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협회 연회비로 새나간 ‘국민 혈세’
영양사협회 연회비로 새나간 ‘국민 혈세’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4.26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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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기관의 영협 연회비 대납 사례 ‘확인된 것만 9건’
정부 부처 “민간단체인 협회 연회비, 세금 지원 불가” 못 박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민간단체’인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의 연회비를 세금으로 대납한 사례가 계속 발견되고 있어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 확인된 대납 사례는 9건에 불과하지만, 기관이 내부 결재를 통해 일반수용비로 지출한 경우 확인할 길이 없어 은연중 혈세가 특정 단체로 새어 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대한급식신문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 산하기관인 A기관은 소속 영양사를 대신해 영협 연회비 14만4000원을 대납했다. 지급 근거는 영협 측이 올해 초 모든 영양(교)사들에게 발송한 ‘2023년도 대한영양사협회 회원 가입 안내’였다. 영협은 2년마다 실시하는 영양사 보수교육에 앞서 ‘영양사 실태조사’의 명목으로 영양(교)사의 현 근무처와 직종 등을 상세히 파악한다.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매년 초 영양(교)사가 근무하는 기관에 수신자를 ‘기관장’으로 하여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영협의 공문을 근거로 기관이 연회비를 대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급식신문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21년부터 현재까지 대납한 사례는 9건에 달한다. 대납한 기관도 문체부뿐만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소속 산하기관 등도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대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협 연회비를 회원인 영양사가 아닌 소속 기관이 대납하는 행위에 대해 대다수의 급식 관계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애초에 영협은 민간단체이기 때문. 

영양사 위생교육 혹은 보수교육과 같이 법에 근거한 ‘법정교육’은 단체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들의 직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교육이므로 소속 기관의 지원이 가능할 수 있지만, 개인 영역이자 개인 의사에 따라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민간단체의 협회비까지 세금으로 대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역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법정교육은 당연히 지원해줘야 하지만, 영협 연회비를 대납해주는 사례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애초 허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청조차 들어온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급식신문 취재에 응한 한 기관의 담당자도 “협회나 학회, 협의회 등에 가입 시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회비를 납부하지만, 개인 신분으로 가입하는 것에 기관이 회비를 내줘야 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런 대납행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정부 부처마다 자료 공유체계가 달라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대한급식신문이 직접 확인한 사례는 9건이지만, 일반수용비나 운영비 등 내부 결재로 지출해버리면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훨씬 많은 대납 사례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다수 영양(교)사들이 근무하는 교육계 등에서는 전례가 없는 만큼 이참에 이런 대납행위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확한 지침과 함께 이미 납부한 연회비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교육청의 한 영양전공 장학사는 “현장의 영양(교)사들은 너무나 당연히 ‘대납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대납행위가 있었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해당 기관은 빠르게 환수 조치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감사관실 관계자도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검토한 결과 개인의 영역에 대한 대납행위가 맞고, 허용해서는 안 되는 행정절차”라며 “앞으로 이 같은 대납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협 측은 “(기관이 영협 연회비를 대납한 사례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협회는 영양사가 협회 활동을 통해 최신의 정보와 전문지식을 습득해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안내를 드리고 있다”며 “지출에 대한 부분은 기관별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사항”이라는 답변만 전해왔다.

대한영양사협회가 영양사가 근무하는 소속기관의 기관장에게 발송한 회원가입 협조공문. 일부 기관이 이 공문을 근거로 연회비를 대납해준 것으로 확인된다.
대한영양사협회가 영양사가 근무하는 소속기관의 기관장에게 발송한 회원가입 협조공문. 일부 기관이 이 공문을 근거로 연회비를 대납해준 것으로 확인된다. (영양사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회원가입 협조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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