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군급식 조리병을 보며 문득 떠오른 어린이급식
[나침반] 군급식 조리병을 보며 문득 떠오른 어린이급식
  • 김동섭 신한대학교 식품조리과학부 교수
  • 승인 2023.01.0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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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섭 신한대학교 식품조리과학부 교수

필자는 지난해 11월 군급식을 주제로 열린 ‘2022 황금삽어워즈(이하 어워즈)’에 자문 및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날 어워즈는 여러 의미로 ‘굉장했다’. 군급식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조리병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김동섭 교수
김동섭 교수

자문 및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급식 시스템에 대해 잘 알기 어려운 외부 심사위원들을 위해 심사기준을 설정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어 또 다른 보람도 느꼈다.

군급식은 특성상 많은 장병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대량의 음식을 단시간 내에 조리해야 한다. 이번 어워즈에서는 이러한 특성 반영은 물론 친환경, 지역산 식자재를 활용해 맛과 단가를 맞추고, 조리과정의 간소화도 이끌어내야 하는 목표도 있었다. 그러면서 장병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창의적인 메뉴까지 요구했으니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워즈에 참여한 장병들이 성공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무척 감탄했다.

이번 어워즈에 참여한 육·해·공군, 해병대 참가팀은 몇 주에 걸쳐 팀을 구성하고, 각 군별로 자체 예선과 본선을 거쳐 선발됐다. 어워즈 본선 참가팀들은 팀장과 팀원 4명이 주요리(밥), 국, 4개의 반찬으로 된 식판 1세트를 제한된 시간 내 사력을 다해 만들어냈다. 5명이 조리과정을 분담해 조리하는데도 땀범벅이 될 정도였다. 열정적인 조리병들의 모습을 보며, 급식 조리업무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조리병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러니하게도 최소한의 조리원으로 급식을 준비하는 어린이집을 떠올리게 됐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은 원생이 40~80명이라도 조리원 1명으로 급식을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다. 조리원 1명이 밥, 국, 반찬 등 음식 전체를 조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여러 여건 때문에 고착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시한 어린이집급식 제공기준은 간단하지 않다. 주 3회 채소 제공부터 생과일·유제품·로컬푸드·제철 식재료·천연양념 등을 사용해야 하고, 적정배식량·알레르기 유발식품·식자재 원산지·중복 식재료 배제 등을 고려해 제공해야 한다.

조리원 1명이 까다로운 기준을 지키면서 매일 바뀌는 메뉴를 조리하려면 어워즈에 출전한 팀처럼 사실상 ‘1인 5역’을 해야 가능하다. 여기에 가끔 새로운 메뉴라도 있다면 조리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필자가 몇 년 전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방문했던 한 어린이집 조리원의 말이 떠올랐다. 그 조리원은 “공용식단을 제공할 때 신메뉴는 조리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추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식단과 레시피를 상세히 제공해도 신메뉴의 경우 조리시간이 길어져 점심시간을 못 지킬뿐더러 맛 보장도 어려워 잔반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린이급식은 어린이 성장과 발육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어린이집 등에서는 효율적인 급식 운영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군급식 조리병을 보며 느꼈던 바와 같이 ‘체력과 기력’ 모두 왕성한 장병들도 메뉴를 준비하며 진땀을 흘리는데 과연 1명의 조리원으로 운영해야 하는 어린이집의 현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미래의 동량이 될 아이들이 거치는 어린이집. 바로 이곳에 단순한 노력뿐만 아닌 실질적으로 지원될 수 있는 방안들을 깊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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