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이라던 비만인정영양사, 결국 ‘허구’였나
‘자격증’이라던 비만인정영양사, 결국 ‘허구’였나
  • 김기연·정명석 기자
  • 승인 2023.03.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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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지난 2년간 영양사협회 자격 등록신청 ‘연거푸 거절’
수강자들 “‘교육비 환불 요구’ 외면하는 영양사협회 사기행위”

[대한급식신문=김기연·정명석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에서 운영하다 ‘현행법 위반’으로 운영이 중단된 ‘비만인정영양사 교육과정(이하 비만영양사과정)’이 사실상 ‘자격증 발급이 불가한 교육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영협은 이 같은 사실을 기존 수강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영양사들마저 기만하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본지 302호(2021년 2월 26일자) 참조>

영협은 2013년부터 ‘민간자격 신설·운영 시 반드시 주무 부처에 등록해야 된다’는 자격기본법 제17조를 위반한 채 ▲노인영양사 ▲스포츠영양사 ▲비만인정영양사 등 6개 자격과정을 운영해 2020년 12월 민간자격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인 한국직업능력연구원(원장 류장수, 이하 직능원)에 적발됐다.

지난 10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영양사협회의 자격과정 현황.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되지 않은 교육과정은 ‘자격증’을 발급할 수 없다.
지난 10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영양사협회의 자격과정 현황.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되지 않은 교육과정은 ‘자격증’을 발급할 수 없다.

당시 현행법 위반을 확인한 직능원은 영협 측에 즉각 해당 자격과정 운영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영협이 임의로 ‘자격증’ 대신 ‘수료증’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자, 이미 자격증을 받은 영양사들이 격렬히 반발했다. 

이들은 “애초에 자격증이 아닌 수료증이었으면 교육 신청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대 100만 원에 달하는 교육 관련 비용과 자격증 유지를 위한 회비 14만 원 등을 환불해 달라고 요구했고, 영협 측은 ‘환불을 해줄 수 없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영협은 해결 방안으로 ‘노인영양사’ 자격은 ‘시니어푸드코디네이터’ 자격으로, ‘스포츠영양사’는 ‘스포츠컨디셔닝지도사’ 자격으로 변경을 제안하며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비만영양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피드백이 없었다. 

이로 인해 올해 초부터 몇몇 영양사들이 영협에 교육 재개여부를 질문하거나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영협은 “교육 재개를 준비 중이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그런데 대한급식신문이 확인한 결과, 비만영양사과정은 이미 ‘운영이 불가능한 자격과정’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간자격은 자격기본법에 의해 정부 주무 부처에 등록되어야 하며, 등록하지 않은 채 운영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등록과정은 간단하다. 정해진 양식의 신청서를 작성해 직능원에 등록을 요청하면, 직능원은 해당 정부 부처에 검토를 요청한다. 정부 부처의 검토내용은 등록하려는 자격이 ‘국가자격으로 오인’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된 자격인지 등이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영협 측은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비만인정영양사 자격 등록을 신청했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계속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거절 사유는 직능원과 복지부 모두 ‘기관·단체의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영양사협회는 대한급식신문의 취재가 시작되자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교육과정 운영안내 페이지를 없애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기준 ‘비만인정영양사’ 등 전문교육과정 홈페이지 모습.
영양사협회는 대한급식신문의 취재가 시작되자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교육과정 운영안내 페이지를 없애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기준 ‘비만인정영양사’ 등 전문교육과정 홈페이지 모습.

그러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비만인정영양사가 ‘상담’과 ‘건강관리’ 영역이 아닌 ‘의료’ 영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거절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행위는 자격기본법상 거절 사유인 ‘다른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직접 해당된다. 

실제 3만 개 이상인 민간자격 중 ‘비만’과 관련된 자격은 4개뿐이다. 4개 중 3개는 운동과 댄스로 비만을 관리해준다는 취지의 자격이며, 나머지 1개는 비만전문병원의 행정업무와 관련된 자격이다. 

영협도 비만영양사과정을 개설할 때 대한비만학회의 비만 전문가 기초과정에 이은 심화과정으로 개설했다. 그만큼 비만과 관련된 자격은 등록이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과 지속적인 복지부의 등록 거절 조치를 보면 더 이상 비만영양사과정은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직능원 관계자는 “영협이 등록한 자격 과정은 3개뿐이지만, 이외에도 더 많은 자격 과정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여러 차례 신청에도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무 부처에서 등록을 거절한 것이고, 거절 사유는 법령에 나와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서 남는 의문점은 지난 2년간 자격 등록이 거절된 사실을 영협이 은폐하려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결국 ‘돈’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 같은 실상이 알려지게 되면 거센 비판은 물론 환불 요구도 빗발칠 것이 당연하기 때문. 

영협이 책정한 비만영양사과정 교육비는 23만 원(시험비 5만 원 포함)이며, 자격 유지를 위해 영협 연간 회비 14만4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자격 유지를 위한 평점교육비, 자격 갱신비용, 대한비만학회 비만 전문가 기초과정 교육비까지 합하면 자격을 3년만 유지해도 비용이 100만 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부담스런 비용 때문에 일부 영양사들은 영협에 자격 개설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영협은 사실을 은폐한 채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실을 접한 한 영양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국민의 비만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비만영양사과정 참여를 생각했는데 영협의 행태를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영양사를 보호해야 할 영협이 오히려 영양사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자격 과정 등록 검토를 어느 부서에서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영협에 제기되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협은 자격 과정에 대한 지적에 “비만영양사과정을 자격기본법에 따른 민간자격증 제도로 운영하기 위해 등록신청을 진행하고 있다”는 형식적 답변만 되풀이하며, 대한급식신문의 추가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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