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용 물꼬 튼 ‘단체급식’, 갈 길 멀다
외국인 채용 물꼬 튼 ‘단체급식’, 갈 길 멀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1.0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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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H-2 비자 취업제한 규정 전면 삭제… 단체급식 취업 가능
재외동포 대상인 H-2·F-4 비자 실효성 의문… 추가 조치 이뤄져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심각함이 더해가는 단체급식소 인력난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가 1월 1일부터 관련 제도를 개편하고, 그간 한정적이었던 ‘방문취업(이하 H-2) 비자’의 취업 허용업종을 크게 넓혀 단체급식에도 취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단체급식업계 인력난 해소에 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대안으로 ‘비전문취업(이하 E-9) 비자’도 함께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H-2 비자, 단체급식소 근무 가능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노동부)는 지난달 29일 국무조정실과 함께 ‘2023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2023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번 개편방안에서 H-2 비자에 적용됐던 39개 ‘고용가능업종’을 전면 폐지하고, 대신 ‘고용불가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취업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방문취업(H-2) 동포 고용 애로 해소 간담회 모습.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방문취업(H-2) 동포 고용 애로 해소 간담회 모습.

H-2 비자는 중국 및 구소련 지역 6개 국가(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동포들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그동안 H-2 비자 보유자는 건설업과 작물재배업, 축산업, 연근해어업 등 정부가 정한 39개 업종에만 종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음식점업’이 포함돼 한식음식점, 외국인음식점 등에 취업할 수 있었다. 

다만 단체급식은 통계청 산업분류에 ‘음식점업’이 아닌 ‘기관구내식당업’으로 되어 있어 허용 대상이 아니었다. 즉 식당은 H-2 비자 보유 외국인 채용이 가능했지만, 단체급식소는 ‘불법’이었던 것. 하지만 이번 고용가능업종 폐지 조치로 H-2 비자 보유자들도 제한 없이 단체급식소에 취업이 가능해졌다. 

즉 이번 조치는 구인난에 허덕이는 단체급식소와 12만 명에 이르는 국내 H-2 비자 보유자들을 연결해 준 셈이다. 한 영양사단체 관계자는 “조리인력 구인난이 심각해 대책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이번 노동부의 조치는 해결에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 단추지만… 실제 도움은 ‘글세’

반면 일각에서는 H-2 비자는 발급 조건의 한계로 인력난 해소에 큰 효과를 볼 수 없어 기존 ‘재외동포(이하 F-4) 비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H-2 비자는 중국 조선족과 중앙아시아지역 고려인 등의 국내 취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비자다. 따라서 비자 조건이 출생 당시 대한민국 국적이거나 내국인과 혈연관계가 있어야 하는 등 발급 조건이 제한적이다. 

이렇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H-2 비자 보유자는 고령화되고 줄어들 수밖에 없어 실제 다수 인력을 채용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F-4 비자의 ‘단순 노무 금지’ 규정을 변경해 47만8000여 명(2021년 기준)에 달하는 F-4 비자 보유자의 취업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한 대형 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F-4 비자는 규정상 ‘전문직’에만 취업할 수 있어 식당의 경우 ‘주방장’으로만 채용이 가능한데 실제로는 주방보조 등 단순 노무를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다”며 “이 규정은 이미 사문화된 법이나 다름없어 실태조사 후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폭넓게 E-9 비자도 개선돼야

F-4 비자 직종 확대와 함께 ‘비전문취업(E-9) 비자’도 언급되고 있다. E-9 비자는 정부가 직접 외국인의 취업을 신청받아 각 산업 분야에 배치하는 형태다. 

2000년대 이전까지 활발했었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브로커 등 부작용으로 인해 폐지되면서 대안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매년 정해진 외국인 근로자를 선발하고, 일정 비율(쿼터)로 제조업과 농·축·수산업, 서비스업 등에 배치한다. 

E-9 비자 규정에 의하면, 취업 허용업종은 제조업과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서비스업 등 크게 5개 분야다. 

이 중 단체급식은 서비스업에 해당되지만, 이 부문에는 ‘냉장·냉동 창고업’ 등 4개 직종뿐이어서 단체급식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체급식업계에서는 바로 이 서비스업 부문에 단체급식 산업분류인 ‘기관구내식당업’을 포함시켜 다양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허용 인원 확대도 필요하다. 2022년 기준 E-9 비자 허용 인원은 총 5만9000명으로, 이 중 대다수인 4만4000명이 제조업에 배분되어 있다. 여기에 농·축·수산업에 배분된 인원까지 제외하면 결국 ‘서비스업’에 배정된 인원은 고작 100명. 

단체급식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급식은 외식 등의 서비스 분야와 달리 이미 공공의 영역”이라며 “단체급식은 이제 ‘멈춰서도, 멈출 수도 없는’ 분야인 만큼 시급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E-9 비자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서비스업 인원을 늘리거나 비율제도를 폐지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장 의견에 대해 노동부 담당자는 “단체급식업계의 인력난은 노동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F-4 비자 직종 확대와 E-9 배분 비율 폐지 등에 대해서는 당장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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