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자율선택급식에 거는 기대와 바람
[나침반] 자율선택급식에 거는 기대와 바람
  • 경기 안산 선부중학교 정대진 교사
  • 승인 2023.05.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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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 선부중학교 정대진 교사
정대진 교사
정대진 교사

지난해 6월 당선된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당선 직후 구성한 교육감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를 통해 총 10개 정책목표, 80개 정책추진과제를 설정했다. 정책목표 10개 중 9번째 목표가 ‘학생·교직원의 행복추구권 보장’이며, 이를 위해 ‘맛과 질이 보장되는 카페테리아식으로 급식 개선’을 선정했다.

필자는 인수위부터 정책자문으로 참여해 이제는 ‘카페테리아급식’이라는 다소 모호한 명칭 대신 ‘자율선택급식 체계’라는 확고한 뜻이 담긴 교육감의 핵심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느낀 점을 글로 풀어보려 한다.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9월부터 학교급식문화 개선을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교육청 내 여러 부서 관계자가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했다. TF팀은 정책팀, 메뉴디자인팀, 공간팀, 현장실행팀, 영양·식생활교육팀 등 총 5개의 팀으로, 필자는 공간팀의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현장방문을 통해 개선책을 제안했다.

공간팀의 주요 목적은 ▲식당 출입구 ▲자율 배식대의 구성과 위치 ▲자동화 기기의 필요성 ▲식당 및 조리실 구조의 변화였다. 학교 현장을 돌아보며 느낀 점은 식당의 구조, 입구, 출구, 잔반처리 및 세척실 등이 학교마다 제각각이었고 표준화된 구조가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식기류의 크기나 형태, 치수도 다양했으며 조리실과 세척실의 위치와 구조도 근로자의 신체활동에 불편을 주는 형태로 이뤄져 있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신체는 직선운동, 상하운동, 회전운동 등 근골격근계의 결에 따라 움직임이 수행될 때 부담을 주지 않는데, 조리실과 세척실의 기구 배치나 반복된 작업은 신체 움직임을 변형시키고 불편하게 움직이도록 구성돼 있었다. 이는 근골격계 질환 요인 중 하나다.

식당 구조 또한 제각각이어서 하나의 입구를 통해 출입하거나 입구와 출구가 각각 하나로 구성돼 학생들이 오랜 시간 배식을 기다려야 하거나 퇴식하다가 학생들끼리 부딪히는 경우도 있었다. 또 식당 좌석도 학생들에게 지정돼 있거나 식탁과 식탁의 간격, 의자의 위치가 너무 좁기도 해 공간팀은 다양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번 TF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견학 장소는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와 성남외고 그리고 효명고였다. 그중 성남외고는 자율선택급식의 표준모델로 제안하고 싶을 정도였으며, 효명고는 세척실이 퇴식구와 함께 있어 작업자들의 업무량을 크게 줄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미군들이 제한된 시간에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한 평택 험프리스 기지도 돋보였다. 배식대와 식탁 및 의자, 샐러드 바, 퇴식대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했고, 식사공간도 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음식의 칼로리·영양정보를 즉시 제공해 주는 센스 있는 아이템 또한 신선했다. 특히 퇴식구에 있는 세척실의 자동화 기기도 여러 번 쳐다보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의외로 미군과 한국군의 신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한국군이 학교급식 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우리 학교급식이 학생들의 신체 발달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영양(교)사와 조리(실무)사들의 노력과 헌신을 새삼 깨달았다.

올해 경기교육청은 75개의 자율선택급식 시범학교를 운영할 예정이며,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원을 중심으로 전문지원단도 구성했다. 이번 시범학교를 필두로 경기교육청 산하 초·중·고교에 자율선택급식의 확대는 물론, 영양·식생활교육이 더욱 활성화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에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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