‘밥맛이 없다’와 ‘메뉴가 왜 이러냐 불평’은 기본이고, 2가지 메뉴를 준비해 1인당 1메뉴만 먹어야 하는데 2메뉴 모두 먹겠다며 화를 낸 분은 아직도 기억나요. 이처럼 영양(교)사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 겪었을 에피소드를 책(오늘도 급식은 단짠단짠)으로 썼지요.”

그녀와 대화는 즐거웠다. 메뉴 발주를 잘못해 수많은 잔반이 나온 경험, 조리 종사자들과의 갈등, 급식단가를 맞추기 위해 1원이라도 저렴한 식자재를 찾아 고생했던 일까지. 그녀가 겪은 에피소드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는 급식 관계자라면 공감할 내용들이었다.

“새로운 사업장을 갔는데 업체가 강성 노동조합으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식판을 던지는 일은 예사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막상 일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좋으신 분들이 훨씬 많았고, 노조 간부였던 어떤 분은 제게 와서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동료 사원이라고 생각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막연하게 사회에 가졌던 생각이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요. 저 스스로를 ‘긍정옥’으로 변화시켜준 계기 중 하나였어요.”

‘대기업 영양사’와 ‘영양교사’ 차이

‘대기업 영양사와 영양교사, 어디가 더 좋아요?’ 어느새 영양교사 4년차를 맞이한 그녀는 정답이 없을법한 이 질문에 스스로가 정답을 내린 상태였다. 대학 진학 때 식품영양학과를 선택하면서 가졌던 작은 소망, ‘누군가에게 도움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씩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학교 모두 장·단점이 있지요. 하지만 ‘영양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을 생각하면 저는 지금이 조금 더 행복한 것 같아요. 대기업에 있을 때도 주어진 예산이 적지 않았지만, 늘 ‘손익’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손익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식자재를 선택할 수 있어 저 스스로 행복하답니다.”

영양교사의 또 다른 장점은 아이들에게 ‘문화’를 접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영양교사가 근무한 곳은 읍·면지역 소규모 학교다. 아이들도 대도시 아이들에 비해 문화적인 혜택을 접할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음식도 비슷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다양한 과일을 접하기 어렵지요. 그런데 제가 근무했던 학교에 그런 아이가 있었어요. 처음 보는 과일이 급식에 나왔다는 거에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급식을 계기로 알게 모르게 아이가 겪어야 했던 차별을 제가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답니다.”

김 영양교사는 긴 인터뷰를 마치면서 모든 영양(교)사들에게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전했다.

“급식을 운영하면서 겪는 부정적인 1%의 사람들 때문에 나머지 99%의 긍정적인 사람들을 잊어서 는 안 된다는 진리,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식사를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영양(교)사 선생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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