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조리인력 빠진 급식소, ‘조리로봇’이 구원자 될까
[기획] 조리인력 빠진 급식소, ‘조리로봇’이 구원자 될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3.0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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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단체급식 전망] ④ 단체급식소 조리과정 자동화, 어디까지 왔나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 확대 이어 ‘환기설비’ 개선도 착착 진행
조리자동화 정점 조리로봇… 높은 기대에도 아직 넘을 산 많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코로나19로 축약할 수 있었던 2022년이 가고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매년 그렇듯 2023년에도 단체급식산업을 둘러싼 수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급식신문은 신년 기획 시리즈로 단체급식을 각 분야별로 분석해 전망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 연재순서
① 한계 봉착한 조리인력 ‘구인난’, 대책은?
② 따라잡기 벅찬 물가상승률, 급식비 부족 대책은?
③ 트렌드 거스르기 어려운 식자재, ‘HMR’ 주목
❹단체급식소 조리과정 자동화, 어디까지 왔나 
⑤ 종합 전망


영양(교)사는 식단 작성 때부터 식자재 가격과 물량은 물론 인건비 비중, 전기·가스비와 같은 운영비 등을 고려한다. 세밀하게는 식자재 가격을 산정할 때 경쟁입찰로 가격이 얼마나 하락할지, 또 조리 종사자 업무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살핀다. 조리 종사자 수와 업무 숙련도에 따라 조리과정이 결정됨은 물론 발주 식자재 형태(원물 or 전처리)도 변화된다. 이는 고스란히 식자재값에 반영된다. 단체급식이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조리인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조리인력 부족은 단체급식산업의 존폐마저 위협할 태세다. 이런 현상에는 조리 종사자를 위협하는 ‘조리흄’과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처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코앞에 다가온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조리기구 현대화 및 자동화’ ‘조리로봇 도입’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과연 어느 단계까지 와있을까. 

급식 기자재, ‘전기식’이 대세

먼저 2023년 단체급식소 조리실 기구와 설비 흐름을 요약하면 단연 ‘전기식 조리기구(인덕션)’가 대세다. 기존 가스식 조리기구보다 조리흄 발생을 줄여주고, 조리실 내 온도를 낮춰주는 동시에 가스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 같은 추세를 이끄는 곳은 역시 학교급식이다. 각 교육청은 대대적으로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세종시교육청(교육감 최교진)은 2027년까지 관내 모든 학교 급식실에 가스식 조리기구 대신 전기식 조리기구가 갖추기로 했다. 전라북도교육청(교육감 서거석)도 2026년까지 모두 전기식 기구로 바꾸는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 역시 7억여 원을 투입해 올해 33개 학교에 전기식 조리기구를 설치한다. 이외에도 대부분 교육청이 2023년도 본예산에 전기식 조리기구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이는 다른 급식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방부(장관 이종섭)도 조심스럽게 일선 부대를 중심으로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 검토 중이다. 국방부 물자관리과 관계자는 “예산 편성 문제로 2023년도는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지만, 조리병의 안전과 조리환경 개선이라는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예산 편성 근거를 산출한 뒤 확보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방부가 일반인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제9기 장병급식·피복모니터링단’은 “천재지변, 전시와 같은 상황에는 가스보다 전기가 훨씬 공급이 쉽고 안전하다”며 “전기식 조리도구는 조리시간도 줄여주고, 조리병의 안전 및 건강을 지켜주는 동시에 전체 조리장 온도를 낮춰 조리병의 피로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환기시설’의 개선 역시 조리흄 대응의 일환이다. 조리실 내 조리흄이 머무는 시간을 줄여 조리 종사자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부총리 겸 장과 이주호)는 ‘2023년 학생건강증진 정책방향’에서 조리실 내 환기의 중요성을 명문화했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이 시급하다는 공통된 의견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교육청 대규모 예산 편성으로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한 업계의 대응도 눈에 띈다. 기존 급식소 후드·덕트 전문업체뿐만 아니라 공기정화 관련 업체도 잇따라 학교급식 전용 환기설비를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식 부침기 위에 일체형으로 후드를 장착해 조리흄이 조리 종사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고안한 ‘후드형 부침기’도 화제가 되고 있다.

