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유 있는 확장에 나선 ‘공공급식 통합플랫폼’
[기획] 이유 있는 확장에 나선 ‘공공급식 통합플랫폼’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2.08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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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을 시작으로 매년 성장, 유치원·군부대 등 공공급식으로 확대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생산물 수급 불안 해소·가격 안정 동시 해결
농·축·수산물 계약 규모 분석 및 빅데이터화 추진… 국가 농업정책 반영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이하 aT)가 3년 전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공급식 통합플랫폼(이하 플랫폼)’이 마침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대한급식신문은 점차 그 역할이 커지고 있는 플랫폼의 배경과 성과, 그리고 미래 비전을 살펴봤다.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 대한급식신문 공동기획 - -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플랫폼의 모태는 2010년 출범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이다. 당시 eaT의 출발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었다. 강원도와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학교 무상급식이 시작되고 이와 함께 안전하고 질 좋은 식자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자 이를 감지한 aT는 온라인상 거래를 테마로 한 eaT를 구축했다. 

조달청의 ‘나라장터(G2B)’를 모델로 만들어진 eaT는 입찰과 응찰, 낙찰 구조가 나라장터와 흡사했다. 다만 ‘학교급식’에 특화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공공급식 활용 레시피 공모전에 국방부 소속 조리병들이 도전했다.
공공급식 활용 레시피 공모전에 국방부 소속 조리병들이 도전했다.

eaT는 학교 무상급식 도입 확대와 함께 교육부가 내세운 ‘청렴한 급식 운영’ 원칙과도 맞물려 이용률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출범 10년도 되기 전 이용 학교가 전체 학교의 80%를 넘어섰고, 거래 규모도 2021년 기준 2조8000억 원을 넘어설 만큼 중요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투명·공정 급식 거래체계 구현 

이런 과정에서 eaT가 이뤄낸 성과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성과는 도입 당시 목표로 내세웠던 ‘투명하고 공정한 급식 운영’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 알게 모르게 존재해왔던 ‘급식 비리’ 척결에 큰 도움이 됐다. 거래 과정에 어떠한 개입 없이 온라인으로 입찰-응찰-낙찰행위가 이뤄져 ‘급식비 빼돌리기’ 등의 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공급업체의 부실 문제였다. 응찰이 많을수록 낙찰 확률이 높아지는 낙찰시스템을 이용해 1개 업체가 다수의 ‘페이퍼컴퍼니(유령업체)’를 설립해 응찰하는 행위가 만연했다. 여기에 유령업체가 낙찰받아 공급은 다른 업체가 대신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결국 aT는 이 같은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개혁의 칼을 꺼내 들었다. 공급업체의 eaT 등록절차를 강화하고, 납품 차량은 모두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 차량은 1개 학교에 1대만 등록 후 운행하도록 했다. 여기에 납품 차량이 변동되거나 일시적으로 다른 차량을 이용할 경우 반드시 학교 측과 사전 협의하도록 명문화해 ‘식자재 공급 전매행위’를 금지시켰다. 

이외에도 1년간 응찰 기록이 없는 업체는 ‘휴면업체’로 등록하고, 휴면업체 해지 요청 시에는 최초 등록과 비슷한 수준의 절차를 밟도록 했다. 또 응찰업체의 IP를 추적해 유령업체로 의심되는 업체는 즉시 현장 실사에 나서는 등 부실 업체에 대처하며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플랫폼, 공공급식 확대 시발점

2010년 출범 이후 학교급식 성과가 바탕이 된 eaT는 공공급식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마침내 플랫폼의 문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단체급식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지만, 분야마다 특성이 상당히 다르다. 학교급식이 ‘공정’과 학생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면, 군급식은 대량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소규모인 어린이집‧복지시설 등은 식재료 거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식단작성과 입찰‧계약 등의 절차에 부담을 갖는 경우도 있다.

공공급식 통합플랫폼 업무체계도. 기본적으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과 유사하지만 기능과 역할이 대폭 확대됐다.
공공급식 통합플랫폼 업무체계도. 기본적으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과 유사하지만 기능과 역할이 대폭 확대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플랫폼은 각 분야별 급식 종사자들과 면담을 통해 특징과 필요조건 등 찾아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례로 플랫폼 내 별도의 식단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공공급식에 공급할 수 있는 식자재를 기반으로 식단과 레시피 작성을 돕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노력은 현장 호응으로 돌아왔다. 

먼저 지난 2018년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건 이후 투명한 급식 운영의 중요성을 알게 된 유치원들은 플랫폼 주요 이용자 중 하나가 됐다. 또 최근에는 유치원보다 시설이 더 많은 어린이집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군급식도 국방부 주도 아래 부대별로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가파르게 성장한 플랫폼은 지난 10월 기준 거래실적이 2조9000억 원을 넘어섰다. 

연간 계약 실적, 빅데이터화 추진

플랫폼은 이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급식을 기반으로 농·축·수산업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체급식의 가장 큰 장점은 ‘대량 식자재를 지속적이며, 예측 가능하도록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급식에서는 이 같은 장점이 극대화된다. 생산자는 공공급식이라는 검증된 소비처가 있어 계약재배가 가능하고, 공공급식 소비자는 신선하며 안전한 식자재를 저렴하게 제공받게 되는 것. 이런 이상적 발전체계를 aT와 농업계에서는 ‘먹거리 선순환’이라고 통칭한다. 결국 정부는 이를 통해 생산물의 수급 불안과 가격 안정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플랫폼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연간 약 7000만 건의 데이터를 토대로 ‘빅데이터’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특정 농산물이 어느 시기에, 어느 정도 필요한지 분석하여 국가 농업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학교급식에 많이 쓰는 파프리카의 경우 생산량보다 수요량이 많아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지역의 파프리카 소비량이 어느 정도인지 사전 예측할 수 있다면 지역 농가들과 협의해 생산을 장려할 수 있다. 이는 생산뿐만 아니라 저장, 공급경로 등도 예측할 수 있어 결국 농가 소득 보장은 물론, 식자재 단가도 적절하게 낮출 수 있다. 

윤영배 aT 농수산식품거래소 본부장은 “공공급식 분야는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산업”이라며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관과 단체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앞으로도 플랫폼을 통해 투명한 식재료 공급체계 확산은 물론, 지역 농수축산물 소비기반 확대에도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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