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전락 조리협회 경연대회… ‘목불인견’
‘돈벌이’ 전락 조리협회 경연대회… ‘목불인견’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6.05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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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대기공간 없어 복도까지 점거 “피난민인가”
안전규정 ‘무시’·관리자 ‘부재’… 주최 측 ‘나몰라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단일 경연대회 중 나름 규모와 역사를 가진 ‘2023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대회장 오제세/조직위원장 이윤호, 이하 경연대회)’가 참가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경연대회를 운영해 비판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장소의 경우 철저한 안전조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안전관리규정’ 미준수는 물론 이 같은 비정상 행태에 대한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부기관의 후원과 예산 지원이 적절했나’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사)한국조리협회(대표 김광익, 이하 조리협회)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서울특별시 등이 후원한 이번 경연대회는 지난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aT센터에서 개최됐다.

주최 측은 이번 경연대회에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에서 참여한 팀을 포함해 총 1600여 팀(참가인원 4100여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경연대회는 라이브경연과 전시경연, 테이블서비스경연 등 각 부문별로 진행됐으며, 부대행사로 ‘공공급식요리경연대회’도 함께 열렸다. 

정부가 지원했는데 운영은 ‘빵점’

이번 경연대회는 정부기관의 지원과 참가자 규모 등에 비해 운영은 ‘빵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지적을 받는 부분은 참가자에 대한 배려다. 

3층에서 내려다 본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가 열린 aT센터 1층. 참가자들이 대기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식자재와 조리도구 등을 쌓아둔 채 맨바닥에서 쉬고 있는 모습. aT센터를 방문한 한 시민은 “자연재해를 당해 피신한 피난민 같다”고 말했다.
3층에서 내려다 본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가 열린 aT센터 1층. 참가자들이 대기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식자재와 조리도구 등을 쌓아둔 채 맨바닥에서 쉬고 있는 모습. aT센터를 방문한 한 시민은 “자연재해를 당해 피신한 피난민 같다”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경연대회는 각각의 라이브경연 부스에서 40개 팀이 1시간 20분씩 경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처럼 경연대회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대부분 참가자들은 경연 전날 대회장을 찾아 밤샘연습을 한다. 이런 탓에 피로를 이기지 못한 참가자들은 어쩔 수 없이 대회장 한 켠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는 상황. 

하지만 수많은 참가자를 위한 대기와 휴식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쉴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은 경연이 진행 중인 대회장 빈 곳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여기에 더해 대회장 내 머물 공간을 찾지 못한 참가자들은 대회장 밖 복도를 ‘점거’하기도 했다. 

또 몇몇 참가자들은 전시경연이 진행되는 전시대에 기대 잠을 청했고, 돗자리마저 없는 참가자들은 aT센터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눕거나 차가운 복도 대리석 바닥에 맨몸으로 누운 모습마저 눈에 띄었다.

“참가자가 피난민도 아니고...”

심지어 주최 측은 대기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경연대회가 열린 aT센터 내에 있었음에도 참가자들을 ‘피난민’ 신세로 내몬 것이어서 비판이 더욱 거세다. 이날 경연대회를 지켜본 한 내빈은 “참가 학생들이 안쓰러워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며 “이런 실태를 용납하기 어려워 주최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대회장을 찾은 한 대학교수도 “매년 경연대회를 참여하는데 올해는 주최 측이 경영대회 운영을 포기한 것 같다”며 “참가 학생 부모님들이 이런 실태를 알면 어떨지 두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조리협회 고위 임원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참가자들에게 대회장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참가자들이 따르지 않았다”며 “몇 년 전 aT센터 3층 세미나장 등을 대기공간으로 활용한 적이 있는데 참가자끼리 싸움이 나 더 이상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방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안전규정 ‘위반’ 관리자는 ‘부재’

대회장으로 사용한 aT센터 규정 위반도 도마 위에 올랐다. aT센터는 전시장과 관람객 안전을 위해 ‘aT센터 전시장 사용 및 운영 지침’에 따라 전시장 내 화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 허가와 함께 안전담당자가 상주해야 한다.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aT센터 복도에서 운영 지침상 사용이 금지된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경연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aT센터 복도에서 운영 지침상 사용이 금지된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대회장 곳곳에서 가스레인지를 반입해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심지어 경연부스에서도 인덕션과 가스레인지가 함께 사용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를 제지하거나 탈락 처리해야 할 심사위원들은 모두 묵인했고, 운영 지침에 따라 화기사용을 감독해야 할 안전관리자는 찾을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안전관리자를 선임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며 “주최 측은 규정을 위반한 것도 모자라 규정 위반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인데 이런 단체에 학생들을 맡겨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조리협회 고위 임원은 “가스레인지 사용을 분명히 금지시켰고, 심사위원들에게도 인지시켰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경연대회 ‘뒷전’, 돈벌이만 ‘급급’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실태를 주최 측이 인지했음에도 개선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경연대회가 진행된 3일 내내 참가자들은 차가운 맨바닥에 누워야 했고, 안전관리자는 찾을 볼 수 없었다. 

특히 조리협회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은 것은 이번 경연대회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본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조리협회는 경연대회를 주최하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로부터 4000만 원을 지원받은 데다 농식품 관련 행사라는 특성으로 전시장 임대료도 크게 할인받았다. 그럼에도 참가비를 1인당 10만 원 가까이 받았다는 것은 돈벌이 수단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셈이다.

조리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한 조리사는 “경연대회 운영이 ‘미숙’한 정도가 아니라 준비를 아예 안 한 것이 아니냐”며 “조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의 꿈과 열정을 조리협회가 앞장서서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사회문제로 비화된 조리인력난의 배경에 이처럼 불성실한 경연대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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