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에서 돌연 제외된 ‘급식 조리실’
학교시설에서 돌연 제외된 ‘급식 조리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3.12 18: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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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급식시설’에서 ‘조리실’은 제외한 관리 매뉴얼 제작 
“유해물질이 가장 많은 공간인데… 조리 종사자는 방치” 비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조리흄’을 비롯한 유해물질이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가운데 교육부(장관 이주호)가 학교 내 실내 공기질 관리대상에 ‘식당’만 포함하고 ‘조리실’은 제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상 교육부가 ‘학교급식 조리실’은 학교시설이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의 ‘학교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관리 매뉴얼(6차 개정판, 이하 매뉴얼)’은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학교시설(교사대지·체육장, 교사·체육관·기숙사 및 급식시설, 교사대지 또는 체육장 내 설치되는 강당) 내 환경 및 식품위생에 의한 위해 요소를 발견해 조치할 수 있도록 한 지침서다. 

교육부가 ‘학교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관리 매뉴얼’상 학교 내 공기질 관리 대상에서 ‘조리실’을 제외해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 대한급식신문 DB)
교육부가 ‘학교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관리 매뉴얼’상 학교 내 공기질 관리 대상에서 ‘조리실’을 제외해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 대한급식신문 DB)

문제는 교육부가 이 매뉴얼에서 ‘급식시설’의 범위를 ‘식당에 한해 적용’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즉 유해물질이 가장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리실은 제외한 것이다. 교육부 담당자도 이에 대한 대한급식신문 질문에 “조리실은 제외된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리 종사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조리사들은 법제처에 교육부 판단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의 한 학교 조리사는 “교육부는 법 제정 취지와 현 상황을 도외시한 채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폐암 발생 등 위험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조리 종사자들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학교시설이 아닌 급식 조리실?

이번 논란은 2019년에 시작됐다. 당시 극심한 미세먼지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로 여러 대책이 시행됐고, 학교보건법 개정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개정안은 단순히 ‘학교 내 교사(校舍)’에서 교사와 교사대지, 체육장 등으로 구체화했고, 지난해 1월에는 급식시설을 학교보건법상 관리 대상으로 추가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개정 내용을 반영한 매뉴얼을 제작했고, 이 매뉴얼에 공기 질 관리대상으로 식당만 언급한 내용이 포함됐다. 

일단 논란이 되는 ‘급식시설은 식당에 한해 적용한다’는 교육부 판단은 어디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 학교보건법에서는 급식시설로만 명시됐고, 일반적인 법체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의) 범위와 종류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주무 부처로 넘긴다’는 단서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매뉴얼의 문구는 오롯이 교육부 자체 판단인 셈이다.

다만 교육부 판단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다. 2017년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노동부)는 학교급식 조리실을 ‘교육서비스업’이 아닌 ‘기관구내식당업’으로 규정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한 바 있으며, 또 조리흄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2022년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를 별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노동부와 교육부는 이 가이드를 토대로 조리실별 구조와 유해물질 배출 대책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학교 조리실은 산안법을 적용받고 있다”며 “또한 조리실 유해물질 배출기준 등이 정해지지 않아 교육감협의회를 중심으로 개선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매뉴얼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리실 포함 시 발생할 큰 예산과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유해물질 저감 대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뉴얼을 적용하면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조리실은 운영이 중단돼 최악의 경우 급식이 중단될 수도 있다”며 “환기설비를 위한 예산이 당장 마련될 수 없다면 차근차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직원도 아닌 조리 종사자?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리실을 학교시설에서 제외한 이번 교육부의 판단을 두고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상위법령에서 급식시설이라고 통칭한 것에 대해 주무 부처가 ‘조리실은 급식시설이 아니다’라고 해석한 것이고, 이는 곧 ‘조리실은 학교시설이 아니다’라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와 함께 학교보건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학교보건법은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것’인데, 이를 따르면 교직원의 범위에 조리 종사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학교조리사는 “조리실 유해물질 허용기준이 없어도 매뉴얼에 조리실을 포함시킨 뒤 적용 유예 단서조항 등을 제시하면 될 것인데, 애초부터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며 “결국 귀찮은 업무는 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행정편의주의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서울의 한 조리종사자도 “유해물질 측정이 두려울 정도의 공간에 대책 없이 조리 종사자들을 방치하겠다는 발상을 보면서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낀다”며 “급식 종사자를 대하는 교육 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결국 조리 종사자들이 조리실을 떠나는 작금의 ‘조리인력 대란’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교육부 담당자는 “실무자 입장에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없지만, 일선 현장의 지적에 대해 상부에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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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023-03-15 01:31:50
kf94 마스크 착용하고 업무하시면 될 듯 비말도 안날리고

알빠노 2023-03-15 01:22:31
학교급식을 없애고 외부 위탁으로 학생들 식사 제공하면 해결되겠네
국민에 혈세가 낭비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