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영양사 합격자 ‘역대 최저’ 기록
2022년 영양사 합격자 ‘역대 최저’ 기록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1.10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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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398명 응시해 3629명 합격, 응시자 매년 큰 폭 감소
전반적인 처우 개선은 물론 ‘영양사 직종 전문화’ 서둘러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해 12월 치러진 제46회 영양사면허시험의 합격자가 역대 최저인 36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번 결과를 접한 현장에 많은 영양(교)사은 영양사 직군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원장 이윤성, 이하 국시원)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도 방사선사·안경사·영양사 국가시험 합격자를 발표했다. 이 중 영양사 국가시험에는 총 5398명이 응시, 3629명(합격률 67.2%)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매년 국시원이 목표로 내세우는 65%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이번 시험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최근 7년간 영양사 국가시험 통계
최근 8년간 영양사 국가시험 통계

합격자 감소 = 응시자 감소

가장 큰 문제는 영양사 시험 응시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영양사 국가시험 응시자는 2009년 8340명을 기록한 이래 매년 감소해 이번 시험에는 5398명까지 줄었다. 감소추세도 갈수록 빨라진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는 매년 1~200여 명씩 감소했지만, 2020년 이후에는 매년 6~700여 명씩 줄어들고 있다. 

응시자 감소에는 여러 원인이 있어 보인다. 먼저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 세계 최저수준으로 그만큼 인구가 줄고 있으며, 가장 크게 줄어드는 연령대가 학생들이다. 이 같은 학생 수 감소는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입학생 대폭 감소가 예상되는 대학 학과들은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동시에 다른 학과와 통폐합하거나 복수전공으로 돌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식품영양학과(이하 식영과)도 이 과정에서 상당수 통폐합되거나 폐지된 것으로 확인된다. 2018년 기준 식품영양 관련 학과를 개설한 전국 대학은 137개(4년제 90개·3년제 20개·2년제 27개)였으나 2022년에는 127개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식영과 재학생과 함께 응시자도 함께 감소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양사면허에 대한 회의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식영과를 졸업해도 영양사를 선택하지 않는 비율이 계속 늘고 있는 것. 지역의 한 식영과 교수는 “애초 식품영양에 뜻을 두고 진학하는 학생들이 적은데다 식품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 재학생들은 영양사면허를 필수로 여기지 않는다”며 “안타깝게도 재학 중 영양사 처우 수준을 보고 영양사 진출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몇 년간 중견 위탁급식업체에 영양사로 재직하다 최근 사무직으로 이직했다는 김모 씨는 “영양사를 하고 싶어 식영과를 선택한 것도 아닌데다 급여가 너무 적어 근무하는 내내 이직을 고민했다”며 “4년간 대학에 투자한 시간 때문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했을 뿐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처우 개선, 성과도 있었지만…

영양사 위상 강화와 처우 개선 성과 등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2020년 발효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영양사를 보건의료인으로 명시한 것은 큰 의미였다. 

영양사가 맡은 업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지원하는 역할을 정부에서 할 수 있게 됐기 때문. 즉 업무가 과다하면 인력 추가 투입 및 직무 범위 개선, 복지제도 도입 등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법령에 따라 ‘보건의료인력지원기관’으로 지정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1년 실시한 보건의료인력 직무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종합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2023년부터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영양사들도 장기근속 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규정이 개정된 것도 꽤 의미 있는 변화다. 다만 현장의 영양(교)사들은 아직 처우 측면에 여러 가지 개선할 것이 많다고 보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강원도의 한 영양교사는 “후배들이 겪는 진로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선배로서 어떤 정답을 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영양사는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는 수준인데도 책임은 막중한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궁극적인 대안으로 ‘영양사 직종의 전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대가 변하면서 모든 직종에서 ‘깊이 있는 전문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이미 의료인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임상영양사’를 비롯해 ‘노인영양사’ ‘스포츠영양사’ 등 분야마다 특화된 영양사 양성 체계가 대학에서부터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은 (사)대한영양사협회 전 회장은 “현재 대학 식영과 커리큘럼을 봐도 영양사는 얇고 넓게 학문을 배우는 실정이어서 현 사회가 요구하는 ‘깊이 있는 인재’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학 커리큘럼 개정과 함께 영양사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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