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조리사 위생교육 관리·감독에 ‘뒷짐’ 진 식약처
[분석] 조리사 위생교육 관리·감독에 ‘뒷짐’ 진 식약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4.0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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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실시로 바뀐 조리사 위생교육, 결산·검토 ‘유명무실’
교육비로 직원 퇴직금 적립 등 예산 전용한 의혹 ‘수두룩’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식품위생법에 따라 단체급식소에서 근무하는 모든 영양(교)사와 조리사가 받아야 하는 법정교육인 ‘식품위생교육(이하 위생교육)’이 올해부터 매년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된 가운데 조리사 대상 위생교육의 ‘비용 부풀리기’가 심각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부 항목은 ‘부풀리기’를 넘어 ‘단체 배불리기’ 행위로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된다. 현재 조리사 위생교육은 (사)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회장 김정학, 이하 조리사중앙회)가 전담하고 있다. 

특히 기존 ‘2년 1회 실시’에서 ‘매년 1회 실시’로 위생교육이 변경되면서 교육실시기관 입장에서는 교육비 수입이 2배가 된 상황이라 투명성이 더 강화되어야 함에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가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급식신문은 조리사중앙회가 식약처에 제출한 2022년 조리사위생교육 사업비 정산서를 입수해 비교·분석했다.

교육비, 직원 퇴직금으로 전용

조리사중앙회는 2022년도 위생교육에서 총 16억7464만 원의 교육비 수입을 올렸다. 교육대상은 4만7847명으로 1인당 교육비는 3만5000원이었다. 교육인원과 교육비는 직전 교육인 2020년에 비해 늘어난 규모다. 2020년에는 4만5889명이 참석해 16억611만 원의 교육비 수입을 기록했다. 그리고 교육은 집합교육 없이 모두 온라인교육을 수강했다.

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위생교육 사업비 정산서

조리사중앙회는 2022년도 교육비 수입의 1/3이 넘는 6억3014만 원을 ‘인건비’로 사용했다. 과다한 인건비 사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직원 퇴직금으로 교육비를 사용한 것이다. 

식약처가 고시하는 ‘식품 관련 영업자 등에 대한 식품위생교육규정’ 제10조(수강료)에 따르면 ‘교육비는 교육 수준,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실비수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또한 동 규정 16조(회계처리)에는 ‘수입금은 위생교육 실시목적 이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조리사중앙회가 교육을 진행하는 전담 직원을 고용해 이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다고 해도 퇴직금은 애초 조리사중앙회라는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조리사중앙회는 지속적으로 ‘퇴직적립금’ 명목으로 예산을 사용했다. 즉 위생교육을 위해 특정인을 고용했다 해도 교육비를 해당 직원 퇴직적립금으로 사용한 것은 목적 외 사용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소속의 한 변호사는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는 것은 사용자(조리사중앙회) 의무이고, 그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교육비 수입은 본래 조리사중앙회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목적 외 사용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리사중앙회 측은 “위생교육 전담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해당 직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바 있다”며 “이 내용이 관련 규정 위반이라는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해명했다.

운영비만 6억 원, ‘깜깜이 예산’

인건비에 이어 많은 예산이 소요된 ‘운영비’ 항목에서도 의혹이 나온다. 조리사중앙회는 운영비로 ▲수료증 인쇄 ▲임차료 ▲강사비 ▲자산취득비 ▲사무용품 등 6억2431만 원을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모든 교육대상자가 온라인으로 교육받았고, 수료증 역시 교육받은 사이트에서 즉시 인쇄가 가능한데 별도로 ‘수료증 인쇄’를 위해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는 없다. 이미 교육 사이트 내에 존재하는 시스템을 두고 수료증 인쇄만을 위한 시스템을 별도 구축했다면 이는 더 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예산 낭비 사례다. 

지난 2018년 제주시에서 열린 조리사 위생교육 모습.
지난 2018년 제주시에서 열린 조리사 위생교육 모습.

‘임차료’ 역시 온라인교육 체계에서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집합교육이 진행된다면 교육장 임대나 교육을 위한 비품, 교육에 사용할 영상송출 장비 등의 ‘임차’가 필요하지만, 온라인교육에서는 교육 동영상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와 영상녹화 장비 등이 필요할 뿐이다. 스튜디오나 영상 장비 등의 임차료가 집합교육 시 소요되는 많은 교육장 임차료보다 훨씬 저렴할 것은 명확하다. 또한 평균 10여 개 미만의 동영상 강의만 제공해온 조리사중앙회의 관행으로 비춰볼 때 강사료 역시 몇 백만 원 수준을 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조리사중앙회 측은 “운영비는 인건비와 함께 물가 인상률, 최저임금 상승률, 각종 부대비용 상승 등 여러 상승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위생교육은 온라인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적 수행을 통해 진행되고 있어 각종 고정비용 지출이 수반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세부 지출항목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위생교육 결산보고 자료는 매년 식약처 주무부서의 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있고, 올해 역시 감사가 예정되어 있음을 참고해 달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남는 수억 원 교육비는 어디에?

3만5000원이라는 교육비는 교육실시기관인 조리사중앙회가 여타 근거를 토대로 산정해 식약처의 최종 승인을 얻어 결정된다. 그러나 교육을 실시할 때마다 수억 원에 달하는 교육비가 사용되지 않아 남고 있지만, 이 같은 잔여 교육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조차 불투명하다. 

조리사중앙회가 2020년 식약처에 보고한 결산서에 따르면, 16억611만 원의 교육비 수입 중 12억3918만 원만 지출돼 3억6693만 원의 교육비가 불용 처리됐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합교육이 전면 취소되는 등 교육비가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볼 수 있지만, 이는 2022년에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16억7464만 원의 교육비 수입 중 15억4777만 원만 지출돼 1억2687만 원이 남았다. 이 같은 불용 예산은 전체 교육대상자가 2650원씩 교육비를 덜 내도 되는 정도의 금액이다. 

여기에 결산보고서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는 항목까지 더하면 교육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음에도 교육비를 계속 ‘동결’해 온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관행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불용 예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조리사중앙회 측은 “매년 3월경 시작되는 위생교육 준비를 위해 최소 3개월분의 준비금(인건비·운영비·영상제작·교재편찬 등)이 필요하다”며 “2022년도에 남은 1억 2000여 만 원은 2023년 위생교육 준비 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식약처의 뒷짐, 언제까지…”

조리사들은 실상이 이렇게 심각해진 데에는 관리·감독기관인 식약처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약처가 결산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최소한이라도 확인했다면 애시당초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북지역의 한 조리사는 “식약처는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산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교육비 산정 근거 또한 검토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조리사중앙회에 모든 권한을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관리·감독기관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같이 조리사중앙회에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식약처 주무부서 관계자는 “지적되는 문제점들을 세밀히 살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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