‘조리로봇’, 어디까지 왔나

조리기구와 설비의 또 다른 쟁점은 ‘조리 종사자의 노동강도 개선’이다. 이를 위해 많은 편의장비와 시설이 도입되고 있으나 ‘궁극적인 대안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조리과정의 단순화, 입고 식자재의 소형화, 작업 동선 간결화 등 대책들이 쏟아지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으로 ‘조리과정의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처럼 조리 종사자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당장 인력 충원이 쉽지 않고, 줄어든 조리인력은 다시 기존 조리인력의 노동강도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적은 인력으로 급식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지면서 대두된 것이 ‘조리로봇’이다. 현재 관련 기술은 단체급식보다 외식분야에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빙로봇’이다. 서빙로봇은 대형 식당 등에서 조리한 음식을 손님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역할로 시작돼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비대면 시대’를 거치면서 빠르게 발전했다. 실제 대형 식당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위탁급식업체를 중심으로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육군 논산훈련소에 설치된 조리로봇을 이용해 급식을 준비하는 조리병의 모습
육군 논산훈련소에 설치된 조리로봇을 이용해 급식을 준비하는 조리병의 모습

조리로봇도 점차 그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협동로봇’이라 불리는 기계에 조리도구를 결합해 ‘뒤집기’ ‘흔들기’ ‘돌리기’ 등 사람의 팔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동작을 구사해 조리하는 형태다. 초창기에는 커피를 내리거나 치킨을 튀기는 등 단순 반복 작업만 수행했다면 최근에는 점차 복잡한 조리도 조금씩 맡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단체급식용 조리로봇은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창양)가 함께 육군훈련소에 도입한 조리로봇이다. 튀김, 볶음, 탕, 취반 등 4가지 자동화 설비로 이뤄진 조리로봇은 취사장에서 조리병의 요리를 돕는다. 실제 자동으로 음식을 기름에 넣어 튀기고, 다 익으면 직접 건져 기름을 털어 조리병이 담을 수 있는 공간까지 옮겨준다. 볶음이나 탕도 마찬가지. 조리병은 솥에 음식 재료만 투입하면 로봇 팔이 섞는다. 기존에는 조리병이 삽으로 약 20분 동안 섞어야 했던 과정을 로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조리로봇 상용화, 아직은 ‘산’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다. 하지만 단체급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리 종사자를 대신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체급식의 특성’ 때문이다.

단체급식소는 동일한 메뉴를 제공하는 외식과 달리 매일 식단이 바뀌고, 자연히 조리 방법도 달라지며, 사용되는 식자재 종류도 변경된다. 그러나 현재 외식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조리로봇은 한 가지 역할에 맞게 개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번 다르게 세팅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번거로운 작업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로봇의 안전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기계의 오작동으로 10분을 익혀야 할 음식이 5분만 익혀졌다면, 이는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를 우려해 사람이 조리작업을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면 조리로봇을 도입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이는 급식 종사자뿐만 아니라 피급식자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일반 산업체급식에서 근무하다 공공급식 분야로 이직했다는 한 영양사는 “산업체급식에서 일할 때 조리로봇의 도입 가능성을 살펴봤는데, 조리로봇의 안전성을 쉽게 믿을 수는 없었다”며 “급식 이용객 입장에서 보면 ‘로봇이 만들었다’는 음식은 잠깐 호기심을 주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한 거 같다”고 전했다. 

대형 위탁급식업체 소속의 한 조리사는 “단체급식 조리과정을 세밀히 살펴보면 사람과 로봇이 하나의 공정 속에 함께 일하는 것이 의외로 효율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튀기고 볶는 과정은 로봇에게 맡긴다 해도 결과적으로 나머지 조리과정은 전부 사람이 할 수밖에 없어 인력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조리실을 설계할 때부터 로봇의 참여를 가정하고 구성해야 큰 효율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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