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조리 종사자 폐암 대책’에 거는 기대와 우려
[이슈] ‘조리 종사자 폐암 대책’에 거는 기대와 우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3.24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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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14개 교육청 폐암 검진 결과, 폐암 확진 무려 ‘31명’
개선대책의 핵심, 노동부 ‘환기설비 가이드’… TF 구성도 기대
환기설비 가이드 보완 필요… 건강검진 후속 대책도 논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 폐암 전수 검진 결과가 지난 15일 마침내 공개됐다. 비록 서울과 경기 등 조리 종사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일부 지역은 제외됐지만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가 처음 공식 발표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조리실에서 강조됐던 종사자 안전 분야 중 최초로 ‘환기’가 공식화됐다는 점도 의미가 매우 크다. 대한급식신문은 폐암 검진 결과와 종합 개선대책이 담긴 교육부 ‘학교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 분석했다. 
- 편집자주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브리핑을 하는 모습.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브리핑을 하는 모습.

검진 결과, 여성 폐암 환자 4배

먼저 교육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인 2만4065명의 조리 종사자가 저선량 폐 CT 검진을 받았고, 이 중 ‘폐암 의심’ 또는 ‘폐암 매우 의심’ 판정을 받은 종사자는 총 139명이었다. 이들 139명에 대한 추가 정밀검사 결과에서는 실제 31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 2만4065명 중 31명이 폐암으로 확진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 환자 수는 총 9629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37.4명이다. 

이번에 확진된 31명을 같은 기준인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로 따져보면 129명이 된다. 더 나아가 31명이 모두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조리 종사자 폐암 발생률은 국내 전체 여성 폐암 발생률에 비해 4배나 높은 셈이다. 

의료계에서도 이런 수치는 매우 높다고 평가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여성 폐암 환자가 늘고 있다지만 2만4000명을 검사해 31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는 건 대단히 높은 수치”라며 “특정 연령대, 특정 직군에서 이렇게 대량으로 확진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양성 결절’ ‘경계선 결절’이 나온 비율이 25%나 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양성 결절이 모두 폐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폐에 어떤 식으로든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며, 결절이 확인된 이상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지역의 경우 검진받은 1762명 중 폐암 매우 의심 판정은 3명뿐이었지만 실제 폐암 확진자는 6명이나 됐다. 

폐암 매우 의심뿐 아니라 폐암 의심 판정자 중에도 폐암 확진자가 있다는 뜻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조직검사나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방법으로 암을 직접 확인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폐 CT 등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오진 가능성과 추후 암으로 진행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하면 양성 결절부터 지속 관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와 다소 상이해 의문을 자아내기도 한다. 강득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불과 열흘 전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진 완료자는 4만200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폐암 의심과 폐암 매우 의심에 해당되는 종사자는 338명이나 됐다. 따라서 서울과 경기지역 조리 종사자 검진 결과까지 발표되면 폐암 확진자는 최소한 1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미 있는 개선… 일부 보완도

교육부는 이 같은 검진 결과와 함께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개선 방안에는 먼저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이 필요한 학교당 1억 원씩 지원하는 계획이 담겼다. 교육부가 파악한 개선 대상 학교는 8274개 교에 달하며, 이 중 올해에만 1799억 원을 편성해 1799개 학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개선 방향은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발표한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이하 환기설비 가이드)’에 따른다.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을 위한 작업환경측정 모습.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을 위한 작업환경측정 모습.

이 계획에 대해 급식 관계자들은 ‘현실화에 다소 애로가 있을 수 있다’라고 평가한다. 한 영양교사는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1799개 학교를 개선해야 하는데 개선공사를 맡을 업체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특히 급식을 하지 않는 여름방학에 공사가 집중되어야 하는데 이 많은 수요를 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부의 환기설비 가이드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노동부는 전문기관의 용역과 연구를 통해 최선의 환기설비 가이드를 제시한 상태지만, 대부분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이를 숙지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 다른 영양교사는 “전문적인 기술과 설계가 필요한 개선공사가 예산만 지원한다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교육청 시설담당자, 영양(교)사, 조리사, 행정실장, 업체 관계자 등 모든 관계자들이 노동부의 환기설비 가이드를 숙지하고 있어야 공사가 원활히 이뤄질 것인데 아직 그런 교육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세밀한 검토가 미비한 점도 눈에 띈다. 교육부는 ‘조리흄’ 유발 요리의 경우 오븐 사용으로 유도하고, 튀김류는 주 2회 이하로 제공하라는 지침을 내린다고 했으나 ‘튀김류 주 2회 이하 제공’은 이미 교육부의 ‘학교급식 운영평가’ 항목에 담겨 있어 모든 학교가 철저히 지키고 있다.

관계기관 TF… 모아지는 기대감

일선 현장에서는 이번 교육부 개선대책을 두고 여러 보완이 필요하다면서도 그간 누적됐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긍정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교육부와 노동부, 시도교육감협의회, 안전보건공단, 시·도교육청으로 구성되는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예방 관계기관 전담팀(이하 TF)’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일단 교육부가 세운 조리실 개선대책의 핵심은 노동부가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현행 법령과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등을 집대성한 환기설비 가이드다. 다만 일선 학교마다 조리실 여건이 상이해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즉 조리실마다 환경(조리실 높이 등)이 다른 터라 환기설비 가이드에 따라 설치해도 당초 목표한 효과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개선작업은 전문가들이 조리실 환경을 진단한 후 개선작업을 해야 하는데 전문가들이 나서 진단 및 설계를 한 사례도 거의 없다.

이에 TF는 가장 시급한 공통기준 마련부터 나선다. TF는 환기설비 가이드를 기반으로 보다 자세한 기준과 학생 수, 조리실 넓이·위치 등에 따라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TF는 현재 확인된 조리 종사자들의 건강검진 후속 대책도 논의할 예정이다. 폐암 확진자의 산업재해 신청을 돕고, 각 교육청이 별도로 지원하는 건강검진 지원 방식도 TF가 일원화할 계획이다. 건강검진 대상과 방식, 항목, 추가 검진 지원범위 등도 논의 대상이다. 

수도권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그간 급식실 내에서만 언급됐던 조리흄의 위협을 정부기관이 인정하고, 공식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여긴다”며 “TF에서 현장 의견을 빼놓지 않고 수렴해 효율적이면서도 적합한 후속 대책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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